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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29. 2023

나를 믿는 게 재능이야,<거미집>

2023년 103번째 영화

제목: 거미집(cobweb)

감독: 김지운, 작가: 신연식, 출연: 송강호(김감독), 임수정(이민자), 오정세(강호세), 전여빈(신미도), 크리스탈(한유림), 박정수(오여사), 장영남(백회장)

줄거리“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딱 이틀이면 돼!”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감독(송강호)은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째 꾸고 있다. 그대로만 찍으면 틀림없이 걸작이 된다는 예감, 그는 딱 이틀 간의 추가 촬영을 꿈꾼다. 그러나 대본은 심의에 걸리고, 제작자 백회장(장영남)은 촬영을 반대한다. 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를 설득한 김감독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정수정)까지 불러 모아 촬영을 강행하지만, 스케줄 꼬인 배우들은 불만투성이다. 설상가상 출장 갔던 제작자와 검열 담당자까지 들이닥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과연 ‘거미집’은 세기의 걸작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시사회도 다 떨어지고 무료 쿠폰도 못 받아 멀리 떠나 보내는 줄 알았더니만 넷플에 올라올 줄 누가 알았겠어?! 밀리면 안 볼 게 뻔해 올라오자마자 재생한다.

김감독은 엔딩만 다시 찍으면 걸작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머리 속 장면들을 그대로 뽑아내야 약을 끊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재촬영이라는 게 예산도 배로 들고, 촬영에 참여했던 사람들 스케줄 맞추기도 힘든 지라...무엇보다 제작사가 허락을 하지 않는다. 제작자는 제작사 후계자인 미도를 설득해보라 한다. 미도는 바뀐 엔딩을 몹시 만족스러워하고 재촬영을 허락한다. (정말 쉽게 허락한다.)  "이틀 만에 다시 한 번 찍어보자!" 김감독은 스텝들과 배우들을 집합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엔딩씬을 찍는 데에 몰입한다. "이걸 어떻게 하루에 다 찍어!" 라고 호통치는 오여사. 분명 김감독은 이틀을 말했다만..? 알고보니 배우들을 억지로라도 오게 하기 위해 조연출이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김감독은 하루만에 촬영을 마쳐야 한다. 

촬영 전엔 그렇게 자신있던 김감독인데 촬영을 거듭할수록 멘탈 붕괴에 빠진다. 호세(이미 유부남)는 유림이랑 사귀는 사이고, 홀몸이 아니고 하지만 호세의 애는 아니고, 유림이는 피 알레르기가 있어서 촬영을 못하겠단다. 애매한 상황에 출장에서 돌아온 제작자는 김감독에게 당장 촬영을 그만 두라 한다. 풀죽은 김감독은 사무실에서 난동을 피우다 자신의 뒤에 앉은 신감독의 망령을 본다. "자신을 믿는 건 재능이야." 라는 말과 함께 환호 같은 비명을 지르다 불타 사라지는 신감독. 그에게 자신감을 얻은 김감독은 자신이 찍고픈대로 촬영을 이어나간다. 검열 제작자가 갑자기 들이닥치기도 한다. 피 알레르기가 있는 유림을 대신해 미도를 투입했지만 직업이 배우가 아닌 지라 연기가 너무 어색하다. 검열 제작자는 유림을 다시 투입하자는 제안을 하고, 할 수 없이 유림을 재투입한다. 우리의 유림....알레르기는 개뿔....뻔뻔~하게 연기를 해낸다.

열심히 찍다 보니 막바지에 다다른 촬영. 불을 붙이는 촬영을 하다 촬영장에 불이 번지고, 작품의 성공에 미쳐있던 김감독은 위층에 사람이 있다는 말도 무시한 채 30초!만 참으라고 소리친다. 컷! 소리와 함께 천장이 무너지고 묶여있던 사람이 떨어진다. 촬영이 끝나고 모두가 떠나간 촬영장에 홀로 앉아있는 김감독.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김감독은 신감독의 각본을 훔쳤고, 제작자는 신감독의 돈을 훔쳤던 날. 

김감독의 영화는 엔딩을 다시 찍은 덕에 '걸작'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어떤 엔딩을 담았는 지는 끝까지 보면 안다.


김지운 감독 영화랑 계속 안 맞았는데 이건 왜 이리 잘 맞아????? 인간군상극 역시 재밌네....히스테릭한 김감독 역이 제일 재밌었음. 유림이가 힘들다 하니까 유림아~힘내보자(결의) 존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히스테릭하다고 했냐면 영화를 너무 사랑해 신경쇠약이 걸릴 정도다. 영화 때문에 약 먹고, 결말이 마음에 안 든다고 급작스러운 재촬영에 과거 촬영장에서 불이 났을 때 대본을 훔쳐 달아난 것도(웃긴 게 신감독 영화 베낀 거 아니냐고 하니까 발끈함 ㅋㅋㅋㅋ 뭔데 ㅋㅋㅋㅋ)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대사는 '너를 믿는 게 재능이야.' 신감독이 김감독에게 하는 위로이자 충고인데 이 말이 기폭제가 되어 이후 이어지는 촬영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펼치게 된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내딛는 무용한 발자국마저도 응원한다는 의미구나. 사랑한다는 말이구나. 신감독도 그렇고 대본을 보고 엄청날 것 같다는 미도도 김감독에게 얼마나 큰 힘이었을지. 김감독이 진짜 하고 싶은 것만 한 덕에(?) 막장 영화가 되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과정을 쭈욱 지켜본 저에겐 즐거움이었답니다~다시 찍은 엔딩이 궁금했는데 으이 중간에 나왔던 장면들은 거의 생략되고 새로 보는 씬들이 많았다. 

이것마저 다시 찍은 줄...김감독은 그럴 사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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