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
영화 <1980>(감독: 강승용 / 주연: 강신일, 김규리, 백성현, 한수현 등)을 관람 하였다. 거리에는 광주의 그날의 아픔을 아는지 봄 비가 하염 없이 내렸다. 극장에는 우산을 들고 온 몇 명의 관객들이 매표소에서 표를 확인 하였다. 의자에 앉아 극장 상영이 시작 되기를 기다렸다.
상영 10분전 비대면으로 입장 하였다. 맨 끝에 있는 8관에 입장 하니 아무도 없었다. 큰 의자에 앉아 있는데 1명이 더 입장 하였다. 그리고 광고가 시작 되며 극장에 불이 꺼졌다. 10분 광고 후 영화가 시작 되었다.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피투성이 얼굴과 옷이 찢어진채 총을 땅바닥에 끌며 걸어 온다. 그리고 1980년 5월 17일 흥겨운 음악이 들리며 화평반점에서 주방장이 짜장면을 볶는다. 매장에는 손님들이 가득 하다. 그리고 며느리 철수 엄마가 서빙을 하며 영희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다. 화평 반점이 오픈 하자 마자 손님이 많아서 돈 많이 벌겠다는 덕담을 나눈다.
철수 엄마도 손님들에게 영희 엄마 미용실을 많이 이용해 달라고 소개 한다. 이웃 간에 정이 넘치는 장면이다. 그런데 사돈댁 처녀 매장으로 들어와 눈에 주전자에 든 물을 뿌린다. 철수 엄마가 왜 그러냐고 묻자 시내에 짭새들이 돌아 다닌다고 말한다.
철수 엄마는 학생들이 데모를 하냐 보다라고 걱정 한다. 그리고 삼촌과 곧 결혼할 예비 신부가 자전거를 타고 도착 한다. 가게가 오픈 했는데 도와 드리지 못해서 죄송 하다고 말한다. 철수 엄마는 결혼이 사흘 남았는데 혼수도 장만해야 하고 바쁜데 괜찮다며 자신도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 하다고 말한다.
5.18 당일 아침 거리에 시민들이 비상계엄령을 반대하는 푯말을 들고 비상계엄령을 해제 하라고 외친다. 그리고 화평반점에 군인 3명이 들어 온다. 짜장면 좀 먹자며 손님들 사이에 앉아 대학생 새끼들이 배웠다고 거리에서 데모도 한다고 궁시렁 거린다. 괜히 손님들에게 너 빨갱이 아니냐고 시비를 건다.
한 시민이 짜장면을 먹다가 그럼 군인들은 언제 짜장면 먹었다고 말하자, 군인 한명이 일어나 나무 젖가락을 던지며 오늘은 특별식이나 먹으라고 조롱 한다. 옆에 군인이 먹을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말한다.
그렇게 영화는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제일 있어서는 안될 아픔 이야기를 펼친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스토리다. 하지만 감독은 군인들과의 싸움 보다는 일상 생활을 하며 벌어지는 일로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5.18을 다룬 작품들은 한 인물과 군부 정권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것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화평 반점을 중심으로 가족이 결혼을 하고, 며느리가 쌍둥이 아이를 낳고 이웃과 정 등으로 동네의 분위기로 흐름을 이어 간다.
중간, 중간에 다큐 영상도 삽입 되어 이 영화의 주제를 다시 상기 시켜 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생각 한다. 스포일러가 될수 있지만 너무나 안따까운 장면이라 말할 수 밖에 없다.
5.27일 광주 도청에서 헬기 총기 난사가 끝나고 삼촌이 화평 반점 옆 영희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 간다. 그리고 영희에게 "삼촌이 폭도처럼 보이니? 나쁜 사람 같아'라고 묻는다. 영희는 운다. 영희 엄마는 "삼촌, 삼촌"하며 어쩔줄 몰라 한다.
삼촌은 영희가 얼굴을 손가락을 만지며 괜찮아, 너는 잘못이 없다. 긴 총을 땅에 놓고 방아쇠를 당긴다. 문 앞에는 영희의 군인 아빠가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은 암전이 된다. 총을 맞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과연 누가 방아쇠를 당기고 누가 총을 쐈을까.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며 민주화 운동 노래와 다큐 사진을 보여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끝까지 보았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서울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듯 하다. 그 뒤의 장면에 전두환이 대통령 취임사를 보여 준다. 5.18이라는 하늘이 울고 땅이 통곡을 할 참사를 일으킨 장본인 전두환은 그 죄를 뉘우치지 않고 죽었다. 그리고 2024년 현재도 묘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이 1천만 관객을 동원 하고 <파묘>가 1천만 관객을 또 동원 하였다. 그리고 <1980년>이 개봉 하여 그 뒤를 이어갈수 있을까. 총선을 앞두고 개봉 하여 더 화제가 되었다.
27일 광주의 한 영화관에서 상영회가 열렸다. 오월 관련 단체와 유족 후손들이 관람 후 "가족 먼저 두고 떠날 정도로 민주화가 그리 좋았소. 남편 없어 서러웠지만, 당신이 단 한 번도 자랑스럽지 않은 적이 없소." 며 눈시울을 젖셨다.
무자비한 계엄군의 행위 묘사 대신 검은 화면과 함께 총성이 울리자 한 오월 단체 관계자는 "우리 남편도 저렇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한 회원이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자 다른 회원은 등을 토닥이며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전 국민이 이 영화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이 무엇인지 알게 되길 소망한다"며 "광주시민 모두 자긍심을 갖고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월 영령들 덕분에 현재 민주화를 누리고 살 수 있다"며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고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