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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14. 2024

도서관의 환골탈태(2)

도서관의 변신이 죄가 아니잖아요 

설계가 끝나고 드디어 6개월간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공사 준비를 위해 10만 권에 달하는 장서를 정리하고, 각종 물품을 옮기고, 임시 사무실을 마련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도서관의 모든 공간이 공사 준비로 뒤덮인 상황이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내진 보강과 엘리베이터 설치가 첫 번째 작업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터졌다. 동네 주민은 공사 소음이 너무 크다며 현장에서 눕는가 하면,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땅을 파자 건물을 지을 당시 매립된 쓰레기와 지하수가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저 지하수가 원전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행히 현장 소장님의 노련한 해결책 덕분에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여름에 시작한 공사는 쌀쌀한 가을이 되면서 실내 작업으로 넘어갔다. 리모델링 작업이다 보니 도면과 실제 건물 구조가 달라 수정이 필요한 부분도 많았다. 설계 도면을 아무리 열심히 봐도 비전공자의 한계로 황당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예를 들어, 통신 도면에는 배관만 그려져 있고 정작 중요한 배선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현장에서 이를 조율하며 문제를 해결했지만, 식은땀이 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건 색상 선택이었다. 

창틀, 바닥재, 서가, 테이블, 소파, 책상, 의자, 벽, 조명, 반납함 등 도서관의 모든 요소마다 색상을 정해야 했다. 직원들마다 취향도 달라 의견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다.  

색상 선택은 마치 끝나지 않는 페넬로페의 베 짜기처럼  무한 루프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겨울을 지나 봄에 들어선 순간 무사히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새로 들여온 집기와 기존 집기의 배치, 

도서관의 꽃 '서가' 배치였다. 

두 달간의 내부정리를 마친 우리 도서관은 

5월 말 공고했던 예정일 보다 일찍 재개관에 성공했다. 


+덧붙이는 글

리모델링 후, 도서관이 깔끔해지고 예뻐졌다는 말을 이용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다. 

휴관기간 동안 도서관이 그리웠다는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건 역시 쉽지 않았다.

“길게 쉬더니 생각보다 별로네요.”
“여전히 시끄럽네요.”

이런 의견들도 있었다.


이번 리모델링은 처음이었기에 부족한 점도 많았다. 작은 도서관에서 행정직과 사서직만 해오다 보니, 완공 후에야 알게 되는 것들도 많았다. 다음에 또 하게 된다면 더 잘할 자신이 있지만... 솔직히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집 리모델링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신경 썼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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