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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스 분류법과 휴머니스트-Humanist에서 이야기했듯 복스 분류법은 Vox-ATypI라는 명칭으로 오랜 시간 라틴 글꼴 분류의 표준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글꼴 생태계에서 이 분류법은 한계에 다다랐고, ATypI에서는 복스 분류법을 대신할 새로운 분류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그래픽 유형은 복스 분류법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오늘 글을 통해 그래픽 계열의 어떤 점이 복스 분류법의 한계를 가져왔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래픽-Graphic
복스 분류법에서는 Glyphic, Script, Graphic, Black Letter, Gaelic 이 5가지 유형을 Calligraphics로 묶어서 이야기합니다. 이 계열들은 손으로 쓴 형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글꼴들이며, 여기서 그래픽의 경우 처음에는 스크립트-Script(펜으로 쓰인 형태를 글꼴로 만든 형식)와 구분하여 펜 이외 붓, 연필 등 기타 필기구를 사용하여 손으로 쓴 글씨를 글꼴로 만든 형태들을 구분하는 유형이었습니다.
2. 헤드라인용으로 쓰기 적합한 형태
그래픽 스타일 서체로는 브러쉬 스크립트 (Brush Script), 리브라(Libra), 카툰(Cartoon), 뱅코(Banco), 클랑(Klang)등이 있습니다.
지금의 복스 분류법 내 다른 유형에 맞지 않는 헤드라인용 글꼴 계열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유형으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긴 다양한 형태의 글꼴을 구분할 수 있는 유형이 기존 복스 분류법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라틴 글꼴 분류를 공부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던 Joseph Alessio의 글에는 그래픽 글꼴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If it’s not exactly a sans, not exactly a serif, and you’re not really sure what it is,
it is most likely a Graphic typeface!"
"정확한 세리프도, 산세리프도 아니고, 이 글꼴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그래픽 서체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graphic)이라는 단어 자체도 굉장히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어 유독 이 계열에 새로운 형태를 가진 글꼴들이 포함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계열에 최근 나오는 이모지 폰트, 컬러 폰트 등을 넣기에는 무리가 있고, 넣지 않으면 표준으로 채택된 분류법에 새로운 유형의 글꼴은 포함되지 않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처음 의도했던 유형의 특징을 벗어나, 헤드라인으로 쓰기 적합한 글꼴을 거의 다 포함하게 된 그래픽 계열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분류법이 필요한 때가 왔고, 현재 이를 모색중입니다.
그래픽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또다시 글꼴과 시대의 연관 관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예전에 한 선배가 한 글꼴이 나오고 그 글꼴이 평가받는 시간은 1년이 걸릴수도 있고, 몇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출시하자마자 사랑받는 글꼴이 있는 반면, 시간이 지나 그 글꼴이 쓰이기에 적절한 환경을 만나 사랑받는 글꼴도 있기 때문에, 글꼴은 길게 봐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셨던 게 인상 깊었습니다.
선배의 이야기도 그렇고, 지금까지 이야기 한 복스 분류법에 따른 글꼴 유형들은 대부분 시대와 기술에 영향을 받아 점점 발전해 온 형태를 가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대와 기술의 발전은 글꼴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글꼴은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없는 그런 묘하고 재미있는 존재임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날입니다.
타입 관련 용어에 대해 궁금하거나, 타입 디자인을 공부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