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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evieve Dec 28. 2022

해외취업보다 힘든 해외에서 유심 개통하기

폰 번호 인증에 미친 나라, 한국

해외살이 첫 해에는 혹시라도 언제 다시 돌아가게 될 지 몰라 1년 넘게 번호 유지비용을 매달 3,300원 씩 지불했다. 일년이 지난 후에는 해외에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 마침내 번호를 해지했다. 3년차 끝물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휴대폰 번호가 필요한 일들이 생겼다.


해외 유심 개통에 관해 알아보던 중, 여러 블로그에서 유심 개통 후기를 볼 수 있었다. 직접 해 보니 그 과정이나 글에서 느껴졌던 빡침은 과장이 아니었다.


우선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보니 티플러스 알뜰폰 요금제를 선택하게 되었다.

01 홈페이지-유심 구매

: 통신사를 셋 중에 선택하고 유심을 배송받을 배송지를 선택한다. 첫 번째 관문에서부터 알 수 있겠지만 유심 개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준비물은 돈도 유심도 아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이 없다면 해외에서 개통은 불가능하다. 


첫 관문부터 헬게이트가 열리는데, 구매를 위해 카드 인증 버튼을 클릭하면 본인인증을 위해 휴대폰 번호를 기재하라고 나온다. 휴대폰 번호가 없어서 개통하려고 유심을 샀는데 없는 휴대폰 번호를 적어 나를 인증하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유심 5,500원)


02 유심 요금제 선택

이것도 시간 꽤나 잡아먹었다. 대체 통신사 별로 뭐가 이렇게 요금이 다양하고 매달 이벤트는 왜이리 많은지, 한 눈에 저렴한 순으로 선택해 볼 수는 없는 건지. 해외 거주자들은 보통 본인확인 문자 수신용으로 개통을 하기 때문에 그냥 가장 저렴한 것을 찾아 고르면 된다.


03 온라인에서 셀프 개통

여기부터가 진짜 헬게이트다. 주민번호로 실명 인증을 한 후 신용카드로 또 실명을 인증하라고 나오는데, 그 인증 단계에서 휴대폰 번호를 기재하라고 한다. 휴대폰 번호가 없어서 개통하려고 유심을 샀는데 없는 휴대폰 번호를 적어 나를 인증하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범용공동인증서로 인증하는 방법도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맥 유저이기 때문이다. 범용 공동인증서도 없거니와, 장담컨대 저기서도 문제가 생길것이었다.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건지 2시간 동안 여기저기 홈페이지를 뒤졌다. 없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상담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우선 첫번 째, 지인의 연락처를 적으면 된다고 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요금제 결제 시 나의 카드로 본인인증을 하라고 나오는데, 그 때 그놈의 휴대폰 번호를 또 적으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유심을 사지 못하도록 우회해서 강력하게 거절하는 것만 같다.

두번 째, SKT망은 해외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유심을 사고나서야 듣게 되었다. 대체 왜 제대로 정보기재가 되어있지 않는가. 나는 그렇게 SKT유심을 써보지도 못하고 KT유심을 한개 더 샀다. 자, 유심은 준비됐고 통신사에 따른 요금제도 다시 골랐다. 도돌이표처럼 같은 난관에 봉착했다.

아앗-이게 웬걸!

분노의 단계는 거친 지 오래였고, 이 때 나의 손가락은 생각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그저 맥북 위에서 타닥타닥 움직였다. 답변은 역사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니 휴대폰 번호가 없다고요. 그리고 나는 어떻게 되었나? 


04 실패

개통을 하지 못했다.

부모님이 내 민증을 가지고 대리로 가서 개통을 하면 가능하다고는 하다. 안 그래도 바쁘신데 민폐 끼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덤태기 씌워 비싼 것으로 구매하실 것만 같다. 나의 귀차니즘도 더해져 이 분투기는 포기로 끝을 맺었다. 3월에 한국에 들어갈 때 개통을 해 올 예정이다.

한국의 이 고질적인 휴대폰 인증은 해외 거주자들에게 많은 분노를 사고있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대체 언제쯤 다른 글로벌 기업들처럼 손쉽게 이메일로만 로그인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호주 데일리 라이프 & 비거니즘 콘텐츠 업로드: @genevieve_ji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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