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쉐르 Nov 01. 2024

나, 이제 생일이 아니라 생신인가요?

생일과 생신의차이

생일이다. 누군가에게 축하받는 일은 기쁜 동시에 때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얼마 전, 학교 동료 선생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생신 축하드려요!”

낯설었다. 보통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듣는 게 익숙했던 나에게, 이 문자는 의외의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생신(生辰)'이란 주로 부모님이나 연세가 있는 어른들에게 쓰는 말 아닌가? 나와 정신연령이 비슷해 보이는 선생님에게서 이런 표현을 들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세 가지 질문에 빠져들었다.


첫 번째 질문, 내가 생신이라 불릴 만큼 나이를 먹었을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외적인 변화뿐 아니라 내면의 성숙을 의미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정말 나이를 먹은 걸까?” 주름이 늘고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가 있다. 시간이 흘러 성숙해졌다고 믿었지만, 혹시 단지 시간이 흘렀을 뿐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숫자로 표시된 나이가 나를 규정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질문, 그 표현을 들을 만큼 연륜이 쌓였을까?

연륜은 단순한 나이와는 다르다. 그것은 시간과 함께 쌓여가는 경험, 그리고 일관된 삶의 철학을 의미한다. 나는 그만큼의 무게 있는 삶을 살아왔을까? 왜? 여전히 세상이 낯설고, 매일이 새롭고 어려운 걸까? 나이는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많은 것에 미숙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세 번째 질문, 나이가 들면서 나는 얼마나 성장했는가?

나이는 우리의 삶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일 뿐, 내면의 성장과는 다를 수 있다. 나는 과연 나이가 듦에 따라 성숙한 내면을 함께 쌓아왔는가? 아니면 시간의 흐름에 그저 떠밀려 왔을 뿐인가? 생신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스스로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그저 나이를 먹은 것인지, 아니면 삶의 경험과 깨달음으로 내 안에 깊이 있는 성장을 이루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생일(生日)과 생신(生辰)의 차이

생일(生日)은 '세상에 태어난 날'을 뜻한다. 단순히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개인적인 축일이다. 그러나 그날은 나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다짐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반면, 생신(生辰)은 생일을 높여 부르는 말로, 특히 '신(辰)'은 천체의 움직임을 뜻한다. 이는 단순히 나 개인의 날이 아니라, 우주적 시간 속에서 나의 존재가 의미하는 바를 내포한다. 즉, 생신은 나 혼자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존재를 인정받는 순간이다.

결국, 생일에서 생신으로의 변화는 단순히 나이가 많아졌음을 넘어, 나라는 존재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계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선생님이 내게 생신이라 표현한 것은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내가 미친 영향을 존중하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제 나는 생일이 아닌 생신을 맞이하며, 나를 둘러싼 관계 속에서 내 삶을 더욱 성찰해야겠다. 내 삶의 궤적이 타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지 생각해 보는 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본주의 보상구조의 이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