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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30. 2023

<겨울밤 토끼 걱정>

2023년 9번째 책

제목: 겨울밤 토끼 걱정

작가: 유희경

줄거리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마흔여덟 번째 시집으로 유희경의 『겨울밤 토끼 걱정』을 출간한다. 낯선 감정을 섬세하게 발견하는 시 37편과 밤마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괴벽과 낮에는 미몽이 불러내는 기억을 떠올리는 에세이 「이야기, 나의 반려伴侶」를 싣는다. 유희경 시인의 이번 시집은 2년 만에 선보이는 다섯 번째 신작이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Ⅷ』은 김승일, 정현우, 정재율, 이영주, 서대경, 유희경 시인의 개성을 담은 시집을 선보인다. 젊고 세련된 감각으로 한국 시 문학이 지닌 진폭을 담아내는 이번 시리즈는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표지 작업과 함께해 예술의 지평을 넓혀간다.


시월 즈음, 필사단에 뽑혀 받은 시집. 꾸준히 읽었어야 했는데 한 번 흐름이 오래 끊겨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느라 오래 걸렸다. 다시 말해, 게을러서 오래 걸렸다. <겨울밤 토끼 걱정>이라...작가는 겨울밤에 다른 것도 아니고 왜 토끼 걱정을 하나 싶었다. 필사해야하는 작품이라 가장 먼저 읽었는데 추운 겨울 밤, 가로등 아래 토끼는 눈에 밟히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갓 구운 빵처럼 데워지던 마음은 점점 난로가 되었다. 시가 눈 앞에 그려질 때마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장면을 떠올렸고, 그곳에 잠시 멈춰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만큼 에세이도 좋았다. 이야기를 '반려'라 부를 정도로 이야기를 자신처럼 여기는 시인. 그가 담지 못한 흑백의 이야기는 몇 개나 더 남아있을까. 이야기는 개수로 셀 수 있을까. 끊임없이 쏟아져나왔으면 좋겠다. 시인 뿐 아니라 그 누군가도.


'내게는 지금껏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괴벽이 하나 있다. 잠들기 직전, 침대 속에서의 궁리다. 중얼중얼, 우선 인물을 만든다. 그는 나이기도 하고 내가 아니기도 하다. 나 혹은 그에겐 대단한 능력이 있다. 어느 날은 천재이고 또 어느 날엔 위대한 투수다. 때론 검객이 되어 칼을 휘두르고 때론 왕좌에 앉기도 한다. 중얼중얼, 모험이 시작된다. 세상에 없던 발견을 해낸다. 3구 3진만으로 9이닝 게임을 끝낸다. 악령들과 싸우고, 이웃 나라의 시비로부터 나라를 구해낸다. 이야기는 몇 날 며칠 이어지기도 하고 더러는 하룻밤 만에 끝이 나기도 한다. 하여간 무언가 거대한 일들이 밤마다 베개 위에서 일어난다. 숨죽여 키득거리기도 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는 상상을 나는 좀처럼 그치지 못한다. 아마 오늘 밤도 나는 중얼중얼 어떤 이야기를 지어낼 것이다. 전날 밤 이야기가 끝이 났던가 더듬어보면서. 지난밤에 나는,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축구팀 감독이었어.' - 유희경, 에세이: 이야기, 나의 반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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