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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준 Mar 13. 2021

축구와 투자

축구는 사업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인다.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를 잘 파악한다면 돈이 흐르는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인기 종목 프로 스포츠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즐긴다. 자연스레 전 세계 각국에 팬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 스포츠 구단은 엄청난 경제력을 보유하게 된다. 축구 역시 다르지 않다. 축구는 투자의 여부가 팀의 성적을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 돌풍을 일으키는 다크호스가 있지만 대부분 구단의 규모, 투자의 규모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세계에서 가장 순위 다툼이 심하다고 평가받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 미국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구단들은 매년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를 감행해왔다.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이적료 단위가 100억에서 1000억 사이이기에 연봉을 포함한다면 더욱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특히나 최근 이적시장의 급격한 이적료 상승으로 네이마르와 음바페 같은 선수들은 3000억에 육박하는 이적료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승컵은 하나다. 그러나 거대한 규모의 투자를 하는 팀은 여럿이다. 코로나로 인해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일도 없어지자 구단은 더 큰 재정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함일까. 미국에서 넘어온 구단주들이 새로운 방식의 경영을 프리미어리그에 접목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투자 방식을 보면 축구팬들은 이렇게 느낄 것이다. ‘매년 우승하려는 팀 같지가 않다.’ 이 말이 틀리지 않을 수 있다. 그들은 투자의 적기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경쟁팀들의 상황, 팀의 경제적 여건, 당시 사회적 상황, 당시 팀의 전력 등 모든 부분의 조건을 고려해 우승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시기에 강한 투자를 한다. 그 이외에는 자신들의 현 상황을 유지할 정도의 투자를 한다. 이러한 방식의 궁극적 목적은 구단이 수입과 지출의 비율을 능동적으로 조절해서 구단이 투자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투자 방식을 프리미어리그에 도입하고 있는 두 유명 구단이 있다. 바로 최근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거머쥐며 저주를 끊어낸 리버풀과 포스트 벵거 시대에 길을 잃은 듯 보이지만 그래도 아르테타와 동행하기로 결정한 아스날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리버풀의 구단주는 펜웨이 스포츠 그룹의 설립자이자 우리에게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로 잘 알려진 존 헨리이다. 2010년 리버풀을 인수한 그는 팀을 재정비하기 위해 호지슨의 후임으로 팀의 레전드 케니 달글리쉬를 선임했고 하위권에 처진 리버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달글리쉬와 이어진 로저스가 만족스럽지 못하자 존 헨리는 2015년 10월, 위르겐 클롭을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클롭은 암흑기의 리버풀을 점차 안정시키며 16-17 시즌에는 4위권에 팀을 올려놨고 17-18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8-19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19-20 시즌에는 그동안 염원하던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리버풀에게 안겼다. 팀이 안정화되기까지 클롭의 눈부신 지도력이 주목을 받았으나 리버풀의 지원도 큰 몫을 했다. 알리송과 반 다이크, 파비뉴, 살라와 같은 클롭의 축구에 중심이 될 선수들에 대한 이적료를 아끼지 않았고 클롭이 지도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왔다. 보스턴을 강팀으로 만들었던 그의 미국식 구단 경영은 리버풀이 암흑기를 끝내고 이전 구단주에 의해 생긴 부채도 안정권에 접어들도록 도왔다. 그러나 새로 시작된 20-21 시즌, 존 헨리는 그간의 성공에 대한 만족한 것일까. 그간 강하게 해오던 투자보다는 조금은 수비적인 영입 전략을 펼쳤다. 조타와 티아고를 영입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주요 이적이 없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한 입장권 수입이 줄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도 있지만 조금 더 투자해서 완벽한 우승권 클럽으로 자리매김하는 팬들의 바람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다. 물론 시즌 초반 예기치 못한 수비진의 줄부상에 리그 운영에 차질이 생겨 겨울 이적시장에 급하게 몇몇 선수를 더 데려왔으나 반 다이크와 알리송 같은 빅 사이닝은 없었기에 다소 조용한 시즌이었다고 볼 수 있다. 리버풀의 이러한 행보가 재정적인 안정성과 자립, 투자에 적기를 노리는 운영 방식이 아주 잘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리버풀에 존 헨리가 있다면 아스날에는 스탄 크뢴케가 있다. 크뢴케는 덴버 너기츠와 콜로라도 래피즈의 구단주로 지냈던 인물로 2011년부터 아스날의 구단주로 일하고 있는데 존 헨리가 프리미어리그에 성공적인 미국식 경영 구단주라면 스탄 크뢴케는 팬들의 비판에 시달리는 구단주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크뢴케는 구단의 안정적인 자립이 최우선 목표이다. 아스날은 하이버리에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홈구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부채를 갖게 되었다. 벵거가 원래도 큰돈 쓰는 것을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구단의 부채를 같이 부담해야 하는 입장에서 더욱 유망주들에게 집중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아스날의 당시 상황이 어느 정도였는지 느낌이 온다. 크뢴케가 구단주가 된 이후 아예 빅 사이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어마어마한 이적료로 아스날에 입성했으나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니콜라 페페, 그 이전 꿀벌 군단의 날카로운 창이던 오바메양, 아스날의 마지막 월드클래스라고 불린 메수트 외질까지. 팀의 전력을 향상하기 위한 좋은 영입은 꾸준히 있었다. 물론 다른 팀들의 투자가 엄청나게 공격적이었던 것을 생각해 볼 때 아스날의 투자와 성적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크뢴케가 최근 들어 팬들에게 강하게 비판받는 행동의 원인이라 볼 수 있다. 결과가 잘 따라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까. 개인적인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아스날은 벵거 이후 흔들리고 있다. 아르테타와 동행하기로 노선을 정한 듯하지만 초짜 감독 아르테타에게 벵거와 같은 역량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팀이 강하게 흔들리자 팬들은 크뢴케의 과감한 투자와 팀의 중심이 되어줄 빅 사이닝을 원했으나 크뢴케는 지갑을 닫았다. 침체된 분위기의 팀, 흔들리는 경험 없는 초짜 감독, 지금은 반등했으나 아스날의 성적은 작년만 하더라도 곤두박질쳤다. 지갑을 열만 한 상황이지만 그는 달랐다. 팬들은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크뢴케는 아스날을 회사처럼 안정적인 상태로 바꿔 놓는 것이 목표였다. 외부의 슈가 대디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닌 아스날이라는 일종의 거대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윤을 내고 부채를 줄이고 손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구단을 운영했다. 아스날이 결과를 내진 못하지만 재정적으로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재정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장단이 있다. 스포츠 구단으로는 실패했지만 기업으로는 성공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스포츠에 있어서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결과가 모든 것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결과를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좋은 선수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단은 스포츠 구단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직장이자 하나의 기업체이다. 내가 좋아하는, 내 직장이 성공을 거두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부도가 나거나 망하지 않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 팬들의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안정성을 찾아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자기 직장이 부채에 허덕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마냥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구단 하나에 달린 목숨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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