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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Jan 03. 2023

어떤 사이

어렵지만 불편하지는 않은 사이가 있다. 예를 들면 회사의 상사와 같은 나보다 높은 사람. 대화에서는 끊임없이 신경을 써야 하고, 행동 하나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람. 혹여라도 예의에 어긋날까- 이런 행동에 나를 밉게 보지는 않을까-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사람. 대체로 상대방은 나를 불편해하지도, 어려워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그런 마음이 향하는 대상이 또 있다. 바로 짝사랑의 대상. 앞에만 서면 허둥대지고,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의 구분도 잘하지 못하고 괜히 긴장이 돼서 몸까지 뻣뻣해진다. 위에서 말한 것과 차이가 있다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정도. 친구들과는 곧잘 대화도 잘 나누고 먼저 연락하는 것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는 나인데, 이상스럽게도 이 감정 앞에서는 바보가 된다. 언젠가 엄마와 함께 할머니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고생이 걱정되는 가족의 결혼에 대해 말하며, 사랑만큼 멍청한 감정은 없는 것 같다고. 엄마는 내 말이 맞다며 맞장구를 치고 큰 소리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역시 사랑은 바보 같은 거다.


혼자 바라만 보다가 떠나보낸 네가 벌써 몇이다. 다음에 찾아오는 너에게는 절대적으로 들킬 것이라 다짐했었는데 여전히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단 하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너와 있을 때 불편하진 않다는 것. 지금 우리는 어려운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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