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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Oct 14. 2024

섬에서 만난 마피아

뜻밖의 만남이 만들어낸 잊지 못할 하루

작은 배낭 하나만 메고 떠난 배낭여행이었다. 그때는 자유롭고, 세상 모든 것이 모험처럼 느껴졌던 시절이었다. 태국의 어느 섬, 뷰포인트를 향해 좁은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길가에는 '20바트'라고 적힌 작은 통이 놓여 있었고, 잠시 멈춰서야 했다. 주머니 속 10바트를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이걸 내야 하나?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안내문조차 없었다. 그때였다 갑작스레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올라가! 경치 끝내줘!”

뒤돌아보니 까무잡잡한 피부에 탄탄한 근육이 드러난, 시원한 웃음을 띤 남자가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그 미소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따뜻했고 순간 내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Thank you!” 짧게 인사한 후 그의 조언을 믿고 통을 지나쳐 그대로 길을 올랐다. 정상에 오르자 그는 틀리지 않았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꿈처럼 아름다웠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하나의 푸른 유리처럼 투명하게 끝없는 지평선을 그려내고 있었다. 자연의 장엄함에 잠시 말을 잃고 서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아까 그 남자가 다시 나를 불렀다.

“같이 놀자!”

그가 안내한 곳에는 네덜란드에서 온 두 남자와 그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낯선 이들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 처음에는 망설여졌지만, 모험심이 나를 부추겼다. 그들과 어울리기로 결심한 순간, 우리는 이미 하나의 팀이 되어 있었다. 술자리가 이어지자 그들은 자신을 '마피아'라고 소개했다. 순간 속으로 피식 웃었다.

‘이게 무슨 허세야?’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기려 했지만, 그 남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우리가 하는 일이 나쁜 건 아니야. 태국에선 우리 같은 지역 유지들도 마피아라고 불러.”

그는 바다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보이는 배들 보여?”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저 배들 다 내 거야.”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병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래도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어딘지 모르게 매력적이었다. 그는 갑자기 태국 무술 시범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힘찬 동작에 술자리가 더 활기차졌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더 즐거워졌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어두워졌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됐다. 태국 남자는 해변에서 예쁜 조개들을 모아 내게 건넸다. 그 조개를 보며 내가 또 하나의 추억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선착장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따라갔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그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 속에서 커다란 배가 나타났다. 나는 순간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거지처럼 보였는데, 정말 마피아였나?’라고 생각하며 얼떨떨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는 나를 육지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약간의 불안함이 있었지만 배에 올랐다.

가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하지만 육지가 점점 가까워지자 긴장이 풀렸다. 배에서 내릴 때, 그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년에 또 와!”

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며 고마운 마음으로 다음 여행지로 향했다.


정확히 1년 뒤, 나는 그 섬을 다시 찾았다. 마치 운명처럼 그는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함께 해변에 있는 리조트에서 맥주를 마시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그날 밤에도 그는 커다란 배로 나를 육지까지 데려다주었다. 그 미소와 배의 빛나는 모습이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여행이란, 이렇게 작은 만남들이 모여 더 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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