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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06. 2024

우리 도서관 영화 촬영 장소로 제의받았데

오래된 도서관의 이야기 1 

첫 번째 도서관 근무를 마치고, 

인사이동으로 두 번째 근무지인 도서관을 처음 방문한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도서관은 한눈에 그 규모가 바로 파악이 됐으며, 

바닥은 옛날 학창 시절의 교실 바닥과 같은 나무 바닥

한 층 올라가서 오른쪽은 일반자료실, 왼쪽은 어린이 자료실로

몸을 360도로 돌지 않아도 고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휙

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휙 돌리면 그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었다. 


자료실 서가는 예전 학교도서관에서 봤던 나무서가로

두툼하고 진한 갈색이었다. 

'나 이리 봬도 연식이 꽤 됐소이다'라고 대신 이야기는 해주는 느낌이었다. 

근무를 하면서 알다 보니 이 도서관은 1985년에 지자체에 처음 생긴 공공도서관이라 했다. 


규모는 작고 시설은 낡았지만, 

제법 볼만한 도서도 많고 다양한 강좌와 독서활동을 펼치니

지역에서 나름 사랑방 역할을 돈독히 하고 있었다. 

이용자 분들도 대부분 착하고 좋으셔서 도서관에 대한 나의 애정은 샘솟기 시작했다. 


근무를 하던 어느 날

직원에게서

"샘! 샘!! 행정실에 우리 도서관 영화 촬영 장소로 문의 왔데요."라는 뜻밖에 소리를 들었다. 

"뭐 웬일로 우리 도서관에 촬영을 온데요?"

"송혜교가 나온다는데요?"

"진짜요?"


이야 살다 보니 내가 근무하는 곳이 영화촬영장이 된다니 이렇게 설렐 수가. 

그동안 너무 오래됐다고 천덕꾸러기 같은 신세였는데, 

도서관 너도 인제 당당할 수 있어 생각한 순간


"근데 관장님이 거절하셨데요"

"아니 왜요?"

"배경이 80년대 배경 이래서 촬영 협조 온 거라 거절하셨데요...

 수도권에 이렇게 오래된 도서관은  없다고 협조 요청 온 거라..."


그렇다 우리 도서관은 진짜 80년대 분위기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현재 배경이 아닌 1980년대의 도서관 배경으로 협조가 온 것이었다. 

자랑 거리가 옛날 분위기라니...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뒤로하고 


낡은 시설 때문에 평가절하된 우리 도서관은 

드디어 몇 년의 시간을 더 흘려보낸 후에 

개관한 지 38년 만에 리모델링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것도 하필 내가 근무하고 있는 시점에....


+리모델링 과정은 다음편에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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