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수질검사를 받았다.
최근 나는 하루에 물을 2L 이상 마신다.
자취를 하게 된 이후 피부 트러블이 자꾸 올라와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학교 커뮤니티에서 누군가가 하루 2L의 물을 먹고 피부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 날 이후로 나는 쿠팡에서 12개 묶음으로 생수를 구입해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를 보았다. 물을 많이 마시니 당장 당일에도 피부 트러블이 완화되는것이 느껴지더라.
고향집에 있을 때에는 집에 정수기가 있으니 물을 많이 마시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생수를 사서 마시려고 하니 문제가 참 많았다. 매일 생수값으로 천 원 가까이 나가는 건 둘째 치고, 매일 두병씩 쌓이는 생수통을 치우는 것도 일이었다.
비용 문제는 한 단계 저렴한 생수를 구입해 먹으면서 조금이나마 해결되었다. 다만 새로 생긴 문제점은 이 생수가 참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좋은 생수를 사 마실 때는 생수가 맛이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참 세상 물정 모르는 생각이었다. 정말 맛이 없었다.
매일 맛없는 생수와 씨름을 하던 중, 친구로부터 자신은 수돗물을 끓여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물을 끓이는데 드는 전기료와 생수값을 비교해보니 끓여 먹는 게 더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을 끓여먹기 시작하니 생기는 문제는 당장 물을 마시고 싶어도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과, 끓은 직후의 물이 너무 뜨거워 물을 식히는데 시간이 또 든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여름이니 식히는데 시간이 더 들었다. 내가 마시는 물의 양을 끓이는 속도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도 있고.
끓이는 게 너무나도 귀찮아진 나는 수돗물을 그냥 마시기 시작했다. 참 웃기게도, 평소에 먹던 생수보다 끓이지 않은 수돗물이 더 맛있었다.
수돗물을 마시면서도 찝찝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올해 초 부산의 친구 집에 놀러 갔을 적에, 수돗물을 받아 냉장고에 보관하는 친구를 보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었다. 불과 몇 개월 전의 내가 이랬는데 사람 생각이 그렇게 쉽게 바뀔 리가 없지 않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수돗물을 마셔도 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검색해 보았고, 한 유튜브 채널에서 서울시에서는 무료로 수질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https://www.ilovewater.or.kr/web
월요일 오후에 수질 검사를 신청했고, 목요일에 방문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목요일 오후에 면접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지금은 연기되었지만), 금요일에 방문해달라고 요청드렸다. 그리고 방금 수질 검사가 끝났다.
결과는 매우 양호.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라 수도관의 노후 상태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하셨다. 다른 상태들도 모두 양호하니 걱정하지 않고 물을 마셔도 좋다고 하셨다. 다만, 오래 사용하지 않을 경우 처음 나오는 물은 잠시 흘려보낸 뒤에 마시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셨다.
이제 마음 편하게 수돗물을 마실 수 있겠다. 혹시 나처럼 괜히 불안해서 수돗물을 마시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면 수질 검사를 받아 보는 걸 추천드린다. 신청도 쉽고 검사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