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님은 주황색 고깔들을 주욱 늘어뜨려놓고 요상한 주문을 했다
앞으로 뛰기, 옆으로 뛰기, 두발로 뛰기
얼레벌레 시킨 대로 하고 나니 다시 하라고 한다.
한번 더, 한번 더, 이번엔 발 바꾸어 한번 더, 이번엔 방향 반대로 한번 더!
헉헉, 숨이 차다.
이제 한계다.
시계를 봤다. 8분 지났다.
시력도 나쁜지라 다시 봤다. 에이 설마 38분이겠지.
응 아니야, 진짜 그냥 8분이야.
당황스러웠다. 몇 바퀴를 하고 하고 또 했는데
숨이 이토록 차는데 왜 8분밖에 안 지난 거지.
오늘 내로 집에 갈 수는 있나
온갖 잡스러운 생각이 떠오르던 찰나
코치님은 그런 잡스러운 생각을 할 여유조차 주지 않으셨다.
이번엔 공을 가지고 오셨다.
꼴깍 침을 삼켰다. 저 자그마한 공이 뭐라고 순간 몸이 얼었다.
"이번엔 이 공을 발 안쪽으로 밀면서 걸어보세요"
인사이드
인사이드
인사이드
끝까지 끝까지 놓치지 말고 끝까지
인사이드 인사이드 인사이드
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 드리블 드리블 끌고 가 끌고 가
슛 슛 슛 슛
아~~~~~~~~~~~~~~~~~~~~아쉽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이젠 진짜 체력 바닥이다 싶을 즈음
은혜롭게도 자비롭게도 쉬는 시간을 주셨다.
놀랍게도 이제 30분이 지났다.
아니 시간을 기어가는 마법을 쓰시나.
물 마시세요~
달다, 원효대사 해골물이 이만큼 달았을까...
하기가 무섭게 다시 '모이세요' 하고 호출을 하신다.
쉬는 시간엔 시간이 날아가는 마법을 쓰시는 모양이다.
시간 능력자.....
이제 경기를 해볼게요.
네? 첫날인데요? 저 오늘 첨 왔는데요?
하고 내면의 내가 반문해봤자.
모두들 정렬하고 준비를 하는 터라 나도 얼떨결에 섰다.
죽자 사자 공을 한번 따라가 보자!
놓친 첫사랑 다시 본 듯 따라가 보는 거야.
그러기를 십여분...
나는 공을 놓치고 놓치고 또 놓쳤다.
첫사랑에 실패한 이유를 너무도 잘 알겠다.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가 그를 다시 만난 대도 나는 또 놓치겠지 허허허
상담 선생님, 유능감이라고 하셨나요?
지금 보니 유능감이 아니라 유능함이 떨어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