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게 살고 계신가요?
겸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라고 정의되어 있다. 겸손은 예로부터 우리의 자랑스러운 미덕이라고도 되어 있다.
어디에서 얻은 인사이트인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그때 얻은 깨달음은 지금까지도 인생 길잡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아마도 그 글을 만난 이후부터 마음의 여유도 생긴 것 같다. '겸손은 뜻하는 바를 모두 이룬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마음과 태도다.' 언젠가 책 속에서 만난 이 짧은 문장은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지 못하고 생각의 고리를 멈춰 세웠다. 늘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살라는 부모님의 말씀처럼 ‘아니에요. 아직 멀었죠. 많이 부족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뜻하는 바를 모두 이룬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이 겸손이라면 나는 아직 겸손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겸손이라고 생각하고 했던 말들이 겸손이 아니었다는 깨달음. 나를 내세우지 않는 것과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겸손이라고 생각하고 내뱉었던 말들의 긍정적인 효과는 하나도 없다. 혹자에게는 나를 깎아내리는 말이 그들을 우월하게 만들어 줬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저게 부족한 거면 나는 뭐야?’라는 언짢음으로 보였을 것이다. 어떤 방향에서도 좋은 태도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거만하게 잘난 척을 하자는 뜻은 아니다. 잘난 척은 말 그대로 척이다. 없는 것을 있는 척하는 것도 내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한 건 매 한 가지다. 겸손도 잘난 척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주고 괜찮다고 말해주자는 뜻이다.
sns에 올린 캘리그라피 사진에 많은 분들이 좋은 댓글을 써 주신다. 예전엔 '아닙니다. 아직 멀었어요. 저보다 잘 쓰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라는 말들로 답글을 달았다. 그때는 이런 태도가 겸손이라고 생각했고,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줄거라 믿었다. 어리석을 행동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겸손을 낮추고 부정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산 시간이 너무 길었다.
겸손을 책 속에서 우연히 만난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스스로를 부정하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노력 중입니다.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해 주시니 더 잘해보고 싶네요.’라는 말들로 칭찬에 화답을 한다. 내가 나를 인정하는 말. 그리고 나를 칭찬해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동시에 전할 수 있는 언어다.
‘그 사람이 쓰는 언어가 그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내가 쓰는 언어가 나를 나타내는 말이기에 이제는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스스로를 인정해야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 나이가 되어서 알게 되었다. 타인의 별거 아닌 성과에도 과한 리액션을 해 주듯 나의 작은 성과에도 칭찬과 좋은 인사이트를 주어야 한다. 아직은 겸손해도 될 위치까지 올라가지 못했다는 핑계를 방패삼아 본다.
수강생 분들 중 가끔 본인의 성장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 나의 눈엔 보이는 것들이 그분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지난날 누군가의 칭찬에 절대 부정을 하며 손사래를 치던 나의 행동들이 생각난다. 그때 좋은 말을 해주셨던 분들이 이런 마음이셨을까 하며 죄송함이 밀려온다. 칭찬과 인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에 대해 감사함을 전하는 것. 그것이 모두를 흐뭇하게 해주는 진짜 겸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겸손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_온재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