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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다 Apr 18. 2023

3년 치  감기를 일시불로 긁었나

3월 17일.

잠에서 깨 침을 삼키자 목에서 따끔하며 통증이 느껴졌다. 설마 했으나 오후로 넘어갈 즈음 침을 삼킬 때마다 귀 안에서도 경미한 통증이 일어났다. 편도선도 점점 더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국 동안은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감기에 걸렸다. 


3년 만의 감기다.




그 뒤로 증세가 호전되었다가 도로 악화되길 반복하며, 그리고 목감기에서 코감기로, 그다음엔 몸살감기로  모든 증상을 두루 돌아가며 오늘까지도 감기에 시달리는 중이다. 

어젯밤엔 으슬으슬한 기운에 자다 깼는데 이후로 열이 슬금슬금 오르더니 오늘은  다시 목감기  증상이 심해져 버렸다.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기분이다.


출근길에 종합감기약을 한 통 샀다. 처음엔 바이러스 싹을 빠르게 잘라버리겠다며 병원에 갔지만 차도가 전혀 없어 그냥 집 앞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사 먹기 시작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감기가 낫질 않으니 오늘로 4번째 방문이었다. 이쯤 되면 약사가 나를 기억하지 않을까. 몸 관리를 얼마나 엉망으로 하길래 저 모양이냐고 생각할까 봐 괜히 신경이 쓰인다. 약국을  바꿔야겠다.


한 달 내내 골골대는 나를 봐왔던 직장동료가 오늘은 내 잿빛  얼굴을 보자마자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오는 게 어떻겠냐 물었다. 그럴까? 가방에서 지갑과 핸드폰만 꺼내 들었다가 도로 자리에 앉았다. 겨우 이 정도로 수액은 무슨. 오늘은 일단 증세를 지켜보고 더 심해지면 내일은 수액을 맞아보겠다 하니 동료가 한 마디를 던졌다.


병을 키우는 타입이군




아무래도 아까 괜한 객기를 부린 것 같다. 저녁이 깊어지면서 콧물이 줄줄 나오고 머리도 어질어질한 것이 오늘 밤에 된통 아플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나이를 먹는 게 이래서 서럽다. 잘 아프고 잘 낫지 않는다. 고작 감기에 한 달이 넘도록 이 고생이라니. 마흔은 아프고 서럽다.

내일은 눈뜨자마자 정말 수액 맞으러 병원에 가자. 선생님, 좋은 놈으로 한 병 놔주세요.


그전에 일단은 고춧가루 팍팍 쳐서 얼큰한 라면을 끓여 먹어야겠다. 시뻘건 고추 맛 보고  제발 놀라 달아나라 이 놈의 징글징글한 바이러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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