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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bee Oct 16. 2023

끝까지 간다.

내가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다는 건 글을 쓸 때에 가장 극명히 드러난다. 한국어를 할 줄 알지만 내가 생각한 바를 기승전결로 써내려가는 것은 상당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볼 때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과연 없지 않은가란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여튼간에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선 등록글을 적으란 말에 당장에 드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만약 좋은 결과로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면 앞으로 삶의 다양한 관점들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싶다.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의 경험과 떠다니는 생각을 담을 예정인데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응원이, 누군가에게는 격려가 되길 기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무사라는 직업을 잘 알지 못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원만히 조율하는 사람이다. 노무사의 업무중 50%는 산재라고 할 만큼 근로중에 다치는 근로자가 많다.


HR Manager로 근무하던 중 나는 업무에 대한 나의 지식과 능력의 결핍을 마주하게 되고 늘 불안했다. 좀 더 이 분야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자하는 욕망이 날로 커져갔고, 그렇게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22년 10월 신림동에 입성하게 된다.


노동법은 헬이다. 아니, 선생님이 내주시는 숙제가 헬이다

그 후로 나는 나는 8개월간 공부를하던 노시생이였다. ('였다' 라기보단 현재 진행형에 더 가깝긴하지만, 지금은 반반치킨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한 것 같다.)


생각보다 노시생으로 사는 삶은 이전에 겪어보았던 어떤 삶보다도 더 고통스럽긴했다. 매일 마주해야하는 수업과 공부는 그나마 견딜만했다. 솔직히 공부 그 자체로는 너무 흥미롭고, 돈과 시간만 있다면 이런 공부로 대학교까지 다시 다니고 싶을 지경이였으니.


그러나, 그 기간동안 나는 말을 잃었다. 8개월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체감했다.




글을 읽는 분들중에 혹여나 노무사가 계신다면 너무나 존경합니다. 노무사를 해볼까 하시는 분들은 저랑 커피쳇이라도 한번 하시죠. 제가 느낀 모든 것을 공유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혹시 공부를 하시는 중이라면 너무나 응원합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대망의 2023년 제32회차 공인노무사 1차 시험인 5월 27일이 되었고 나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만만했다. 노시생판에서 1차 시험은 어느 정도 공부를 했다면 모두가 통과하는 관례같은 거였으니. 나는 8개월간 2차시험 준비를 더 많이 했지만, 적어도 2개월 전부터는 1차시험에 올인하면서 내 나름은 모든 것을 쏟아부은 액기스 같은 시간이였기에 시험장에 들어서면서 난 "다 조지고 오겠다"를 외치면서 들어갔다. 아마 옆에 같이 들어간 사람은 날 돌아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런 시험을 볼 때마다 중학교를 가게되는데 늘 기분이 이상하다. 어렸을 때 익숙하게 보던 그런 교실이며 복도며 향수에 졌어든다. 시험장에 들어서니, 이게 뭔가. 급훈마저 이렇게 멋있을 일이냐고.


"중꺾마"

 

시험지를 받고 5분이 채되지 않아서 난 깨달았다. "망했다" 진짜 솔직한 심정으로는 시험지를 다 찢어버리고 나오고 싶을 정도였다. 어제 밤 너무 나를 과신하며 잠을 푹 자버린 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멘붕의 125분을 보내고 결국, 나는 시간안배도 못하고 마지막에 푼 문제도 OMR카드에 못 적는 참담한오류를 범하게 된다.


시험장을 들어갈 때와는 상반되게 나올 땐 한강물 온도를 체크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딱 죽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나도 추적추적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서 몇 시간이나 멍을 때렸다. 방금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정말 아무생각이 나질 않았다.


평균이 넘더라도 과락이 나올 확률이 자명했다. 마지막 OMR을 잘 못적었으니. 허탈함으로 아무생각도 들지 않고 슬프지도 않았다. 내가 뭘 잘못했어야 슬픈건데 잘못한게 없어보였다. 그 날 저녁 노무사 카페에 들어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많은 노시생들이 폭주중이였다. 나처럼 1차를 만만하게 보았던 초시생들, 이미 경험이 있는 3년차 헌동차들 모두 시험을 망친거다. 작년에 난이도 조절 실패로 300명 정원을 늘려 500명이 뽑힌 탓에 올해 시험문제들이 꽤나 난이도가 높았다. 정말로 이전 문제들은 기출을 복사한 듯 나왔다면 이번에는 모든 지문이 바뀌고 지엽적으로 나온 탓에 기본적인 이해도를 바탕으로 정확한 암기가 되어있지 않았다면 맞출 수 있는 문제들이 없었다.




5월 27일 나의 계획은 그러했다. 쌔끈하게 시험을 보고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담을 나누고 부모님과 화려한 저녁만찬을 가지고 다음날부터는 다시 빡쎄게 2차 준비를 하는 것이였지만, 역시나 인생은 계획한데로 돌아가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 하필 시점에서 작용하다니. 이래서 참 인생이 재미있나 싶다. 그럼에도 운동은 갔다. 피폐한 정신을 다독이는데 운동만큼 적절한 치료는 없다고 믿고 있다.


돼지는 뭐다? 걷기 걷기!!!!!!!


고작 125분의 시간으로 나는 실패자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을 지워내기가 쉽지 않았다. 시험이 끝난지 7일이 지난 지금 나는 아직 어떤한 결정도 유예중이다. 시험이 끝나고 그래도 공부해야한다며 학원에 가서 앉아있어도 봤지만, 도무지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 이 순간 뭘 해야할지 모르겠는 맘으로 방황하고 있다. 주위 현명한 친구들에게 여러가지 조언들을 구하고 이런 저런 방법들을 실행해 보고있는 와중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의 내 실패가 없었다면 미래의 나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고, 시험을 망친다고 내 인생까지 망한 것은 아니고, 쓰러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일어설건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꼭 시험에 대한 실패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종류의 어떠한 실패를 경험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응원하고 싶다. 그 실패가 경험의 밑거름이 되어 반드시 일어서게 될 것이라고. 밑바닥은 반드시 존재하고 탱탱볼처럼 바닥에 닿아야만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앞으로의 프로세스들은 조금씩 공유해 보도록 하고 오늘은 이지훈 변호사님의 "공부, 이래도 안되면 포기하세요" 라는 책에 나오는 문구로 마무리를 해보겠다.




공부만이 숭고한 열정의 비천한 과잉을 수정할 수 있다.





#노시생 #공부 #실패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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