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두 번째 해, 끊임없이 부딪히며 배우기
패션 전시
노팅엄에서 공부하는 동안 한두 달에 한 번씩 런던에 다녀오곤 했다. 런던에 갈 때마다 빅토리아 & 알버트 뮤지엄, 디자인 뮤지엄, 바비칸 아트 갤러리 등 다양한 미술관에서 열리는 패션 전시도 거의 빠지지 않고 보려 했던 기억이 난다.
전시를 통해 패션 히스토리를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패션 브랜드가 전시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식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당시에 루이뷔통부터 알렉산더 맥퀸까지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의 전시가 앞다투어 개최되고 있었다. 패션 브랜드가 전시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패션쇼는 기껏해야 12분으로 브랜드를 홍보하기에 턱없이 부족하 지만, 전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라는 공간이 주는 효과로 인해 패션이 예술 작품으로 가치가 승격될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을 자세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한몫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잠재적 구매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브랜드가 전시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리테일 매장 방문하기
런던에 갈 때마다 새롭게 오픈한 가게에 가서 리테일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도 매장에 가기 전 온라인 검색을 통해 디자인, 가격대, 타깃 마켓 등 브랜드와 관련된 정보를 간단히 숙지하려고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브랜드에 대한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매장을 살펴보면 더 많은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런던에 가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리테일 매장을 아래에 소개한다.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
18-22 Haymarket, London SW1Y 4DG
2004년에 레이 가와쿠보가 오픈한 편집숍으로 파리에 꼴레뜨가 있다면 런던에는 도버 스트리트 마켓이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녀가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 반영시키고자 했던 철학이 바로 ‘아름다운 혼돈(beautiful chaos)’이다. 이 철학은 선반에 전시된 옷부터 직원들까지 매장 곳곳마다 스며들어 있다. 매장에 들어간 고객들은 마치 갤러리 전시장에 와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정기적으로 아티스트에게 공간 작 업을 의뢰하여 새로운 인테리어를 선보이고 디자이너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소품이나 가구를 가져와서 쇼룸을 꾸밀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도버 스트리트 마켓은 매번 새롭고 다이내믹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버버리(Burberry)
121 Regent St, Mayfair, London W1B 4TB
거의 200년 된 건물에 위치한 버버리 플래그십 스토어는 퓨처리스틱 한 인테리어를 보기 위한 고객들의 발길로 매일 북적인다. 매장에 들어서면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지는 커다란 스크린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칩이 옷과 액세서리에 부착되어 있어 손님이 해당 제품을 들고 스크린에 다가가면 제품에 대한 정보와 영상이 나타난다. 깊은 역사를 지닌 건물과 디지털 기술을 백분 활용한 매장이 선사하는 콘트라스트가 브랜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모던 소사이어티(Modern Society)
33 Redchurch St, London E2 7DJ
쇼디치에 있는 부티크 숍으로 패션과 홈웨어, 서적, 작은 소품 하나하나 섬세하게 큐레이팅한 공간이 특징이다. 설립자인 Nazifa Movsoumova는 원래 금융업에 종사하다가 디자인과 트렌드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으로 인해 결국 리테일로 전향하여 모던 소사이어티를 오픈했다. 편안하면서 심플한 콘셉트의 모던 소사이어티는 소규모 부티크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고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해크니(House of Hackney)
131-132 Shoreditch High St, London E1 6JE
2011년에 설립된 브리티시 패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대담한 컬러와 아름다운 프린트 컬렉션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런던 쇼디치에 있는 연립주택을 개조한 뒤, 빅토리안 스타일의 블랙 앤 화이트 타일을 바닥에 깔고 다른 패턴의 월페이퍼를 여러 겹 덧대어 벽을 장식하였다. 1층은 벽지와 패브릭, 옷, 신발, 액세서리를, 지하에는 소파와 의자 등 가구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