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삼삼프로젝트 Oct 01. 2021

우리 동네에 자랑하고 싶은 베이글 가게, 스프링클베이글

[지극히 사적인 인터뷰 07] 귀엽고 쫠깃한 베이글을 만드는 사람들 

오목교 역에 내려 아파트 단지 쪽으로 걸어 들어가다 보면 귀여운 빵집이 보입니다. 바로 수제 베이글 상점 ‘스프링클베이글’입니다.


초입부터 귀여움으로 가득 차서 자꾸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 지고, 안에는 복작복작 베이글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벽면을 채우고 친구 집에 놀러 온 것 같은 아늑한 분위기가 반겨줍니다. 



어서 들어와! 한 입 베어 물어봐! 베이글도 도넛 못지않아...!


진열된 귀여운 베이글이 말을 걸어줄 것 같은 곳. 일단 들어와 맛을 보면 한 번만 찾아가게 되지 않을 거예요. 이미 당신은 귀엽고도 쫠깃한 베이글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삼삼삼프로젝트 인터뷰 중, 처음으로 두 명의 인터뷰이로 진행됩니다. 귀여운 것을 만드는 사람들, 가게 오픈 두 달 차, 이번 생에 사업은 처음인 김태호, 전승미 새내기 사장님 두 분을 만나보았습니다.


김태호(왼), 전승미(오)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스프링클베이클을 운영하고 있는 김태호, 전승미입니다.


스프링클베이글은 어떤 곳인가요?

(승미) 스프링클베이글은 오목교역 근처에 있는 수제 베이글 가게예요.

(태호) 베이글 하나로 유명한 가게가 될지, 가게를 뛰어넘는 브랜드를 만들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승미) 그러다 ‘Familiar, Easy, Refresh’ 세 개의 키워드를 담은 브랜드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친밀함을 줄 수 있는 공간(Familiar), 간결하게 먹을 수 있는 베이글(Easy), 마지막으로 방문해주신 분들이 여행하는 마음으로 들렀다 갈 수 있는 공간(Refresh)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으로 출발한 곳입니다.


가게 이름이 스프링클베이글이에요. 어떤 뜻인가요?

(승미) 처음 스프링클(Sprinkle)이라는 단어에 꽂힌 건 ‘뿌리다’라는 뜻이 좋아서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베이글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먹은 깨가 뿌려진 베이글이었거든요. 

(태호) 스프링클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참 좋은 거예요. 장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가진 가치를 뿌릴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거다! 

(승미) 베이글도 뿌리고~ 가치도 뿌리고~ 라임도 맞더라고요. 클, 글! 스프링 베이!(웃음)


그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승미) 저는 건축설계사무소에 다니다가 공간 기획 일을 했어요. 디자인 업무도 병행했고요. 그런데 일을 하면서 늘 아쉬움이 있었어요. 일에 가치를 더 담고 싶은데 내 것이 아니니 결핍이 생기더라고요. 결국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생각을 담으려면 내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태호) 저는 조경을 전공했어요. 조경도 공간을 다루는데 제가 작업을 했던 프로젝트의 스케일은 너무 커서 컨트롤할 수 있는 공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들어간 회사의 공간기획팀에서 승미 님을 만났어요. 공간 기획을 하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을 거친 작업물을 만들어보고 싶더라고요.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빵을 배우게 되었어요.


공간 기획자에서 베이커로의 방향 전환이 신선한데요?

(태호)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빵을 배우기로 결심했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성실히 반죽하고 구워낸 빵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주고 싶었달까요. 성실하면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죠.(웃음)



작지만 강력한 힘, 베이글로 사람들과 소통하다


수많은 빵 중에 베이글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승미) 캐나다 여행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전에 먹어보던 베이글이랑은 차원이 다른 거예요. ‘와 이런 음식이 있을 수 있다니!’ 놀랐어요. 여행의 모든 날 아침으로 베이글을 먹었어요. 올 때 양손 가득 몇 개의 더즌을 사왔어요. 냉장고에 얼려 하나씩 꺼내 먹을 때마다 몬트리올에서 여행할 때의 자유, 여유 같은 것이 느껴져서 행복했어요. 작은 빵이지만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태호) 실제로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해외 여행지에서 먹었던 베이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베이글을 소재로 각자의 경험이 모이는 것이 재밌고 신기해요.


솔솔 뿌려진 참깨 베이글!


