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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점 책방지기 May 04. 2022

시골서점 책방일기

5월의 책방은 가정의 달 특수일까요. 아님 가난의 계절일까요.

월말과 주말이 지나면 책방은 또 다른 색깔이 됩니다.     

일요일은 휴무입니다. 뭐, 아직 제가 배가 덜 고파서 일수도 있지만 일요일 쉬고 싶어지더라구요. 직장생활부터 자영업 통틀어 일요일 쉬게 된지가 채 3년이 안되다 보니 더욱 간절한 빨간날 휴무입니다. 이번주는 어린이날이 목요일이더군요. 저희 아이를 보니 금요일까지 재량 휴업일로 학교를 가지 않게 되더군요.      

이럴 땐 다들 실외에서 바람 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질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더군다나 실외 마스크 착용의무가 해제된 바로 첫주에 다가온 징검다리 휴일이니까요. 유구읍에는 아직 봄에서 초여름으로 이어지는 수국 축제 준비가 완료되지 않아서 방문객은 그닥 일듯 싶긴 합니다. 때되지 않은 때에 수국 꽃을 피울 수는 없겠죠? 제맘 같아서는 수국 꽃을 닥달해서 연휴동안 활짝 피어나길 요구하고 싶습니다만, 실현 불가능하다는 건, 뭐.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5월 초는 가정의 달 행사가 많은 때입니다. 5월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장난감이 딸려있는 도서나 아이들이 평소 가지고 싶어하던 도서를 선물하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어나죠. 세종시 소담서점만 해도 어린이날 선물로 세트 도서를 문의하시는 분들이 꽤 있으시더라구요. 아쉬운건 세트 할인을 원하시는데, 세트 할인 적용이 어려운 도서들이 많아서 탈이지요. 

출판사에서 재정가로 내놓은 도서가 아니면 서점 임의로 세트할인 적용은 어렵거든요.      

문의전화를 받아서 가장 힘빠질때가 바로 “책값얼마에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 입니다. 도서정가제이기도 하지만, 서점운영 6년차 책방지기의 경험상 보자면 도서의 가격을 묻는다는 건 최저가 검색에서 밀리면 안사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거든요.     

그러니 정가로 할인 없이 판매하는 시골 서점의 운영이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도서정가제로 책을 안읽는 분들이 늘어난다고 한탄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역서점을 위해서는 도서정가제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도서가격이 정해졌다고 공급율이 정해지는 건 아니니까요. 도서정가제가 폐지된다하더라도 문화다양성과 출판사업의 유지 및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출판사의 공급률을 초대형 서점들과 작은 지역서점을 균일화 하는 중간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값의 할인이 많으면 정말 많이 사서 볼까요?     

오히려 지나친 할인으로 인해 작은 중소서점들이 사라지고 대형서점과 출판사의 협업을 통함 기획도서의 출간만 늘어나지 않을까요? 컨텐츠라는 것은 결국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로 제작해서 유통시켜야 하는 거니까요.      

책방지기인 저도 가끔 텀블벅에서 제작하는 도서를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수집하곤 합니다. 텀블벅에서 만들어지는 도서들의 아이디어가 참신하기도 하고, 한번 제작 시기를 놓치게 되면 다시 구할 수 없는 도서가 대부분이거든요. 지금도 제 책꽂이에 금박 장식이 어여쁜 [천사소개록]이라는 텀블벅 제작도서가 꽂혀있습니다.      

이렇게 구매하는 도서들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보기보다 매니아 층만 집중적으로 구매 소장하게 되겠지요. 도서관으로 유통되기도 어렵구요. 그러다보면 결국 천천히 그 저작물이 사라져갈거구요. 개인적으로 도서관이 고대에 생성된 도서의 보관과 상속이라는 개념에서 아직 필요한게 아닌 가 싶습니다. 소량 소규모로 유통되는 도서들이 모이면 인류의 아이디어 뱅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책을 너무 사랑하는 책방지기의 헛소리일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도서정가제 폐지를 지지하시는 독자분들께 몰매맞을까 살짜쿵 두려워지거든요. 저도 책방을 운영하기 전에 도서정가제 폐지 직전 최대폭 할인 도서를 꽤 많이 구매했었습니다. 그때 그 도서가 희귀도서가 되어 제 뿌듯함이 되어주기도 하죠. 하지만 정성스럽게 만든 도서의 정가를 한껏 올려 책정한 후 대폭 할인을 해야 판매가 되는 이상한 구조의 출판시장이 다시금 나타난다면 그것 또한 불행한 일일 듯 싶습니다.     

아. 다시 어린이날로 돌아와서요. 어린이날 특수는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신도시에서나 일어나는 일입니다. 유구서점의 경우는 해당사항이 그닥 없을 듯 싶어 좀 서글픕니다.     

유구읍은 인근 초등학교 전교생이 100명이 안되는 작은 읍지역입니다. 이런 곳에서 유아동서가 판매되려면 부모님을 방문하는 귀향객이 있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말에 유구읍에서 나름 큰 하나로마트에 가보면 조부모님들과 장보러 나온 손주들이 꽤 보이거든요. 아무래도 손주들에게는 지갑이 쉽게 열리기 마련이니까요. 저희 부모님들도 그러시는걸요. 다만 이런 얄팍한 상술로 도서를 판매하기에는 지역정서에 좀 어긋나지 싶습니다.      

중학생들의 시험이 끝난 시기라 그런지 하교길 학생들의 방문 시간이 일러집니다. 출근길 이미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지나가는 걸 보면, 제가 한발 늦은 게 분명합니다. 오늘의 매출은 0에 수렴할 것 같은 불길할 예감이 저를 덮칩니다.      

희한하게 징검다리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루건너 하루씩. 서점 문을 닫으면 안된다는 고객분들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걸까요. 그저 하루종일 개인 작업만 하던 중 자포자기 심정으로 퇴근하려 하면 꼭 방문하셔서 도서를 구입해가시는 걸 보면 말입니다. 딱 이틀에 하루입니다. 하하. 이맛에 시골 서점합니다. 희망고문의 매일 반복이 중독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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