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 n latin 10
초반에 이야기했던 글꼴의 뉘앙스를 결정짓는 다양한 요소들 편에서 나왔듯이 글꼴의 종류는 다양하며, 각기 다른 표정과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글꼴들 중에서 사용할 상황에 어울리는 글꼴을 선택합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스크립트 계열의 글꼴들은 펜으로 쓴 형태를 글꼴로 옮겨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고 있습니다. 이 계열의 글꼴들은 화려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글꼴도 매우 많아 초대장이나 메뉴판 등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스크립트-Script
스크립트 계열의 글자들은 손으로 쓴 글씨를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손글씨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직접 쓴 영문 필기체를 보면 앞글자와 뒤에 오는 글자 사이에 자연스러운 획의 연결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스크립트 계열의 글꼴에도 반영되어, 글꼴이지만 손으로 쓴 것처럼 글자 간 자연스러운 연결성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글꼴 그대로 사용하기보다 디자이너가 섬세하게 자간 조절을 해 준다면 스크립트 계열 글꼴의 아름다움을 더 잘 살릴 수 있습니다.
또 *OpenType 기능을 이용하여 글자가 특정 위치에 올 때마다 다른 형태로 변화하거나 직접 대체할 수 있는 기술도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점이 스크립트 계열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OpenType 기능 : 합자, 위치, 대체 글자 등을 지원하는 글자와 글자 간의 다양한 매핑 기능
2. 글자 사이의 자연스러운 연결 획
3. 일정한 기울기를 가지고 있음
스크립트 스타일의 서체로는 제피노(Zapfino), 스넬 라운드 핸드(Snell Round hand), 포에티카(Poetica), 애슐리 스크립트(Ashley Script) 등이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프랑스의 벼룩시장에서 봤던 목활자를 촬영한 것입니다. 뒤집어진 글자도 몇몇 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스크립트 계열에서 볼 수 있는 부드럽고 화려한 형태와 이음새를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활자인 것도 재미있어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글을 정리하면서 캘리그래피 원도를 바탕으로 한글 글꼴을 만든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원도가 꽤 도전적인 형태라 글자의 높낮이가 차이가 컸고, 기울기도 심했습니다. 서양의 펜은 동양에서 붓과 같아서, 작업하는 내내 손으로 쓴 형태감을 글꼴에 잘 녹여내기 위해 원도를 제공해주신 작가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고민하여 글꼴의 규칙을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OpenType 기능을 이용하여 다양한 글립도 추가했었습니다. 작업하는 동안 고생하고 애정을 준 만큼 현재 글꼴이 잘 사용되고 있어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입니다.
스크립트 계열은 개성이 강하고 글자가 공간을 사용하는 범위가 일반적인 글꼴보다 넓은 편입니다. 디자인을 하다 보면,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제약은 매번 생기기 마련입니다. 대부분 일반적인 글꼴을 이용하여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스크립트 계열처럼 자유분방한 글꼴을 이용하여 작업을 할 일도 디자이너라면 꼭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때를 생각하며 스크립트 계열의 글꼴을 이용한 타이포 그래피 작업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타입 관련 용어에 대해 궁금하거나, 타입 디자인을 공부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