사실 가장 궁금한 것은 두 분이 어떻게 함께 베이글 가게를 시작했는지예요.(웃음)

(태호) 저는 승미 님보다 먼저 퇴사를 하고 빵을 배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승미 님이 뭔가를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빵집에 들어가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살짝 있었는데 솔깃하더라고요.(웃음)

(승미) 처음에는 사무실 임대를 같이 하기로 했어요. 뜻이 맞는 사람들이랑 무언가 해보고 싶었거든요. 사무실을 구하기 위해 만났는데 대화를 엄청 오래 했어요. 각자 어떤 것을 해보고 싶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교집합이 생기더라고요. 베이글 가게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본 적은 없었거든요. 마침 태호 님이 빵을 배우고 있어서 협업을 해보기로 했어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다가, 동업을 하게 되고, 사랑을…? 

(승미) 하하(웃음) 각자의 꿈을 찾아가던 시기에 그렇게 되었어요. 

(태호) 저희가 알게 된 지 3~4년 정도 되었는데 워낙 친하게 지내서 전직장 동료들에게 사귄다고 하니까 믿지를 않더라고요. 


공간을 마련한다고 하니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태호) 맘고생하셨죠. 회사 잘 다니던 애가 빵 배운다고 하다가 굳이 코로나 시기에 빵집을 차린다고 하니 반대를 하셨어요. 맞는 말들도 있어서 설득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승미) 그러다 결국 공간을 만들게 되었는데 축하한다고 많은 분들이 방문을 해주시니까 의도치 않게 서로의 부모님을 뵙게 되었어요.(웃음)


목동에 공간을 마련하셨어요.

(승미) 네, 제가 오래 산 이 동네를 참 좋아해요. 평지라 걷거나 자전거 타기 좋은 동네예요. 크고 멋진 오래된 나무들이 많고 아파트 단지도 오래돼서 단지 사이사이를 걸어 다닐 수 있어요. 그리고 주거 인구와 상업 인구의 발란스가 좋고요. 도시 맥락적으로 좋은 곳이에요. 


이 공간을 찾는데 얼마나 걸렸나요?

(태호)  한 달 정도? 승미 님은 직접 가서 부딪치자는 주의고 저는 부동산 사이트에서 리스트업을 해서 전략적으로 움직이자고 했어요.

(승미) 태호 님이 전략가거든요. 엑셀표로 만들어서 공간마다 점수를 매기는 스타일이에요.(웃음)

(태호) 겨울이었는데 계속 나가자는 거예요. 저는 막연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부동산은 발로 뛰니까 답이 나오더라고요. 우연히 알게 된 정보로 운 좋게 얻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든 공간


공간 기획일을 하셨으니, 인테리어도 많은 도움이 되었겠어요.

(승미) 철거부터 시작해서 전기 시공까지 한 개도 빠짐없이 직접 했어요. 

(태호) 전기를 딱 켰을 때 엄청 뿌듯했었죠. 

(승미) 에디슨이 된 기분이었어요.(웃음)


쉽지 않은 시도였을 것 같은데요.

(태호) 사실 견적을 받아보긴 했어요. 지금까지 모은 돈을 다 모아도 인테리어 비용을 감당하기는 불가능했어요. 돈을 줄이는 방법은 몸으로 때우는 거더라고요. 

(승미) 저희도 처음 해본 작업이 많았어요. 오~ 이제 우리가 타일도 바르네? 오~ 전기도 연결할 수 있잖아? 하며 신났죠. 한편으로는 이제 누구나 직접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구나 느끼기도 했어요. 저희도 모르는 건 다 유튜브 보면서 따라 했거든요. 

(태호) 근데 문제는 거기에 체력을 너무 쓴 거예요. 지난날의 나에게 ‘너네 그거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것도 중요한데 더 중요한 게 남았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웃음)

(승미) 가게 계약 후 2개월 정도 준비 기간을 가졌는데 반 이상을 시공하는데 썼어요. 그때 놓친 것들이 있었어요. 가장 중요한 메뉴 개발, 사업자 등록 및 서류 작업 등이요. 전 회사에서는 누군가 그 일을 대신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어요.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태호) 주방 설비는 1200만 원, 권리금이 1300만 원, 공사 비용은 800만 원, 그 외 가구를 사는 비용이 추가되었어요. 셀프로 하면 공사비를 아낄 수 있지만 결국에는 시간이 들어가요. 그만큼 월세도 내야 하니까요. 책정해두지 않은 것들도 비용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더라고요. 재료 발주비, 메뉴 개발비 등등. 초기 투자 비용은 합쳐서 6천만 원 정도 들었어요.


