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것을 보니 겨울이 내게 이제 제대로 왔다고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학교 근처라 아이들이 하교하는 소리가 이 시간 즈음이면 소란스럽게 들려오는데 눈이 오는 날이라 아이들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있었다. 하늘에서 내려 주는 꽃가루와 같이 하얗고 보송한 눈을 맞으며 강아지처럼 방방 뛰는 아이들. 어른들은 두텁게 쌓일 듯 기세 좋게 내리는 눈을 보면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눈길을 쓸어야 해서 성가시지만 아이들이 웃으면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눈 내리는 걸 보면 추억이 금세 찾아들어 몇 해전 또는 몇십 년 전의 일까지 생생히 눈발 사이로 흘러나온다. 문을 열어보니 촉촉하고 청명한 공기가 집안으로 스며들고, 눈 냄새가 안으로 들어온다. 이때다 싶어 재빨리 드립 커피를 한잔 내려보기로 한다. 친구들이 연말 모임을 기념하며 선물해 준 드립 커피는 너무 맛이 좋았다. 이틀째에 네봉을 내려 마시며 여느 때보다도 더 텐션이 높아져 힘들지 않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시큼한 산미와 구수한 뒷맛 잔잔한 단맛이 어우러져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처럼 음미하며 마신다. 우리들이 아이들이었을 때를 회상해 보기도 한다.
머릿속으로, 기억 안으로 헤집고 들어가 커피 한 잔과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듯한 기분이 된다.
눈은 손에 쥐면 차갑고 시리지만, 바라만 볼 때는 그저 한없이 따뜻해진다. “바라만 볼걸 그랬어..”
이어져서 오히려 아쉬웠던 관계에 대해서도 옛 추억에 대해서도 떠올린다. 이제는 바라만 보아 따뜻해지는 기억으로 남겨야겠다. 잔인하게 차갑고, 꿈같이 아름다운 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