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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tia Veritasque Sep 16. 2022

호랑이 기운 넘치는 그만의 사랑 이야기

KWON IN HA - 권인하

Tracklist

A Side
01. 내가 왜 이럴까
02. 사랑을 잃어버린 나
03. 이 길을 따라
04. 사랑을 알게 될꺼야

B Side
01. 그대 내곁에
02. 슬픈추억
03. 차가운 목소리
04. 사랑이 하나뿐이랴
05. 고향생각

내가 왜 이럴까 구름 위에 떠 있나 봐
종이배 띄워 소식 전해야지


YouTube를 위시한 영상 SNS가 발달하면서 수많은 영상들이 재조명받게 됩니다. 특히 음악 팬이라면 희귀한 라이브나 방송에서 미공개된 영상 등을 보다 쉽게 접하게 되면서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재발굴된 한 영상이 있습니다. 2001년으로 추정되는 영상 속에서 데뷔 3년 차인 박효신과 그의 소속사 사장님이었던 권인하가 함께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세상'을 부르는 무대입니다. 그 영상은 이후 권인하에게 '천둥호랑이'라는 별명을 안겨주게 되죠.


텅 빈 가슴 출렁거리며
또 다른 시작이 오겠지


우리 밴드 시절과 마찬가지로 권인하의 1집 역시 사랑을 노래합니다. 통 사랑을 노래한 곡들은 곡의 분위기, 코드 진행, 가사 등이 한 방향으로 함께 흐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본작에 실린 긍정적인 내용의 곡들은 뭔가 좀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첫 곡인 '내가 왜 이럴까' 이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심정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데, 가사만 보면 흡사 그 사람 생각에 이불킥하면서도 보고 싶어서 안달 내는 청소년 혹은 청년기의 누군가를 그리게 됩니다. 풋풋함과 설렘의 정서랄 수 있겠습니다. 반면 3박자의 민요조 느낌으로 진행되는 곡의 분위기는 달달함이나 설렘보다는 뭔가 절박하고 자뭇 비장함까지 느껴집니다. 어쩌면 이것이 호랑이의 연정일까요? 왠지 댓글로 '부장님 마음 가져간 그분 빨리 안 나타나시면 마을이 쑥대밭 되겠네' 같은 말들이 적힐 것도 같습니다. ^^


한 곡 건너 실린 '이 길을 따라'의 경우 연인에게 건네는 이야기로 후렴부 가사가 너무나 기분 좋게 들리는 곡입니다. 이 곡 역시 중간부 가사인 '지나온 이야기 전해 주고 싶네 숨김없는 나 슬픈 기억까지도 많은 방황과 고독 견디며  적막의 막다른 길모퉁이에서 소리 없이 흘러내리던 사나이 눈물'을 보면 일관되게 스윗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가사와 같은 시간을 지나왔기에 담담하게 '우리 선택한 이 길을 따라 함께 손을 맞잡고 우리 선택한 이 길을 따라 함께 영원히'라고 다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B 사이드에도 위의 두 곡 못지않게 특한 '사랑이 하나뿐이랴'라는, 제목부터 남다른 곡이 있습니다. 루지한 느낌 한껏 머금은 이 곡은 80년대에 나온 노래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MZ 세대스러운 마인드의 가사여서 개인적으로는 처음 들었을 때 놀라움이 컸습니다. 연 셋 리스트에 든다면 권인하 특유의 화끈한 샤우팅을 선보이기에 가장 좋은 곡이지 않나 싶습니다.


