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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슬립

by 온평

매일 아침, 봄의 숨이 멈추던 날부터 나의 하루는 시작했다.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봄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마주했다.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봄에게 잘 잤냐 묻고, 얼굴과 몸을 쓰다듬고, 이마에 뽀뽀하고, 배변을 돕고, 물과 사료를 먹이며 시작하던 아침은 이제 없다.


왜 그렇게 가버렸는지, 조금 더 함께 숨 쉬며 살 수는 없었는지,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아픈 건 다 나았는지, 과거로 돌아갈 방법은 정말 없을까,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할 텐데...... 아주 많이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꼭 안은 채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 마를 법도 한 눈물을 흘리다 삼켰다.


줄어들지 않는 물이 담긴 그릇을 치우고 깨끗하게 닦아 둔 그릇에 생수를 새로 담아 봄의 식탁에 올려 주었다. 봄이 살아있을 때는 나만 먹었던 음식들을 먹기 좋게 썰어서 곱게 담아 주며 인사를 건넸다. 밤새 잘 잤냐고, 좋은 꿈 꾸었냐고, 맛있게 먹고 오늘도 즐거우면서 무탈한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면 봄을 처음 만났던 날로 기억의 테이프를 되감아 글로 남기기로 했다. 봄과 함께 보냈던 순간들과 그녀가 주었던 사랑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져가지 않도록 차곡차곡 담아 간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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