프롤로그
뒷모습은 상상의 세상
당신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커다란 뒷모습을 기억하나요?
연로하신 어머니의 요즘 뒷모습은 어떠신가요?
그때 아이가 교실로 막 뛰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보셨나요?
아내의 뒷모습이 사랑스러운 가요? 아, 불현듯 애처롭다는 생각이 드셨다고요.
뒷모습은 나의 반쪽이다. 나는 볼 수 없지만 남에게는 언제나 열려있는 반쪽. 그런 나의 뒷모습을 처음 본 순간을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그때 거울 속의 나의 뒷모습은 낯설고 이질적이었다. 내가 나를 부정하는 거부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첫 뒷모습이 내게 준 것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앞모습에만 천착하던 그 시절의 나의 뒷모습은 내 반쪽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앞선 이의 뒤를 소홀히 하지 않고 나의 뒤를 염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궁극에는 나의 박사학위 논문이 되었다. 바로 ‘뒷모습 사진의 푼크툼에 관한 연구’이다.
생각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우주 만물은 신의 생각으로 빚어졌다고 믿는 사람과 진화의 자연 산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공존한다. 종교와 과학의 탄생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더욱 종교를 신화로 만들어 가고 있다.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편안함과 풍요로움 속에 살면서도 생로병사의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불가사의한 종교에서 안식을 찾는다.
인류역사는 생각의 산물이다. 어떤 생각은 변혁과 발전의 씨앗이 되었고, 어떤 생각은 전쟁의 원인이 되었으며. 어떤 생각은 눈먼 사랑이, 어떤 생각은 증오와 살인, 걷잡을 수 없는 파멸의 시작이 되었다.
나는 뒷모습에 대한 나의 오랜 생각을 써 내려가고자 한다. 나의 생각만이 아니라 뒷모습을 사진과 그림, 시와 수필 등 문학작품으로 남긴 이들의 얘기도 같이 살필 것이다.
뒷모습 얘기는 사실보다 상상의 세상이기에 자유로운 랩소디(Rhapsody, 狂詩曲)가 될 것이다.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대략 총 18화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자, 그럼 출발하시지요. (계속)
어느 봄날 나무 그림자와 하나가 된 나(2020)
희망을 쓰는 소녀의 뒷모습(에드아르 부바)
시간의 뒷모습(양종훈)
연인의 뒷모습(무라드 오스만)
아들과 손녀의 뒷모습(2022)
뒷모습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