조용한 밤거리엔 이슬비 내리고
내 가슴엔 슬픈 추억이


밝은 사랑의 노래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구성을 선보이는 반면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다루는 노래들은 아주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작의 타이틀 곡인 '사랑을 잃어버린 나'는 권인하가 대중음악계에 뮤지션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해 준 곡으로 의미가 남다른 곡입니다. 배 가수인 이광조가 먼저 취입했고, 이후로도 여러 가수들이 커버할 정도로 권인하의 대표곡이죠. 잔잔하게 상황을 묘사하는 초반부를 지나,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아파하는 심정을 노래하는 후렴까지 기승전결 구도와 정서의 흐름 모두 깔끔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특히나 후렴부는 권인하 특유의 시원한 발성으로 그 애절함이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권인하 스스로도 의미가 남다른 곡이라 한 만큼 솔로로서의 첫 행보인 본작의 타이틀로도 적격인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사랑을 잃어버린 나'와 자매 곡이라 여겨지는 '슬픈추억'은 B 사이드의 2번째 트랙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곡의 후렴부 가사가 바로 앨범 자켓 상단에 쓰여 있는 글귀입니다. 이것만 봐도 이 곡이 본작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느껴집니다. 동시에 이 앨범을 제작하며 권인하가 의도한 주된 정서가 저 가사에 묻어난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가사 마지막의 '어둡고 초라한 내 방 빈 곳에 하얀 촛불 밝히네'는 일견 추억으로 헛헛한 마음에 채울 것이 없다는 의미로 보이지만, 다르게 보면 그저 어둡게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촛불로 밝히고 빛으로 채운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서 언급한 긍정적 사랑의 정서들로 이어질 수 있게 됩니다. 이걸 보면 앞서 보았던 '이 길을 따라' 중간부의 무거운 가사가 왜 등장하는지가 이해가 됩니다.


그런가 하면 '사랑을 잃어버린 나'와 더불어 권인하가 작사/작곡한 '사랑을 알게 될꺼야'와 B 사이드의 '차가운 목소리'는 비교적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주된 정서는 반대이지만, 바로 위에서 다룬 두 곡과 함께 '권인하 표 발라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새로운 시작 모두의 기쁨 속에서
우리의 행복한 내일 영원히 간직하리니


지난 우리(WE) 활동 때와 비교했을 때 본작에서 보다 더 두드러지는 특징은 '호랑이 기운'입니다. 제목 보면 유재하가 생각나는 '그대 내곁에'는 플룻이 차분히 흐르는 그 노래가 아닌, 신스 사운드와 시원하게 때리는 스네어, 굵직한 베이스가 일품인 곡으로, 가사 역시 연인과의 희망찬 미래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우리(WE)의 음악적 특징인 신스 락(Synth Rock) 스타일을 가져와 더욱 락(Rock)적으로 발전시킨 곡입니다. 드럼 비트 역시 일반적인 8비트가 아닌 중간에 16비트로 하이햇을 쪼개면서 듬을 더 실어주고 있습니다. 라이브에서 더 파워를 가미한 편곡으로 선보이면 관객들의 마음을 뻥 뚫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 곡인 '고향생각' 역시 파워풀한 연주에 겨운 노래로 시원함을 더해주는 곡입니다. 통 고향을 생각할 땐 아련함의 정서가 주를 이루지만, 이 곡은 설렘과 함께 고향에 간 상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차오르는 행복을 표현한 듯합니다. 더불어 이 곡에선 모든 세션들이 앨범 전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각자의 솜씨를 뽐내고 있어서, 공연에서 세션들의 솔로를 들려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흐르는 달빛에 내 마음 실어서
이제는 가리라 사랑이 있는 곳 어디라도


저는 '락커'를 좋아합니다. 수많은 장르의 보컬들 중에서도 가장 커버할 수 있는 장르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음반으로 막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권인하는 9곡 안에서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색깔들을 훌륭하게 선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로 벌써 34주년이 된 이 음반이 내년에 35주년을 기려 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까닭입니다. 다른 가수들의 노래들조차 본인 노래처럼 만들어 버리는 권인하가 원래부터 본인의 곡들 안에서 어떤 Feel과 에너지를 보여주는지를, 모쪼록 더 많은 청자들이 알기를 바랍니다.


Recommendation

- 내가 왜 이럴까

- 사랑을 잃어버린 나

- 이 길을 따라

- 그대 내곁에

- 슬픈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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