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작 9

중요한 질문들

by 빛나라 오드리

토바이어스 울프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글쓰기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매번 글을 쓸 때마다 홈런을 위해 사력을 다해 배트를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루 연습은 각자 알아서 하면 된다는 얘기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이 인물이 곤궁 속에 존재하는 무엇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작가의 시작 p201


대체 네 머리속은 어떻게 생겼길래 그런 질문이 나오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거니?

내 얘기가 아니다. 늘 허무맹랑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지인의 이야기다. 언젠가 한 번은 등장할 줄 알았는데 그게 오늘이라니 참 너도 너답다.


같은 그림을 보고 있는데 전혀 다른 그림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같은 이야기였는데 다른 이야기였다.

분명히 호랑이가 등장하는 순수한 아이의 상상에 관한 이야기인데 갑자기 환경오염을 이야기한다. 남들은 한 장면을 보고 두 세번 건너뛴다면 이 친구는 열걸음은 앞서 나가있다.

얼마전 그림책모임에서 영국의 유명한 그림책 "The tiger who came to tea"를 읽었다. 오렌지 빛깔의 선명한 털에 까만 줄무늬가 아주 잘 어울리는 호랑이가 우연히 소피의 차 마시는 시간에 집에 들러 함께 차를 마신다. 지극히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호랑이가 환경오염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티타임이 불편한 세계정상들이 테이블에 모여 협상하는 모습이었다며 힘의 크기를 사람에 빗대어 그린 책이란다. 이 친구의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감을 잡아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독특한 시선이란건 바로 그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림책의 한장면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무슨 숨은그림찾기라도 하듯 작가의 숨은 의도를 귀신같이 찾아낸다. 한 권을 봐도 하나의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볼 때마다 쏟아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설마 작가가 저렇게 까지 생각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정도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도 독특하다.

동시에 적어도 5~8권을 읽는 것 같다.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들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스토리로 구성되고 지금껏 누적된 배경지식과 함께 특별한 결과를 도출해낸다. 그리고 그녀는 수없이 많은 질문을 쏟아낸다. 답을 찾아야겠다는 목적은 없다. 다만 질문을 하는 것이다.


중요한 질문이 있을까?

처음 독서토론 수업에서 질문을 만들라고 했을때 나는 정말 단편적인 질문들을 적어냈다. 짝과 질문을 공유할때 내 얼굴을 수없이 화끈거렸으며 그때부터 내 목표는 중요한 질문을 만들것! 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질문은 철학적이며 나의 삶을 반추할 수 있고 누구든 무릎을 탁 치며 감탄사를 내뱉을 그런 질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생각이 겹겹이 쌓이자 질문에는 난이도가 있지 경중은 없다가 내 결론이다.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어떤 연결구조인지 알 수 없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은 계속되고 생각을 생각으로 끝내지 않고 반드시 타인에게 전달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나의 면만보고 단편적으로 생각하는게 너무 안타까워!"

로 시작된 자신만의 사고방식은 입이 딱 벌어진다.


모두가 검정인데 너만 오렌지색이야.

같은 색으로 섞이지 않는 사람이다. 누구든 처음에는 대체 뭐지? 하며 경계를 세울 낮선 사람. 하지만 알면 알수록 깊이있는 내공이 무서운 사람이다. 책으로 다져진 그녀만의 철학은 순수하다. 남을 해하지 말며 원인없는 결과가 없고 지금 현재를 잘 살아야한다는 지극히 소박한 신념이다. 아는게 너무 많아 어찌보면 잘난체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지닌 상식을 두루 나눈다는 좋은 의도를 갖고 하는 이야기들이다. 정말 그녀의 속사포 같은 이야기들로 누군가는 노트북을 고치고, 누군가는 자식의 고민을 무료로 상담하고 매일 새벽 함께 걷는 나는 이야기로 머리를 채우고 나를 향한 따듯한 배려와 사랑으로 가슴을 채운다.



그녀만 허락한다면 평생 좋은 책을 나누며 질문을 공유하는 벗이 되고 싶다. 내 눈에 덮인 편견이라는 안개를 조금씩 걷어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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