직업으로서 공간을 대할 때와 내 공간을 만들 때 가장 달랐던 점이 있다면요. 

(승미) 회사에서는 회사의 니즈를 우위에 두게 되잖아요. 가끔은 거짓되게 일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제일 다른 부분이에요. 

(태호)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에서는 제안서를 만들고 3D로 설계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건너뛰고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좋아요. 완벽하지 않아도 우선 해보자는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는 것. 그러니까 더 자연스럽고 재밌어졌어요.



(승미) 그런데 오픈 날이 다가오니 점점 쪼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태호) 인테리어를 하면서 약간 들뜨고 취해있었어요. 저희가 익숙하고 잘하는 것을 마무리 짓고 나니까 가게 운영이 남더라고요. 쉽지 않은 일들이 눈앞에 닥친 거예요. 빵은 몇 개를 만들어야 하지? 몇 명이 오시지? 이런 것들을 몰라 우왕좌왕했어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스프링클베이글이 처음 문을 열었던 순간, 어떠셨어요?

(태호) 원래 승미 어머님이 첫 매출을 잡아주시기로 하셨어요. 그런데 저희가 정신없이 준비하고 있으니까 어머님이 오셔서 양파를 썰어주시고.(웃음) 그때 손님이 오셨어요. 첫 판매가 되니까 얼떨결 하고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걸 왜 사셨지?”

(승미) 너무 기분이 이상했어요. 앉아서 컴퓨터만 두들기던 사무직이었는데 누군가 우리가 만든 빵을, 우리가 디자인한 봉투에 담아서 가져가네? 근데 돈을 주시네? 기분이 묘했어요.


첫 오픈 시 목표 같은 것이 있었을까요?

(승미)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줘서 고마워요.”라는 말 들어보기!

(태호) 우리 동네에 자랑하고 싶은 베이글 가게가 첫 번째 목표였어요.


베이글만 파는 가게는 처음 와봐서 이렇게 많은 베이글이 있는지 몰랐어요. 베이글마다 캐릭터도 있다면서요?



(승미) 네, 다 자아가 있는 친구들이에요. 앞으로 천천히 공개하려고 해요. 플레인 베이글인 ‘baggy’는 조금 소심하지만 계속 자신에게 잘 맞는 크림치즈를 찾아가는 친구예요. 참깨 베이글인 ‘sammy’는 깨를 뿌리고 다니는 발랄하지만 살짝 민폐 캐릭터인데요. 저희도 깨가 떨어지면 약간 욕하면서 치우거든요.(웃음) ‘baggy’는 태호님, ‘sammy’는 저의 페르소나이기도 해요.



Good Bagles Only : 좋은 재료로 정직한 마음을 담아 내는 일


베이글은 몇 시부터 만드세요?

(태호) 빵은 전날에 반죽을 해둬야 해요. 마감하면 퇴근을 하는 게 아니고 다음 날을 위한 준비가 시작돼요. 저희는 쫄깃보다 쫠깃이라고 하거든요.(웃음) 호떡처럼 쫠깃한 베이글을 만들기 위해서 저온 숙성과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있어요. 캐나다산 초강력분과 프랑스산 밀가루를 사용하고, 12시간 이상 저온 발효,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중간에 솔드아웃이 되면 바로 빵을 만들어 팔기는 어려워요. 

(승미) 크림치즈도 직접 만들고 있어요.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 만드는데 2~3일이 걸려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에요. 그래도 정성이 들어가면 알아주시더라고요. 돌아가더라도 정직하게 담아드리고 싶어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솔드아웃인가요?

(태호)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학부모님들이 많이 와주셨어요. 생각보다 아이들도 베이글을 좋아하더라고요. 지금은 조금씩 입소문이 나서 동네 분들이 찾아주고 계신데 지난주에 인플루언서 분이 다녀간 뒤 먼 곳에서도 찾아주세요.

