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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렌드버터 Jan 21. 2021

라이브 프로젝트 - 영국에서 패션마케팅 공부하기

Part 3. 두 번째 해, 끊임없이 부딪히며 배우기

“대부분 라이브 프로젝트가 주어지고 팀별로 작업하게 될 거야.”


1학년을 마치기 전, 어느 학생이 2학년에 걸쳐서 하게 될 프로젝트에 관한 질문을 했을 때 튜터가 했던 대답이다. 영국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실제 회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할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라이브 프로젝트라 부른다.


예를 들면 어느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 디렉터가 와서 자기 브랜드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제안해달라고 한다. 학생들은 개인 또는 팀별로 작업한 후, 해당 브랜드 관계자와 교수 앞에서 발표하고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서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고 채택된 작품이 구현되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2학년 동안 진행된 라이브 프로젝트 주제는 다양했다. 첫 번째로 했던 프로젝트는 중국, 인도, 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하여 영국 남성 화장품 브랜드 론칭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호주 수영복 브랜드의 영국 마케팅 매니저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앞으로 2년간 영국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버려지는 옷을 리사이클링 하는 자선단체인 TRAID를 위해 2,000파운드를 모으는 자선 모금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2학년을 떠올리면 끝없는 그룹 미팅과 프레젠 테이션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수업 전과 후, 중간에 시간이 비는 때가 있으면 어김없이 그룹 미팅을 했다. 그룹별로 작업하다 보니 경쟁이 심했는데 모두 쉬쉬하며 프로젝트 진행 내용을 다른 팀과 공유하지 않는 일도 빈번했다. 프레젠테이션 할 때면 팀원들과 함께 옷을 맞춰 입고 특별히 제작한 큐카드를 나눠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추억거리이다.


1학년 때에도 그룹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팀원들과 함께 일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작업을 끌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결국 내가 의도하던 대로 결과물이 나왔지만 되돌아보니 정작 배운 게 없었다. 다시는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 이후로 다른 친구들이 팀별로 어떻게 일하는지 지켜보고 배운다는 입장이 되어 그룹 프로젝트에 임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룹 프로젝트를 거듭하면 할수록 팀 작업이 가진  장점을 하나둘씩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팀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조정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할 수 있었다. 다양한 아이디어에 비판적인 분석이 더해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훌륭한 결과물이 탄생할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각자 프로젝트 분량을 나누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팀원들과 건설적으로 일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프로젝트 결과물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팀원 모두가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의 견을 조정하다가 감정이 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최악의 경험에서도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룹 프로젝트가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만은 아니며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졸업하고 나서 사회로 나가 일을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맞지 않는 동료와 일하게 될 수도 있고 탐탁지 않은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때마다 학창 시절에 했던 팀 작업을 떠올린다면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학교에 다니며 과제를 하고 고등 교육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경험 들이 주는 교훈, 즉 배움의 결과를 얻기 위함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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