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만 보면 더럽게 집중 안 하고 멍 때리기 일쑤인 것 같지만 나는 초 고도로 집중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적을 받는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내가 이 공이 '나의 공' 인지 '너의 공'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 있다.
공만 보며 열심히 따라다니지만 정작 이 공이 내 공인지 네 공인지를 모르니 제대로 된 수비를 할 수도 그렇다고 기깔나게 공격을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선생님께 뒤로 가라, 앞으로 가라 일일이 지침을 받거나 항상 타이밍을 놓쳐 같은 팀원에게 민폐가 되는 상황이 이어진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아무도, 그 누구도 내게 뭐라 하지 않는데 괜스레 혼자서 주눅이 들고 눈치를 보게 된다. 팀웍이 필요하지 않은 기술훈련, 체력단련 시간이 마음이 편해 어떤 날은 연습경기 전 아프다고 빠져볼까 잠시 내적 갈등도 했더랬다. 그래도 그건 실낱같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여하튼 그날도 미친 듯이 우왕좌왕하며 똑같은 지적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뭐가 우리 공이고, 뭐가 다른 팀 공인지 모르겠어요"
라고 육성이 터져 나왔다.
"상대팀에 맞고 나간 공은 우리 팀 공이에요"
아!
그렇구나!
이제야 엉킨 실뭉치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든 실마리가 보였다.
몇 해 전, 성폭력행위자를 대상으로 재범방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던 적이 있다.
놀랍게도 그때 섭외했던 심리학 교수님께서 당시 강의에서 '내 공, 네 공'에 대해 말씀하셨다.
"누군가가 나에게 공을 던지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네, 무심결에 그 공을 받게 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자신의 책임을 타인에게 떠 넘기거나, 남 탓을 하고 회피해버리는 사람들을 흔히 마주한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삶의 무게에 짓 눌리거나, 상처를 받는 경우도 왕왕 있다.
나는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 이를 악 물고 내 일을 해 나가는데 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 양손 가득 책임과 해결이라는 공을 얹어놓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아무리 "던지지 마, 던지지 마"라고 외쳐도 그들의 공은 계속해서 내게 날아든 경험. 아마 누구든 한 번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를 책임지게 할 수도, 그들이 내게 더 이상 공을 던지지 않게 할 수도 없다. 내게는 그럴 힘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그들에게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 공은 누구 공이죠? 우리가 그 공을 안 받으면 됩니다.
휙 하고 내게 공을 던질 때 '공을 받지 않는 것',
덥석 내 품에 공을 안 길 때 '손을 내려 공을 떨어뜨리는 것'
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상대를 변화시키기는 어렵지만, 내가 공 하나쯤 받지 않고, 품지 않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애초에 내 공이 아니니 내가 안을 일도, 품을 일도 없다는 것이다.
타인의 일상에 오지랖을 부리는 것부터 시작해
이미 결혼해 새로운 가정을 꾸린 자녀에게 지나치게 간섭해 이혼으로 치닫게 하거나
성인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일을 하지 않아 일하는 한 명의 월급이 모두 가족의 생활비로 소진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절망하는 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