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작 6

글쓰기 멘토

by 빛나라 오드리

우리 모두에겐 멘토가 필요하다.

우리를 믿어줄 사람,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작가가 되는 본보기가 되어줄,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 작가의 시작 p135


직장을 3번 즈음 옮겼을 때 '멘토'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지금이야 어디서든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는 단어지만 그때만 해도 낯선 단어였다. 이름만 아니 이니셜만 대도 알만한 그 회사는 운이었다. 이제 사회생활이 무엇인지 순수하게 아주 열심히 열정만으로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만한 나이였다. 그렇게 운으로 들어간 그 회사는 정말 다른 세상이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스펙을 쌓아서 기를 쓰고 들어가려는지 이해가 갔다. 생각지도 못한 복지와 시설 그리고 사람들은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도 계급이 있었고 어느 초원의 한 복판에서나 볼 법한 피맺힌 생존경쟁이 있었다.


나는 여느 경쟁상대도 되지 못한 애송이라서 그런지 거리낌 없이 회식자리에 낄 수 있었고 나보다 열 살 넘게 많은 장님들과(팀장, 과장...) 가깝게 지냈다. 20대 산을 무척 잘 탔고 술도 잘 마시고 (산타는 사람들은 원래 술을 잘 마신다.) 유쾌했으니 아저씨들만 가는 저녁식사에 나는 거의 초대되었다.

"희진 씨도 멘토만 잘 만났으면 지금보다 훨씬 괜찮은 회사에 입사했을 텐데..."

멘토? 술기운이었지만 머리가 순간 갑자기 맑아졌다.

그때부터 난 멋진 멘토를 찾았다. 기다렸다. 헤맸다.

물론 갑자기 내 앞에 짠하고 나타날리는 없다. 내게 멋진 말을 해주고, 괜찮은 책을 권하고, 함께 생각을 나눌 그런 사람이 애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만은 당시 우린 권태기였고 애초에 책을 가까이하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멘토는 어떤 사람 이어야 할까?

여직원 모두가 좋아하는 팀장님은 키가 크고 외모도 괜찮은 분이셨다. 일단 키가 커서 옷이 참 잘 어울렸고 무척 신사다웠다. 문을 먼저 열어주시고 맛있는 건 항상 먼저 권하셨으며 가끔 먹기에 아까운 디저트도 사주시는 진짜 근사한 분이셨다. 물론 아이가 넷이나 있는 이미 임자 있는 몸. 내 책상에 꽂혀있는 책을 뒤적이시다가 어느 날은 책상에 무심코 책 한 권을 놓고 가시고 산에 오를 때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정이 많고 인자한 분이셨다. 후에 내가 이직할 때 직접 이력서를 검토해주셨고 다시 공부하기를 권하셨으며 보다 나은 회사에 가기를 바라셨던 고마운 분이다. 나를 믿어주고 용기를 심어주는 분이셨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과장님과 다른 직원 5~6명이서 매주 토요일 새벽 5시 즈음 산에 올랐다. 그게 내 첫새벽 산행이었다. 한 3년? 정도 이어갔는데 겨울에는 시간을 옮겨서 가기도 하고 여름이면 더 일찍 가기도 했다. 무뚝뚝하고 말도 없으시고 매사 툴툴거려도 정이 깊고 근면 성실한 분이셨다. 윗사람보다 아래 직원들을 더 챙기시고 내 몸 돌보기를 교과서처럼 지키셨다. 나를 믿어주고 이끌어주는 분이셨구나.


멘토는 나도 모르는 순간에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옆에 멘토가 있었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본보기가 되는 분이셨다. 내 아이만 잘 키워서는 안 되고 주변의 아이까지 잘 키워야 내 아이도 잘 큰다고 강조하셨다. 가을 운동회 참가비는 인당 라면 5 봉지, 겨울이면 가족수대로 양말을 기증해야 하며, 일 년에 한 차례 아나바다 시장놀이를 크게 개최하셨다. 그날은 그 아파트 잔칫날로 떡볶이, 어묵, 부침개, 김밥 등 먹거리와 다양한 물품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전부 불우이웃 돕기로 내놓으셨다. 어린이날, 크리스마스는 학부모가 무대에서 직접 아이들에게 공연을 보여줬던 멋진 유치원이었다. 원장님을 보며 내 꿈도 키웠고 그곳에서의 일의 마중물이 되었다.


어려운 순간에 마법처럼 나타나기도 했다.

작년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추었을 때 온라인 세상에서 만난 이웃들이다. 열어볼 엄두조차 못 내던 블로그에 매일 포스팅을 할 수 있었고 힘들게 새벽을 열었다면 많은 이들의 응원과 칭찬 속에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 6시면 전국에서 저마다 자신만의 모습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을 공유해주었고 그 순간이 모여 하루, 한 달, 일 년 그리고 지금이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멘토가 되고 싶다.

그런 꿈을 어느 순간 꾸고 있었고 나도 모르게 실천하고 있었다. 지식을 전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함께 옆에서 걷고 싶었다. 처음에는 내 아이였지만 작게는 아이의 친구들이 되었고 이제는 나를 만나는 아이들에게 멘토가 되고 싶다. 나를 만나는 그 순간만큼은 진짜 삶에 대해 고민하고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느끼고 있다. 진심으로 너를 응원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글쓰기 멘토를 만났다. 매일 만나고 있다. 나와 함께 글로 만나는 사람들.

유명하고 대단한 수상가 들도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법한 작가도 아니다. 나와 비슷한 삶의 이야기를 매일 들려주는 사람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 모두가 내게는 멘토이다. 그들은 내게 영감을 주고,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작가가 되는 본보기가 되어줄 내 소중한 글쓰기 멘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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