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불편하지는 않은 사이가 있다. 예를 들면 회사의 상사와 같은 나보다 높은 사람. 대화에서는 끊임없이 신경을 써야 하고, 행동 하나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람. 혹여라도 예의에 어긋날까- 이런 행동에 나를 밉게 보지는 않을까-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사람. 대체로 상대방은 나를 불편해하지도, 어려워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그런 마음이 향하는 대상이 또 있다. 바로 짝사랑의 대상. 앞에만 서면 허둥대지고,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의 구분도 잘하지 못하고 괜히 긴장이 돼서 몸까지 뻣뻣해진다. 위에서 말한 것과 차이가 있다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정도. 친구들과는 곧잘 대화도 잘 나누고 먼저 연락하는 것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는 나인데, 이상스럽게도 이 감정 앞에서는 바보가 된다. 언젠가 엄마와 함께 할머니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고생이 걱정되는 가족의 결혼에 대해 말하며, 사랑만큼 멍청한 감정은 없는 것 같다고. 엄마는 내 말이 맞다며 맞장구를 치고 큰 소리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역시 사랑은 바보 같은 거다.
혼자 바라만 보다가 떠나보낸 네가 벌써 몇이다. 다음에 찾아오는 너에게는 절대적으로 들킬 것이라 다짐했었는데 여전히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단 하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너와 있을 때 불편하진 않다는 것. 지금 우리는 어려운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