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작 10

동네 묘사하기

by 빛나라 오드리


“흠!” 마침내 책을 다 읽은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흥미진진했어! 팔로스 베르데스 묘사가 정말 마음에 들더구나.”

_작가의 시작 p279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 사이로 쭉 뻗은 도로를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이제 바다를 수놓은 아기자기한 섬들의 나라로 들어서게 된다. 크고 작은 섬들이 제각기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바다를 차지하고 있다. 아주 큰 섬도 작은 섬도 이유는 제각각. 섬이라고 하기에는 도로가 너무 곧도 반듯하다. 이제 막 정비를 끝낸 듯한 도로의 입구에는 작은 표지판이 외로이 바람에 흔들린다.

신시도 국립 자연휴양림

지난 9월 방문 후 두 번째.


굽이 굽이 도로를 지나 멀리 높이 솟은 섬의 입구가 보인다. 이제껏 자연휴양림의 입구는 무척 소박했지만 이곳은 거대한 성문 같아 보인다. 오로지 그 성문을 지날 수 있는 이는 특별한 초대장을 받은 사람인 듯. 다행히 내게도 특별한 초대장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예약자와 방문등록을 마친다. 그리고 방문자안내센터에 들러 신분증을 제출해 예약을 확인하고 쓰레기봉투를 구입한다. 이제 막 민간인에게 출입을 허락한 섬인 만큼 지켜야 할 규칙도 꼼꼼히 안내받는다. 차량을 등록하고 섬 안내도를 받으면 등록 끝. 이제 숙소 예약자에게만 허락된 섬에 출입을 허한다.


KakaoTalk_20211130_213331472_03.jpg 방문자등록센터에서 보이는 풍경



안내센터를 지나 천천히 주차장 사이로 좌회전. 주차장을 지나버리면 입구는 사라진다. 입구를 놓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 섬은 모든 도로가 일방통행이기 때문에 후진이란 없다. 입구를 향하면 방문등록차량을 마친 차에 한해서 출구가 열린다. 이제부터는 아주 천천히 가야 한다. 길 양쪽에 섬을 산책하는 숙박객이 많으니 꼭 주의. 해안선을 따라 휴양소가 가지런히 위치해있다. 그렇게 높지 않고 꼭 버섯마을처럼 앙증맞은 집이다. 이 길이 끝날 즈음 달의 모습을 닮은 두 개의 휴양관이 보인다. 상현달과 하현달. 모든 객실에서 바다를 향한 아주 큰 창으로 하루 종일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 오늘 내가 묵을 숙소는 상현달이다.

상현달과 하현달 사이에는 전나무숲으로 이루어진 작은 야외공연장이 있다. 여기서 숲해설도 들을 수 있고 크고 작은 공연도 이루어지겠지. 아직 코로나로 어떤 행사도 열리지 않았다. 휴양관에 들어서기 전. 가까이서 보니 꼭 우주선에 탑승하는 기분이다. 모든 객실이 방음이 잘 되어있고 세련되고 깔끔하다. 무엇보다 공간을 잘 활용하여 답답하지 않아서 정말 좋다. 자연을 최대한 해치지 않고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휴양림 곳곳에 조성된 산책로에서 산과 바다를 두루두루 감상할 수 있다. 밤이면 하늘을 빼곡히 수놓은 별 잔치, 아침이면 산새들의 노랫소리, 낮에는 산들바람에 무작정 바다를 넋 놓고 바라보자.



KakaoTalk_20211130_213331472_01.jpg 신시도와 가까운 선유도에서


내게 허락된 시간은 두 번의 일출과 두 번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적당한 여유이다. 단 일출은 느낌으로만 알 수 있다. 저 멀리 어렴풋이 해가 뜨는구나. 대신 일몰은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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