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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우 Jan 14. 2024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정희진, 교양인

                           

                   다르게 생각하는 법, 융합적 사고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는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5권이다. 나는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가 가장 좋았다. 공부법과 문제 상황을 다르게 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책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모든 글쓰기는 왜 쓰는가에 따른 어떻게 쓰는가의 문제라고 한다. 저자는 작더라도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한다. 그가 만들고 싶은 세계는 평화주의, 여성주의, 생태주의 사유를 바탕으로 한다. 발전주의에 반대하고 사회적 약자와 지구를 위하는 가치를 지향한다. 그의 글은 지극히 당파적이고 기존의 사고를 전복한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 글이 ‘보편적인 독자’를 초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그가 사용한 방식은 융합과 횡단의 글쓰기이다.


   융합에 대한 저자의 생각 중 좋았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융합은 단지 분과가 다른 지식의 결합이 아니라 기존의 인식을 넘어서는 횡단(가로지르기)이고 가치관에 따른 지식의 재구성이다. 인식자의 위치에 따라 지식이 다르게 구성되므로 위치성을 인식하는 일이 앎의 본질이다. 같은 여성이라도 나이, 계급, 인종 등 수많은 기준에 따라 다른 입장에 서게 된다. 위치성은 놓인 현실이면서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이동하는 정치적 과정의 산물이다. 저자가 미국 여성과 이야기할 때는 ‘한국인’으로서 말하고 한국의 이주 여성 노동자와 연대할 때는 ‘여성’의 위치에서 행동하는 것처럼. 


   서 있는 위치가 다르면 보이는 것도 다르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야 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이 구성된다. 나는 한국인, 서울 거주자, 여성, 기독교인, 이성애자 등등의 위치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 나의 위치는 사회 구조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유리한 입장일 때도 불리한 처지일 때도 있다. 유리와 불리, 이익과 불이익, 옳음과 그름의 여러 상황에서 내가 어떤 위치를 선택할 것인가는 결국 가치관의 문제다. 나는 어디에 설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책은 융합적 사고를 통해 현실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앎을 준다. 일상에서 겪는 차별, 부조리, 모순적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해야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지 알려준다. 융합적 사고는 추상적인 거대 담론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겪는 문제를 풀어가는 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저자가 작지만 다른 세계를 만들고 싶어 융합적 글쓰기를 하는 것처럼, 우리도 작지만 다른 세계를 만드는 삶을 살기 위해 융합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 방법론을 넘어 삶의 방법론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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