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작 8

이름을 안다는 것

by 빛나라 오드리

나는 사물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강력하고 신비로운 일이라고 믿는다. - 이브 엔슬러


개인정보 보호법이 강화된 이후로 나는 출석부를 요구해야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점차 번거로움을 핑계로 출석부를 요구하지 않았고 당연히 아이들 이름도 불러줄 수 없었다. 여러 번 만난 친구들의 경우 자연스레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고 어느 순간 교실에는 이름이 불리는 친구와 불리지 않는 친구로 나뉘게 되었다.



얼마 전 새롭게 시작된 수업에서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친구가 수업 도중 손을 번쩍 들더니

“선생님은 왜 제 이름은 안 부르세요?” 하고 물었다.

“응 선생님이 출석부가 없어. 다른 친구들은 선생님 수업을 계속 들었던 친구라서 기억하고 있는 거야.”

“그럼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하고 다짜고짜 따지고 드는 것이다. 목소리에 잔뜩 화가 들어있었고 화뿐만이 아니라 서운함과 억울함까지 세어 나왔다. 순간 나도 지지 않고 되받아쳤다.

“그럼, 넌 선생님 이름 알아? 오늘이 두 번째 시간인데 선생님 이름 기억해?” 하고 물었다.

아이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울하다는 듯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니오”하고 답했다.

나는 얼른 감정을 추스르고(참 어른답지 못하다)

“우리 약속하자. 다음 시간까지 이름 알아오기로!”

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수업이 끝난 후 한 줄로 서서 몸 인사를 나누는데 줄 맨 끝에 아까 이름을 물은 씩씩한 그 친구가 서 있었다. 분명 자신은 오늘 선물도 안 받고 인사도 나누고 싶지 안 다했는데......

“오늘 재미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빙그레 웃는다.

녀석, 나보다 낫다.


이름을 불러 강력하고 신비로운 일이 사물뿐이겠는가? 아니 사물도 제 이름을 부르면 강력하고 신비로운 일이 일어나는데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는 학기초 담임선생님이 반 친구들 이름을 얼마나 빨리 외우는지에 초관심이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선생님이 이름을 다 외우면 너무나 기뻐 담임 자랑에 입이 침이 마른다. 선생님이 얼마나 관심이 많으신지, 얼마나 재미있고 자상하신지. 행여나 선생님이 조금 야속한 일이 있더라도 이름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면죄부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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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한 주가 지났다. 과연 그 아이는 내 이름을 알아왔을까? 분명 지난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도서관에서 한주에 한 번 만나는 선생님이 뭐 그리 중요할까? 물론 나를 한 달 만 만나도 내 이름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준혁아 선생님 이름 알아왔어? 난 이제 이름 아는데~”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아 맞다. 그랬지! 근데 저 몰라요.”

요 녀석! 그래 솔직해서 좋다. 그래도 이름을 불러주니 아이 얼굴이 헤벌쭉 미소가 번진다. 수업시간마다 본인 마음에 안 들면 딴지를 건다. 왜 숙녀 먼저 해야 하는지 에티켓은 왜 지켜야 하는지 무엇하나 조용히 넘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밉지 않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선생님한테 신호를 보내지만 가끔은 너무나 조용해서 이름 한 번 불리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 친구들도 있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꼭 아이 이름으로 바꿔주기를 요청하고 수업이 시작하기 전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안부를 묻지만 대면 수업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이름을 불러주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유명한 시도 있지 않은가? 정성을 다해 마음을 담아 불러보자. 이름 한 글자, 한 글자에 꾹꾹 마음을 실어 이름을 부르면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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