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번째 뮤지컬
이곳 저곳에서 좋다고 하는 것도 다 물리쳤는데.........왜 공연을 안 갈 줄 알고 혜공 공부방송을 본 거냐.......똑똑하게 캐해 잘하는 배우들 모셔놓고 말하니 훅 빨려들어가버렸고, 그렇게 나는 예스24 스테이지로 향했다. 에밀 역에 박영수 배우, 클로드 역에 정지우 배우로 보고왔다. (배우자첫인데 영상에서 들은 성대 너무 짱짱하여 맞춰왔지)
아니아니아니x호들갑 10000000000......영수 배우 키 큰 거 알고 있었는데 거대한 사람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나는 고발한다 기깔나게 뽑아주시는데 이 넘버가 첫 넘버라 좋았다. 관객들 집중시키기에도 좋고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깔고 가는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극은 에밀의 집에 클로드가 폴 세잔의 그림을 전하러 오면서(라고 쓰고 죽이러 왔다고 읽는다.) 시작된다. 아마 슈에밀은 엑상 프로방스 레스토랑 이야기하면서 눈치 깐 거 같은데 클로드가 그대로 말려버림. 뭐, 클로드도 말려든 지 몰랐겠지.
진실게임 넘버+장면 다 좋았다. 넘버 시작할 때 시곗바늘 소리 진짜 잘 넣었다고 생각함. 진실게임 때 재밌었던 게 클로드 질문이 날카로웠다. 어쩜 허를 찌르는 질문만 던지는지 슈밀은 술만 마시고. 반대로 에밀의 질문에 클로드는 술술 대답한다. 형 얘기하면서 부르는 그펜내말 넘버....그날의 온도, 그날의 분위기...~극락 가려면 지우 노래 들으면 돼요.(진짜임)
생 빅투아르 넘버, 빠담빠담 넘버. 쫀쫀한 넘버들 속에 유이(2)하게 숨 쉴 공간이었음. 생 빅투아르 넘버에선 조명도 잘 써서 속으로 '우아아....아름다워....' 하면서 봤다. 그래서 이때의 클로드는 진실을 말한 거야, 아닌 거야? (클로드에 대한 의문은 커져만 가고...) 빠담빠담은 소문이 워낙 자자해서 ㅋㅋㅋㅋㅋㅋ 선생님들이 술 마시고 주정 부리는 구간 ㅋㅋㅋㅋㅋㅋ 그래요 슈밀은 거하게 취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제대로 넘어지는 줄 알고 헉 다친 거 아냐! 했는데 슈 본인은 멀쩡해....옆에서 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하는 지우클로드 ㅋㅋㅋㅋㅋㅋㅋㅋ 웃참하는데 넘 웃겼다 ㅋㅋㅋㅋㅋㅋ무대로 제대로 몸을 내밀지 않나 한 분 찍어놓고는 빠담빠담 불러주시지 않나 ㅋㅋㅋㅋㅋㅋ 우리 아저씨 몸 잘 쓰는 거 제대로 알았습니다.
빠담빠담 이후부터 불타오릅니다. 에밀이 술에 취해있는지 확인한 클로드는 에밀의 방 이곳저곳을 뒤지며 재심 원고를 찾는데 "원고는 책상 서랍 맨 마지막 칸에 있네." 거봐, 역시 에밀은 알고 있었어. 여기서, 클로드는 왜? 에밀의 원고를 훔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면, '드레퓌스 사건'을 아셔야 한다. 드레퓌스 사건이란 프랑스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지며 쪽팔린 상황이었다. 전쟁의 패배는 반역 행위에 있다고 결론내린정부는 그것을 뒤집어쓸 사람이 필요했다. 그게 유대인 드레퓌스였다. 그를 표적으로 삼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서류에서의 필체가 그의 것과 비슷했기 때문. 드레퓌스가 프로이센에 군사기밀을 넘겼다는 소식을 들은 국민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드레퓌스를 지지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수많은 협박과 암살 시도에 시달렸다. 드레퓌스파였던 에밀은 신문에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서한을 쓴다. 공개적으로 드레퓌스를 지지함을 밝힌 에밀 졸라를 사람들은 가만 두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반드레퓌스파인 클로드인 것이다. (+폴 세잔도 반드레퓌스파였다.) (+클로드가 찾아온 건 픽션. 에밀 졸라의 소설에는 '클로드'라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건 팩트)
이때부터 두 사람의 팽팽한 싸움(몸싸움 x, 기싸움 o)이 시작된다. 멱살도 막 잡고 그러는데 여기서 찐텐 같아서 놀랐다. (마스크 안으로 벌린 입) 그때 클로드가 에밀이 쓴 글에 흔들렸다고, 혹했다고 그러는데 여기서부터 진짜 재밌어진다. 이렇게 말했다는 것 자체가 상대한테 단점을 보이는 거니까. 사실 클로드는 에밀의 엄청난 팬이었고, 내 생각에 이 임무에 나선 것도 그의 팬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은. 두 인물이 일직선상에서 만나는 거 왜이리 좋니......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고, 참어른이 새싹을 돌보아주는, 그런 따뜻한 느낌. 에밀을 죽이려 했던 클로드는 에밀에게 날아오는 총알을 막고, 그에게 총까지 준다. 그러면서 자신에겐 펜이 있으니 괜찮다고 보여주는데 총 대신 펜을 든 그 장면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런 클로드에게 에밀은 자신의 재심 원고를 넘긴다.
곧은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이는 매력적이다. 방향을 알고 행동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어렵기에. 요즘엔 이런 사람도 많이 없고. 그런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보듬을 수 있구나 싶었다. <에밀>은 나에게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라'고 가르쳐준 극이었다. 내내 품고 살 극. 마음에 드는 극을 봐서 행복하다. 좋은 극이라는 건 이런 것이구나. <에밀>이구나.
그나저나, 다른 집 에밀 선생님이랑 클로드가 궁금하네....이거 감긴 거죠....? 넘버가 계속해서 맴도는데....이거 감긴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