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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카제 Jul 15. 2022

[주택살이 5] 벌레와 함께 살기

다른 생명과의 동거가 행복해지는 법! 


벌레, 진짜 많나요? 

많은 이들이 주택살이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벌레와의 동거일 것이다. 나의 주택살이를 처음 알게된 주변 사람들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벌레에 대한 것이다. 난 항상 그 질문에 미소로 답한다. 


우리 집 앞은 바로 산이다. 동백을 가로지르는 석성산을 마주하고 있기에 거실창만 열어도 집 안에 초록숲을 들일 수 있다. 이 점이 가장 큰 매력이면서 이사 오기 전 나의 걱정이기도 했다. 까만 몸통으로 맹렬하게 달려드는 산모기는 없을까? 이름 모를 벌레들이 우리집을 제집 드나들듯 하면 어쩌나. 이런 걱정을 전 집주인에게 털어놓았을 때, 손사래를 치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때 그때 달라요!

결론적으로 벌레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우리 주택단지의 경우, 용인시에서 정기적으로 방역을 한다. 계절이 바뀌기 전, 방역차가 동네를 돌며 하얀 연기를 뿜어낸 덕분인지 모기와 벌레들이 특별히 많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같은 주택이라도 마당을 어떻게 구성하냐에 따라 벌레의 양과 수준은 다른 것 같다. 

당연히 벌레들이 좋아하는 나무와 풀, 꽃과 땅이 많다면 벌레도 다양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딱 일부분만 협소하게 정원을 꾸민다면 벌레 걱정은 그리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마당은 잔디와 풀이 많고, 꽃나무와 과일나무도 있어서 다른 집에 비해 곤충류가 좀 많은 편이다. 꽃이 지천에 핀 계절에는 벌들도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다 데크와 마당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가끔 문을 열어놔 파리 등이 들어올 때는 있지만, 벌레와 우리의 삶의 공간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우리집 벌레 이야기

우리집에는 거미가 많다. 거미가 많으면 다른 벌레들이 적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우리집에 서식하는 벌레의 종류가 그리 많지는 않다. 

거미들도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을 한다. 데크 천장, 모퉁이, 나무가지와 가지 사이 등 정말 성실하게 한땀 한땀 친 거미줄을 제거할 때면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정성들여 제 할일을 하는 것이니 칭찬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비온 뒤에는 디딤돌에 지렁이가 올라와 몸을 말리기도 한다요. 벌레를 그렇게 싫어하던 아들도 이제는 일광욕중인 지렁이를 마주쳐도 그렇게 호들갑스럽진 않다. 


주택살이는 자연을 들이는 일!

주택살이는 내 집에 자연을 들이는 일이다. 그러니 자연에 속한 것들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풀냄새, 흙내음, 계절마다 피는 예쁜 꽃들의 친구가 벌레들이니 말이다. 자연을 받아들이는 일은 흙도 묻고, 땀흘리며 잡초도 뽑고, 벌레도 마주하는 조금은 귀찮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자연이 준 아름다운 선물을 오롯이 누릴 수 있기도 하다. 

꽃은 이쁘고, 벌레는 징그럽다고? 

이 아이들도 자주, 오래보면 이쁘다. 이쁘진 않더라도 싫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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