(승미) 처음에는 빵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버리게 되었는데 너무 아깝더라고요. 재고 관리를 못 한 거죠. 근데 식당을 운영하시는 저희 멘토분이 있는데 후지산만큼 버려야 성공할 수 있고 그래야 재고 수량을 맞출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솔드아웃되는 날이 있어서 감사하긴 하지만 멀리서 온 분들의 경우 서운해하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도 점점 적응해가는 과정 속에 있어요.

최대한 간결하게, 손이 더러워지지 않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베이글!


공간에 대한 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승미) 집 같은 아늑한 느낌을 만들고 싶었어요. 포스터도 방에 있던 거 떼와서 붙이고 테이블도 집에 있는 협탁 같은 느낌으로 했어요. 좁은 공간이지만 편안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는 데 성공했는지 모르겠네요(웃음) 


메뉴판을 한참 봤는데 커피는 없네요?

(승미) 사실 커피 찾는 분들이 너무 많았어요. 아무래도 옆집에서 커피를 팔고 계시기도 하고요. 저희가 초보 사장이라 메뉴 개발도 해야 하고, 샌드위치 같은 경우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드리거든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라 빵을 만드는데 더 집중하기로 했어요.


사실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은데, 그걸 지키고 실행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태호) 포기하는 것, 버리는 것, 그게 가장 어렵고 힘들었어요. 커피를 내려놓기, 홀 좌석을 내려놓기. 

(승미) 나중에는 커피도 포함한 지점을 내고 싶기도 해요.


공간이 크지 않아서 배치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아요.

(태호) 맞아요. 여기가 11평 정도 되는데 빵 만드는 주방 크기도 생각해야 해서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테이크아웃 매장이 낯설다 보니 왜 좌석이 없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아요. 

(승미) 두 테이블 정도 둘까 고민하다가 비좁은 공간에 앉아 있는 것보다 오히려 테이크아웃 하는 것이 산뜻한 경험일 수 있겠다 싶어서 테이블을 두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대신 테라스 공간을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노란 입구도 인상적이에요.

(승미) 네 맞아요. 레트로 느낌을 줄 수 있는 색깔을 고르다가 고르게 됐어요. 외부 페인트를 칠하다가 우연히 색을 칠했는데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우리가 좋아하는 게 뭘까 뭘까 하다가 여기까지 온 거예요.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 이런 공간이 만들어지니 신기했어요.



MBTI J와 P의 만남


두 분의 역할은 어떻게 구분되어 있나요?

(승미) 성향에 맞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나뉘었어요. 태호 님은 빵 만드는 일, 회계, 내실 다지기, 매뉴얼 만들기, 잔소리 하기?(웃음)

(태호) 승미 님은 디자인, 홍보,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일을 해요. 사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다 승미 님 덕분이거든요. 

(승미) 돈 걱정 없는 건 주로 제 역할이고

(태호) 저는 주로 돈 그만 써야 한다.(웃음)  


스프링클베이글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태호) 똑같은 퀄리티의 똑같은 빵을 매일 만드는 것.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발효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고 변수도 많은데 꾸준하게 퀄리티를 좋은 빵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제게는 제일 중요한 숙제예요. 

(승미) 찾아주시는 분들이 기쁜 마음으로 베이글을 사 가면 좋겠어요. 베이글이랑 크림치즈를 하나씩 사고 싶을 텐데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재료를 아끼지 않아서 원가가 높거든요. 크게 이윤이 남지 않더라도 많은 분들이 저희를 찾아주시고, 맛있게 드셔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가 귀여운 것을 좋아해서 스티커도 무료로 나눠드리고, 공간과 어울리는 굿즈도 제작하고 있어요. 좋은 가격과 예쁜 포장,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는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하기 정말 잘했다! 싶은 순간이 있나요?  

(승미) 잘 오픈했다, 맛있다 등 인정받는 말들을 들었을 때요. 내가 생각한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게 될 때 행복해요.

(태호) 저도 좀 비슷한데 제가 내향적이어서 저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브랜드를 만드니 연락이 안 되었던 친구들도 연락을 주고 많이 찾아와 줬어요. 저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생겨서 좋아요.



오픈 후 두 달이 지났어요. 마음이 어때요?

(승미) 실감하는 과정 중에 있어요.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것을 찾는 성격이라 넥스트를 생각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초반에는 걱정보다는 일단 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이제 디테일을 조금씩 보게 되었어요.

