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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순간

by 몽쉐르

평소 나의 심박변이는 18에서 20밀리초 사이를 유지한다.

그런데 5월 24일 아침 7시 10분, 66밀리초라는 기록 4년만에 화면 천장을 찌르는 듯한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날은 토요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야 했다. 주일 목장을 섬기고 있는 나는 남자 리더들과 함께 새벽에 모여 교육을 받는다. 평일에는 바쁜 가장들이라 시간을 내기 어렵고 주말은 가정이 있다 보니 서로 부담을 주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이시간 뿐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씻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에 올랐다.

“아… 귀찮다.” 가는 길 내내 그런 생각뿐이었다.

그럼에도 가는 목적은 맡겨진 일이고 모임 후에 가벼워지는 마음 때문이다.


6시 30분, 교육 장소에 도착했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며 한 주간의 삶을 나누는 시간.

7시가 되면 각 조별로 나뉘어 본격적인 목자 교육이 시작된다.

준비한 말씀을 함께 나누고,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할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이 시간은 언제나 의미 있고 좋지만, 단 한 번도 내 심박변이 수치가 20을 넘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날, 아이스브레이킹 질문으로 던져진 한 마디.


“아내의 반전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7시 10분.

바로 그 질문에 내가 대답하던 시간이었다.

심박변이 66밀리초. 그 수치가 찍힌 순간이였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아내를 살짝 띄워 주면서 유쾌하게 디스할 내용을 생각해 보았다.


“제 아내는... 참 느려요. 요리를 하면서 설거지도 하고, 동시에 정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하나 아주 천천히 하거든요. 뭐든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속도에는 잘 못 따라오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실수가 없고, 정확도가 높아요. 그게 반전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흥정을 진짜 잘해요. 어디 가서 손해 볼 사람처럼 보이는데, 해외여행 중엔 저보다 더 능숙하게 가격을 깎더라고요.”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마쳤다.


돌이켜보니, 그 순간이 즐거웠다.

아내에 대해 말하는 게, 평소의 감정과는 별개로, 내 몸에는 활력을 주는 일이었나 보다.

내 마음은 ‘그저 똑같다’고 느꼈을지 몰라도, 내 심장은 그 순간, 아내에 대한 생각을 에너지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쩌면 진심은, 말보다 몸이 먼저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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