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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네의 아침 그리고 작은 걱정들

5화

by 몽쉐르 Feb 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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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아침과 여유로운 산책

새벽 다섯 시,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한국에서 늘 일곱 시에 기상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던 탓일까. 피곤한 몸이 침대에 눌어붙어 있었지만, 다시 깊이 잠들지는 못했다. 그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뒤척이고 있는데 여섯 시쯤 예준이가 일어났다. 각자의 방에 있는 아내와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아내와 예온이는 이미 일어나 있었고, 부모님은 리조트를 천천히 산책하며 아침 공기를 만끽하고 계셨다. 여섯 시 반쯤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

무이네의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따뜻한 햇볕이 부드럽게 내리쬐고,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푸른 나뭇잎을 흔들었다. 공기가 상쾌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주변은 조용했고, 마치 우리가 이 공간을 온전히 차지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숙소 반대편에서 부모님이 천천히 걸어오고 계셨다. "풍경이 정말 예쁘구나!" 엄마가 감탄하셨다. "너희도 얼른 산책 좀 해 봐!" 빨리 이 아름다운 아침을 함께하고 싶으신 듯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 이제 일어났어요, 천천히 여유롭게 즐겨요. 여행 시간은 많잖아요."

아침 식사를 할 레스토랑은 약간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는 길에 피싱 빌리지가 보였고, 반대편에는 광활한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카메라에 담긴 이미지가 실제로 눈으로 보는 감동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웠다.     


요가 강사와 나의 걱정

가는 길에 한 요가 강사가 잔디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숙박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겠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아무도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강사는 조용히 혼자 몸을 풀고 있었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어떤 마음일까? 손님이 없어도 편안하게 나만의 운동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참여자가 없어 곧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을까?'

만약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도 초조해했을 것이다. 참여자가 없어 난처해하고, 혹시 이 자리를 잃지는 않을까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그 모습이 그저 평화롭고 고요해 보였다. 아침 햇살 아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스트레칭하는 그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걱정이란 게 참 묘했다. 내가 직접 겪는 문제는 커 보이고 불안하게 다가오지만, 남이 하고 있는 일은 그저 여유로워 보이는 것이니 말이다.     


완벽한 아침식사와 베트남 커피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실외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깔끔하고 다양한 음식들이 있었고, 우리는 각자 원하는 음식을 골랐다. 예준이와 예온이는 빵을 한가득 가져왔고, 어머니는 패션후르츠를 가득 퍼 담으셨다. 나는 평소처럼 식빵 한 조각에 달걀 프라이, 치즈, 베이컨, 신선한 채소, 그리고 과일 주스를 챙겼다.

시원한 아침 바닷바람과 새콤한 과일 주스가 정신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요거트 두 개에 패션후르츠를 듬뿍 넣어 먹었다. 역시 리조트에서 먹는 아침은 특별했다.

베트남 하면 쓰어다 커피 아닌가? 한국에서 커피를 끊은 지 오래되었지만, 이곳에서는 안 마실 수 없었다. 진한 커피에 연유를 듬뿍 넣고 얼음을 가득 넣어 한 잔 들이켰다. 바로 이 맛이었다! 한국에서 아무리 똑같이 만들어도 이 맛이 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물 때문일까? 아니면 여행지에서 마시는 기분 탓일까?

부모님께 커피를 권했지만, 아버지는 손을 내저으며 사양하셨다. 어머니께 한 잔 타 드리니 "이거 정말 맛있네!" 감탄하셨다. 다시 한번 아버지께 권했지만, 끝내 거절하셨다. 한 번만 맛이라도 보시지... 살짝 아쉬웠다.

일곱 시 반쯤 되자 레스토랑 입구에서 리조트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식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다니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귀에 감미롭게 스며드는 음악이 기분을 더 좋게 만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한번 리조트를 둘러보았다. 세련된 건물들, 요즘 감각에 맞게 꾸며진 수영장, 그리고 어디서든 그림처럼 펼쳐지는 풍경.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리조트의 규모는 꽤 커서, 정문까지 가려면 전기자동차를 타고 이동해야 할 정도였다. 시설은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연 친화적인 리조트를 선호하는 편이라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물놀이와 아이들의 변화

아이들은 수영장을 보자마자 빨리 물놀이를 하고 싶다고 들떴다. 오늘 하루를 힘차게 보내기 위해 아내와 함께 고함량 비타민을 하나씩 챙겨 먹었다. 작년 여름휴가 때 아침에 비타민을 마신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를 확연히 느꼈기에, 이번에도 철저히 준비했다.

숙소로 돌아와 재빨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직 여덟 시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미 몇몇 사람이 물속에 들어가 있었다. 처음 발을 담갔을 때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지만, 아이들은 금세 적응했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함께 물놀이를 즐기셨다.

아빠가 장난스럽게 물을 튀기셨다. 어릴 적 이후로 이런 장난을 쳐본 적이 없었는데, 순간 마음이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 역시 물을 튀기며 응수했다. 이렇게 넓고 여유로운 공간에 오니, 마음까지 넓어진 것 같았다.

예준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깊은 물을 무서워했지만, 1년간 수영을 배우고 나니 이제는 머리를 담그고 물속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자유형을 완전히 익히지는 못했지만, 깊은 물에서 떠다니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었다. 반면 튜브를 경험한 후로는 계속 그 안에서만 놀았다. '물놀이를 더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는데...' 싶었지만, 예준이는 그 자체로 재미있다고 했다. 결국 내 기준으로 재미를 정의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예온이는 작년에는 무서워했지만, 이번에는 구명조끼를 입고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둥둥 떠다니며 물을 즐겼다. 성장한 것 같은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예상치 못한 복통

한창 물놀이를 하던 중, 아내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속이 좋지 않다고 했고, 화장실에서 두 번이나 토한 후에야 겨우 괜찮아졌다. 나도 배가 아파 두 번이나 화장실을 다녀왔다.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제저녁 억지로 먹은 기름진 음식 때문인 듯했다. 여행 중에는 맛이 없더라도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억지로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직도 무의식 속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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