(태호) 사실은 살짝, 너무 평탄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리뷰도 좋은데 좋지 않은 리뷰가 달릴까 봐 신경 쓰이고 긴장이 되더라고요. 첫 상처(?)를 빨리 당해보고 싶기도 해요. 마음을 단단하게 지키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빵을 만들고 싶어요.


자신만의 공간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태호) 지금부터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조금 더 일찍 투자해서 모았더라면 공간이 더 진정성 있고 풍성했을 텐데, 저는 좀 아꼈거든요. 

(승미) 진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아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이런 것들. 무얼 할 때 행복한지 따라가다 보면 그것들을 공간에 녹여낼 수 있을 거예요.



이곳에 오는 분들에게 스프링클베이글이 어떻게 기억되면 좋겠나요.

(승미) 특별하게 마음먹고 오는 곳이라기보다는 일상 속에 스며드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아, 오늘 아침으로 베이글 먹을까?”하며 떠올릴 수 있는 곳이요.

(태호)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피크닉 갈 때, 자전거 타는 길에, 집에서 일을 하면서 등등 각자 일상 속으로 베이글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테이크아웃 매장이 가지는 힘인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승미) 스프링클베이글은 프로젝트성으로 만든 첫 번째 브랜드예요. 이런 브랜드를 늘려나가는 게 장기적인 목표예요. 우리가 함께 즐기고 싶은 콘텐츠를 각각의 브랜드에 담아보고 싶어요. 단기적으로는 스프링클 매장을 잘 유지하고 싶고요.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베이글 가게도 내고 싶어요.

(태호) 아직 스프링클베이글에서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을 다 보여드리지 못했거든요. 베이글을 먹을 때 같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보려고 해요. 굿즈가 될 수도, 영상이 될 수도, 어떤 콘텐츠가 될 수도 있어요. 작은 공간이지만 작지만은 않은, 풍성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사장님, 지금 행복하신가요?

(태호) 아까부터 이 질문 답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웃음)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잔잔하게 지금처럼만. 이 행복이 커지거나 작아지길 바라지 않아요. 지금처럼만 행복하면 좋겠어요.

(승미) 아마 그럴 거라고 짐작하셨겠지만(웃음) 너무 행복한 과정 중에 있어요. 성장해가는 기분이 좋거든요. 계속 도전하며 성장하고 싶어요.

(태호) 휴일에 인터뷰를 하니까 대답이 달라지는 거 같은데요?(웃음) 저희 어제 푹 자고 왔거든요!




인터뷰를 하면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드는 조화로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태호 님이 쫠깃한 베이글이라면, 승미 님은 그 위에 올라가는 다채로운 크림치즈 같았달까요. 탄탄하게 받쳐주는 기본의 맛과 변화를 줄 수 있는 다채로운 맛의 합. 서로 다른 부분을 맞춰가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건강한 관계를 보니 앞으로의 스프링클베이글이 너무나 기대되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우리 동네에 자랑하고 싶은 베이글 가게'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오픈할 때의 목표를 말하며 두 분의 눈이 반짝이는 걸 보았습니다. 고맙다는 말, 자랑스럽다는 말이 이미 오가고 남았을 공간에 있으니 저도 모르게 괜스레 뿌듯해졌습니다. 가게에 있는 베이글을 맛보고 나니 뿌듯함은 사라지고 괜히 억울해지던 걸요. ‘아, 내 일상에 베이글이 스며들 준비가 되었는데 우리 동네에 없는 것이 비통하다!’


살짝 억울한 마음으로 자주자주 이곳에 오고 싶어 졌습니다. 지금은 11평 작은 공간이지만, 이 공간에서 승미 태호, 태호 승미가 만들어낼 무한한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두 분이 걸어가는 앞날에 늘 다정함과 사랑이 스프링클 되길! 


스프링클베이글 인스타그램 @sprinklebagel



기획 및 글: 라씨&리에

사진: 지노




삼삼삼 프로젝트의 시작

한 때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지만 지금은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셋이 모였습니다. 간헐적으로 만나던 셋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한 달에 한 번 지극히 사적인 인터뷰를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사적인 인터뷰의 대상은 자꾸 찾아가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공간 뒤에 숨은 이야기를 자꾸 묻다 보면 공통의 것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우리의 느슨하고도 소중한 프로젝트의 시작이 누군가에게 새로 시작할 용기와 영감이 되면 좋겠습니다.


인스타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samsamsam.project

작가의 이전글 지친 마음을 쉬어가는 곳, 옥수동 팔자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