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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를 전환시킬 콘텐츠 생산하기

by 원스타

도메인을 막론하고 콘텐츠가 비즈니스의 중심인 사업은 난도가 어렵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힘듭니다. 저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중에 격무와 야근에서 벗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노동집약적이고 리소스가 많이 들어갑니다. 게다가 저는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콘텐츠를 만드는 일처럼 리소스를 많이 잡아먹는 업무는 웬만하면 피하고 싶습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 생성형 AI 서비스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손이 많이 가는 건 여전합니다. 세탁기를 샀다고 해서 빨래가 다 자동으로 되는 건 아니듯이 말이죠. 부담스럽고 성가셔도 저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미용사가 인스타그램에서 미용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콘텐츠를 만들어서 포스팅하면, 미용사가 콘텐츠에 노출되고 웹사이트에 유입한 후 회원가입을 하고 근무 후기를 작성해야 합니다. 콘텐츠를 시작점으로 하여 미용사가 한 단계씩 전환돼야 하는 것이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웹사이트에 유입한 미용사가 회원가입을 하고 근무 후기를 작성하는 여정을 최단거리로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최단거리로 만든다는 것은 유저가 다음 단계로 최대한 쉽고 빠르게 넘어갈 수 있도록 UI를 설계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유저가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를 쉽게 설명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저는 랜딩 페이지에 오직 여기에서만 미용실 근무 후기를 열람할 수 있다고 명시했고, 회원가입을 최대한 쉽게 할 수 있도록 회원가입 진입점을 모든 페이지에 깔아놨습니다. 유저에게 서비스를 제안하는 UX 라이팅(UX writing)*을 '근무 후기를 공유하세요'라고 하지 않고, 제가 이 서비스를 통해 유저에게 제공하고 싶은 가치인 '일하기 좋은 샵을 찾으세요'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뒷단에 길을 잘 깔아놨으니 이제 앞단에서 유저를 전환시킬 콘텐츠를 잘 만들 차례입니다. 미용사가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미용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지 데스크 리서치부터 합니다. 일단 인스타그램이라는 채널이 미용사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SNS라서 콘텐츠를 포스팅하기에 가장 유효한 채널이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콘텐츠 소비자의 니즈와 콘텐츠의 인게이지먼트*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수집한 콘텐츠를 인게이지먼트 수를 기준으로 내림차순 정렬한 후 차례대로 미용사가 콘텐츠를 소비한 이유를 분석하고 유저의 문제 해결 과정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인지 판단합니다. 여기서 분석은 일종의 가설이기 때문에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으나 영양가 없는 콘텐츠를 걸러내는 목적으로는 충분합니다. 일련의 필터를 통과한 콘텐츠는 유저의 니즈를 반영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 과정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레퍼런스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필터를 첫 번째로 통과한 레퍼런스부터 참고하여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레퍼런스를 참고하여 콘텐츠를 만들 땐 콘텐츠의 구성 요소인 포맷, 디자인, 텍스트, 메시지 등을 모두 가져온 후 최소한의 현지화만 진행합니다. 보통 레퍼런스에서 작업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요소 1~2개만 차용하는 실수를 범하는데, 그럴 경우 벤치마킹이 아니라 작업자의 취향대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레퍼런스를 기출문제처럼 십분 활용하려면 레퍼런스의 모든 구성 요소를 온전히 가져와서 레퍼런스가 잘 된 이유를 내 콘텐츠에 적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콘텐츠의 성과는 콘텐츠의 조회수나 인게지이먼트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때문에 유저가 전환됐는지 아닌지로 평가합니다. 저는 콘텐츠 포스팅 후 48시간 내 웹사이트 유입이 평소보다(또는 대조군보다) 증가하면 좋은 콘텐츠, 증가하지 않으면 망한 콘텐츠라고 정했습니다. 좋은 콘텐츠는 메시지가 유저에게 들어맞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의 메시지는 고정하고 다른 요소에 변주를 줘서 후속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활용합니다. 변주를 줄 때는 하나의 요소만 조작 변인으로 삼고 나머지 요소는 통제 변인으로 고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콘텐츠가 잘 됐을 때 왜 잘 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점점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망한 콘텐츠는 왜 망했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럴만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데이터베이스 깊숙이 묻어두면 되겠습니다.



*UX writing(User eXperience writing) : 유저가 웹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는 글쓰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유저가 사과를 구매하기 위해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사과 재고가 없어서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라는 텍스트를 보여주면 유저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상태로 이탈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다른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또는 '지금 가장 맛있는 제철 배는 어떠세요?'와 같이 사과의 대안을 제공하면 유저 입장에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글쓰기 개념을 UX writing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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