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오고 5년 동안 자차로 출퇴근했다. 새벽시간 서두르면 1시간 정도로 가능하고 비 오는 월요일은 2시간도 각오해야 한다. 다행히 운전을 싫어하지 않고 그 시간을 나만의 공간과 시간으로 활용하니,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런데 최근 유류비가 오르고 신분당선이 나의 직장과 닿는 9호선과 연결됐다는 얘기에 대중교통 출퇴근을 처음 고려하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 동네를 무척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할 지경이다. 이곳은 자연친화적이긴 하지만 교통 편의와는 거리가 멀다. 용인의 고질적 문제인 지하철이 없기에 대부분 버스 또는 자차를 이용한다.
아침 버스는 예측 가능하고 강력한 전용차로가 있어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퇴근시간은 도로 상황에 나를 오롯이 맡겨야 한다. 일찍 퇴근을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버스 도착시간부터 도로 상황까지 변수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자차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날 데려다줄 수 있는 지하철의 가치는 3번의 환승에도 충분히 도전해봄직했다.
시간도 자차 퇴근과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 이번 주 대중교통 출퇴근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시범으로 1~2번 해보려 한 날 매일 버스로 가게 한 원동력은 뭘까? 가만히 생각해봤다.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Door to Door의 편리함을 포기한 것이나 시간은 맞추나 앉아가기 힘들고 가끔 모르는 이들의 숨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출퇴근길 지하철 상황. 육체적으로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략 하루 1만 원을 아낄 수 있고, 매일 1만보를 채움으로 다이어트와 운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5일이나 가능하게 한 근원적 힘은 순전히 나의 자발적 선택에서 나온 긍정의 힘이었다. 타의나 상황에 의해서가 아니기에 닥친 현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힘, 문제보다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것, 낙관적인 마인드셋 등이다.
만약 누가 시켜서, 아니면 경제적 이유 등의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천근만근의 몸을 하고, 이 먼 거리를 출퇴근해야만 하는 나의 신세 한탄을 하기 바빴을 것이다. 긍정적 마인드를 가져보라는 누군가의 충고는 물정 모르는 공허한 좋은 말 정도로 들리면서 말이다.
우리의 삶 속에 많은 일들을 자신의 선택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피치 못할 일이라 하더라도 상황이나 남을 탓하기보다 최대한 자신의 결정으로 끌고 들어오는 현명함과 결단이 필요한 듯하다.
어제 퇴근길, 동백역에 내려 주택단지로 걸어가는 동안 흙냄새, 졸졸 흐르는 작은 시내, 이름 모를 들꽃들과 만났다. 내 두발로 오가는 출퇴근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