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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 Apr 22. 2024

첫 미술 수업을 받다

나는 언제까지 초보일까

수업 듣고 집에 와서 실험 연습


 어릴 적 미술 학원에 다니는 친구를 따라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엄청 큰 캔버스에 그려진 유화 작품이었다. 미술 선생님에게 나도 이런 거 그릴 수 있냐고 물었고 선생님은 그릴 수 있지만 돈이 많이 든다고 말씀하셨다. 이미 그전에 부모님을 졸라 악기를 배우고 있었던 터라 미술학원까지 다니겠다고는 차마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게다가 당시에는 부모님 일 때문에 잠시 기러기 생활을 하고 계셨다. 그래서 그런 부모님께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말할 수는 없었다. 아마도 그 때 인생이란 내가 하고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운 것 같다.


 그 당시의 나는 만화를 좋아했다. 미술 학원은 다니지 못했지만, 친구와 같이 만화책을 보고 그림을 따라 그리며 그림에 대한 꿈을 조금 키우게 되었다. 그런데 나보다 잘 그리는 친구를 보고 난 후 빠른 판단이 들었다.  '난 그림에 재능이 없구나.' 그렇게 그림에 대한 마음은 고이 접어 마음 속 깊숙한 서랍에 넣어두었다.


 세월이 훌쩍 지나 애기 엄마가 된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몹시도 마음이 울적하던 날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없던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가고 조금씩 내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생긴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멍해졌다. 내가 뭐 하던 사람이었는지 내가 어떤 꿈을 꾸었었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다 보니 어릴 적 마음 속 깊숙한 서랍에 넣어두었던 그림이 생각났다. '맞다. 내가 그림을 참 좋아했었지!' 그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게 됐고 취미가 없던 나에게 그림이라는 취미가 생겼고 사부작사부작 혼자 그림을 그린지도 벌써 3년이 되었다.


 3년을 혼자 그리다 보니 성장하는 속도가 더디어 답답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 어릴 적 다니지 못했던 미술학원을 다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그림 재료를 집에서 탐색하면서 가장 재미를 느꼈던 아크릴 코스를 듣기로 결정했다.


 첫 미술 수업 시간에 필요한 재료를 사고 재료가 수업비랑 맞멎는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지만, 시작하기로 했으니 일단 고!~ 강사는 각자가 준비한 사진을 보고 시간 안에 빠르게 그리는 미션을 주었다. 첫 번째는 2분, 두 번 째는 1분 30초, 그다음은 1분, 마지막은 30초 동안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빠르게 그려내는 훈련이었다. 내가 준비한 사진은 친구가 제주도에서 직접 찍어서 보내준 말이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이었는데 처음 2분이 주어졌을 때는 구도를 어떻게 잡지 고민하다가 말이랑 앞에 보이는 풀의 형태만 겨우 그렸다. 두 번째 1분 30초 동안에는 하늘 풀 땅 배경만 슥슥 그렸고 세 번째 1분 동안에는 말만 그리자 싶어 말을 크게 그렸다. 4번째 30초에는 말을 다시 한번 그렸다.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게 그리기 미션


 미션이 마치고 수업에 참가한 모든 참가자들이 서로의 그림을 보면서 소감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마다 붓터치며 보는 시선, 사용하는 색감 등이 모두 달랐다. 그 점이 참 흥미로웠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소감을 나눈 후 붓터치 연습, 색을 혼합하는 연습을 했고 남은 시간에는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렸다.


 이 코스는 총 6번 진행이 된다. 벌써 첫 번째 수업이 끝났으니 이제 남은 시간은 5번이다. 5번의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얻어가고 싶은지 생각해야겠다. 그림을 그릴 때 나의 장점은 스케치 없이 빠르게 슥슥 그린다는 점이고 단점은 결과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성급하게 그림을 그리거나 금방 질려버린다는 점이다. 단점을 보완하기보다는 먼저 장점을 최대화할 수 있는 나만의 그림 스타일을 찾으면서 그림에 대한 재미를 이어갈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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