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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보호기] 입양 의사를 밝혔지만 시애틀로 갑니다.

프롤로그

by 온평


크롱이 입양 의사를 밝혔지만 시애틀로 입양 갑니다.


제가 입양 의사를 번복했거든요. 빠르게 결정하지 못 한 제 잘못입니다. 두 마리의 강아지가 제 품에서 숨을 거두었기 때문에 또다시 겪게 될 죽음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여덟 살 개의 입양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입양을 고민하는 사이 시애틀에서 입양 희망자가 나타났습니다. 담당 활동가가 여러 번, 재차 입양 의사를 확인하셨지만 그때마다 입양할 수 없는 마음과 상황을 설명드리며 고민 중이라는 의사 표현은 하지 않았습니다. 깊은 고민 끝에 다음 날 아침, 입양을 희망한다고 했지만 이미 해외 입양이 확정되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정중하게 부탁드렸습니다. 한 마리를 취소하면 앞으로 한 마리도 입양을 못 보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지만 어렵게 구조한 개를 해외로 보내는 것보다 국내에서 살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저도 고집부렸습니다.


제 고집이 비도덕적이고 어리석다고 하셨습니다. 개와 개들을 1원과 1억에 비유하며 한 마리 때문에 정들어서 부리는 욕심이라고 하셨습니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돌봐주기로 한 결심이 욕심이라면 그 욕심 부리고 싶습니다.


(이럴 시간에 개 한 번 더 만져주는 게 보낼 동물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면서 전화를 뚝 끊으셔서 진심을 끝까지 전달하지 못하였습니다.)


크롱이를 위해서 한 번만 말해보면 안 되냐는 부탁에 화가 나셨는지, 몇 번이나 요청드린 국내 입양 홍보를 안 해주어 서운하다는 말에 화가 나셨는지, 입양이 취소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현실 확인에 화가 나셨는지, 어려운 구조를 하는 대형 단체가 개 한 마리를 위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걸 납득하지 못해서인지 언성을 높이신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대기업 사장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신 분이 저를 크롱이 임시 보호자가 아닌 선생님으로 부르신 데에 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입양 가게 될 가족과 환경이 제가 가진 것보다 크롱이와 맞다고 판단하여 그곳으로의 입양이 좋겠다고 하셨으면 저는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크롱이를 보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벌이 불쌍해서 꿀도 안 드신다는 마음이 크롱이에게는 닿지 못한 것 같아 몹시 안타깝습니다.


해외 입양은 한 번 결정 나면 번복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고 합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몰랐습니다. 그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간절함을 더해 부탁드리고자 한 전화에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한 소송하겠다는 말을 듣게 될 줄 몰랐습니다. 비도덕적인 제가 앞으로 마리는 어떻게 돌봐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두 마리의 강아지를 어느 별로 먼저 보내고 그리워하며 사는 2원짜리 삶도 이제는 어리석게만 느껴집니다.)


결코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지만 짧은 생각으로 임시보호를 한 것 같습니다. 정 주고 상처받은 가족들과 하루 더 고민해버려 해외로 입양 가게 된 크롱이에게 너무 많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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