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떠난 느린 시간들(11화)
상쾌함과 함께 시작된 아침식사
현지 시간 다섯 시, 아이들이 깨어나 우리 부부의 침대로 뛰어들었다. 잠에서 깼지만, 더 자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를 건네고 다시 잠을 청했지만, 쉽지 않았다.
리조트 조식은 여섯 시 반부터 시작이었다. 어른들은 아직 한국 시간에 익숙해져서 모두 일찍 일어나 계셨다. 단체 카톡방에 메시지를 보내 조식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이른 아침이라 리조트는 고요했고, 바람 소리가 들려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은 분홍빛 꽃들이 즐비했다. 멀리선 파도소리가 들려왔다.아이들은 일어난지 오래된 것 처럼 활기찼다. 레스토랑은 층고가 높고 사방이 탁 트여 있었으며, 아침 햇살이 밝아 내부가 상대적으로 어둡게 느껴졌다.
이곳은 파리가 많아서인지 음식마다 망이 덮여 있었다. 음식을 담을 때마다 망을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오믈렛이 먹고 싶어 "Two egg, please."라고 주문했는데, 돌아와 보니 두 개가 나와 있었다. 아마 한 개당 달걀 세 개를 쓴 듯했다. 원래 계란 두 개로 오믈렛 하나를 만들어 달라는 의미였는데, 결국 두 개를 다 먹을 수밖에 없었다.
식빵에 잼, 치즈, 햄, 베이컨, 계란, 샐러드를 올려 먹고, 같은 방식으로 한 번 더 먹었다. 요거트에 패션후르츠를 듬뿍 넣어 두 번 먹고, 시리얼 한 그릇까지 비웠다. 과일과 아이스 쓰어다 커피로 마무리하니 배가 한껏 불렀다. 이 정도로 먹으면 점심을 건너뛰어도 저녁까지 배가 든든할 정도였다.
한낮의 여유 그리고 삼촌의 망고 사랑
조식을 마친 후 우리는 미니 바에 있는 과자와 맥주, 과일을 챙겨 비치베드에 누워 쉬었다. 아이들과 물속에서 놀다가 나와서 쉬기를 반복했다. 역시 아이들은 지칠 줄 몰랐다.
점심때가 되자 경연 삼촌께서 "밥 안 먹냐?"라고 물으셨지만, 다들 배가 불러 먹지 않겠다고 했다. 나도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식사하러 가자고 먼저 말했어야 했다. 나를 포함해 몇 명이 "배 안 고프다."고 하자, 결국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삼촌께서는 "나는 먹어야겠어!"라며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삼촌을 모셔다 드리고 씨푸드 볶음밥을 주문해 드린 뒤,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놀았다.
삼촌은 아침부터 "망고! 망고!"를 외치며 망고를 꼭 사야 한다고 하셨다. 베트남에 왔으면 망고를 원 없이 먹어야 한다는 주장이셨다. 혼자서도 꿋꿋하게 식사를 하고, 망고를 찾는 모습에서 주관이 뚜렷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프 투어 그리고 부모님의 새로운 모습
오후 1시에는 지프 투어를 예약해 두었다. 작년에는 한 대당 60만 동이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업체를 통해 50만 동으로 예약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서비스가 부족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현지 여행사 가격보다 조금 더 저렴한 수준이어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되어 리조트 앞에 가니 분홍색과 연두색 지프차가 대기 중이었다. 나는 작년에 경험해 봤기에 이번에는 동행하지 않고, 아버지께 필요한 금액과 일정 설명을 드렸다. 지프차 한 대에는 여섯 명까지 탈 수 있었지만, 우리는 세 명씩 두 대를 예약했다. 순간 "괜히 두 대를 예약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괜히 손해 본 느낌이 들어 찝찝했다. 하지만 아내가 "그래도 어른들이니 넓고 편하게 가면 좋지."라고 위로해 주었다. 완전히 위안이 된 건 아니었지만, 덕분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투어를 마친 가족들이 찍은 사진을 공유해 주셨다. 밝게 웃으며 다양한 포즈를 취한 부모님과 삼촌, 이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사진을 보며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 부모님의 표정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어린아이 같은 해맑은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연세가 60이 훌쩍 넘은 부모님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10대 소년·소녀 같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나는 부모님이 연로하시니 차분한 모습을 좋아하실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 편견이었다.
나 역시 40대 중반이지만 여전히 아이들과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부모님도 다르지 않으실 것이다. 부모님을 향한 내 시선이 어쩌면 틀에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부모님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스쳐 갔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가족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여전히 아이처럼 망고를 찾는 삼촌,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부모님. 나 역시 나이를 먹어도 이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무이네의 바람과 함께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