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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인쇄가 시작되던 시기에 사용된 블랙레터는 넓적한 펜으로 쓴 손글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글꼴로, 최초의 인쇄물인 구텐베르크(Gutenberg)의 성경책 인쇄에 사용된 글꼴이기도 합니다. 이 글꼴은 사용 당시 본문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Graphic, Script 등의 헤드라인용 계열의 글꼴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휴머니스트 같은 읽기 쉬운 세리프 서체가 본문용으로 사용되면서, 인쇄공들은 인쇄 페이지에서 그려지는 흑색 공간의 비율이 적은 새로운 스타일을 "Whiteletter"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쓰이던 글꼴은 페이지에 쓰이는 흑색 공간이 많 "Blackletter"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블랙레터 글꼴은 Textura, Rotunda, Bastarda, Fraktur 이렇게 4가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1. 텍스투라(Textura) - 11~17세기
11~12세기는 유럽에서는 종교와 대학교를 바탕으로 성경, 경영, 법, 문법, 역사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책들이 제작되었고, 전체적인 문맹률이 낮아졌으며, 책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인쇄기가 발명되기 전으로 발행되는 책은 손으로 써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빠르게 책을 제작하기 어려웠습니다.
11~12세기 동안 북유럽의 *Carolingian minuscule에서 변형된 블랙레터 양식은 비용이 많이 들었던 집필 재료 비용을 아끼기 위해 폭이 좁고 꽉 찬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Textura 또는 Gothic Bookhand로도 알려져 있는 이 글꼴 유형은 수세기 후 다른 양식으로 발전한 블랙레터의 근본적인 형태로 여겨집니다.
*Carolingian minuscule : 유럽 전역에서 서예 표준으로 사용된 글꼴로, 가독성은 좋았으니 원고에 공간을 많이 차지했기 때문에 경제적이지 않아 블랙레터로 대체됨
> 직선적이고 좁은 폭을 가지고 있으며, 고른 간격으로 디자인되어 제작 당시 고딕 건축 형태를 연상시킴
> 최초의 인쇄물인 구텐베르크(Gutenberg) 성경 인쇄에 사용된 글꼴
2. 로턴다(Rotunda) - 12~17세기
이탈리아에서 유래된 로툰다는 원형 홀을 가진 건물을 뜻하는 라틴어 로툰두스(Rotunda)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곡선이 많이 사용되어 글자 형태의 다양성을 더했고, 백색 공간이 다른 블랙레터에 비해 비교적 많은 편이라 좁게 쓰여도 읽기 쉬운 것이 특징입니다. 시간이 지나 로턴다 계열은 필기체 및 이탤릭 손글씨가 실용적이다는 이유로 널리 퍼지면서 인기가 감소했습니다.
> 곡선이 많이 사용되어 개방적이며 가독성이 높다
3. 슈바바허(Schwabacher) - 14~15세기
14~15세기 독일에서 많이 사용된 글꼴 형식으로 스위스에서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형식은 텍스투라를 대체할 정도로 독일 전역에서 본문용으로 급속히 퍼진 글꼴 유형입니다. 이 글꼴은 앞서 나온 글꼴들의 혼합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텍스투라를 대체했던 슈바바허 역시 시간이 흘러 프락투르로 대체되었습니다.
> 딱딱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형태로 자유분방함이 느껴짐
> 마틴 루터의 개신교 성경책의 본문용 글자체로 사용됨
4. 프락투르(Fraktur) - 16~20세기
15세기 말, 독일 대부분의 라틴어 책은 텍스투라(Textura)로 인쇄되었습니다.
독일 황제 막시밀리안(Maximilian 1493-1517 재위)은 도서관을 설립하면서 슈바바허(Schwabacher)보다 우아하고 텍스투라(Textura)보다 현대적이며, 이탈리아에서 만든 Antiqua 스타일과는 다른 독일만의 특성을 가진 새로운 글꼴 제작을 요청했습니다. 서예가 레온하르트 바그너(Leonhard Wagner)는 황제의 성좌 서기관들이 사용한 바스타다(Bastarda) 필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체를 디자인했고, 이 서체는 글자에서 보이는 끊어진 선의 특성 때문에 프락투르(Frac-toor)로 불려지게 되었습니다.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Unterweysung"은 프락트루로 인쇄된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입니다.
이후 개혁 운동이 독일 전역을 휩쓸었을 때 선전문구를 대량으로 인쇄하였고, 대부분은 새로운 글꼴인 프락투르를 사용하여 제작했습니다. 이는 프락투르가 널리 퍼지는데 이바지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카톨릭 출판물과 개신교 출판물을 구별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개신교는 프락투르(Fraktur)를 사용하여 독일어를 인쇄했고, 가톨릭에서는 앤티크(Antiqua) 활자를 사용하여 라틴어를 인쇄했습니다.
프락투르는 2차 세계대전 때까지 인기가 있었으며, 나치 선전의 많은 부분이 이 유형으로 인쇄되었고, 이 글꼴 형식은 나치 정권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히틀러는 프락투르가 독일 밖에서 인정받지 못하자 프락투르의 사용을 중단하라고 명령했지만, 이 명령은 효과적으로 이행되지 못했습니다.
16세기에 개발된 이후 독일과 북유럽에서 사용된 블랙레터는 대부분 프락투르 유형입니다.
> 소문자 어센더 끝부분이 포크 모양으로 갈라진 형태
> 초기 블랙레터의 진한 회색도가 완화된 느낌을 준다
***유튜브에 블랙레터에 관해 아주 쉽게 설명된 영상이 있어 링크 첨부합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lQcO4n-RiOk
현재 블랙레터 계열의 글꼴들은 옛날처럼 본문용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잡지 로고, 맥주 로고, 타투의 레터링 등 제목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블랙레터 형식의 글꼴로 쓰인 소설을 쉽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한 때 본문용으로 사용되던 글꼴이 현재는 강조할 때 사용하는 제목용으로 바뀐 것은 시간이 지나 블랙레터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글꼴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먼 미래에는 지금 우리가 편하게 읽고, 쓰고 있는 라틴 글꼴들이 오늘 이야기한 블랙레터처럼 옛날의 글꼴 형태가 되고, 완전히 새로운 글꼴이 등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는 어떤 형태와 형식의 글꼴들을 사용하고 있을지 궁금해 집니다.
The History of Blackletter Calligraphy(https://jakerainis.com/),
A BRIEF HISTORY OF FRAKTUR(https://www.waldenfont.com/),
도움
Joachim Muller-l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