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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조바르 Jul 16. 2024

좋은 시간, 나쁜 여자(27. 나쁜 여자의 사랑)

성주와 현경의 몸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멀리 모텔 간판이 보였다.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눈빛으로 ‘저기’라고 선택했다. 성주는 현경의 손을 꼭 잡았다. 둘은 점점 걸음이 빨라지더니 급기야 뛰기 시작했다. 마음이 통한다는 게 이런 걸까? 숨이 가빠질수록 흥분되었다. 모텔 안으로 들어간 둘은 엘리베이터에서 가볍게 키스를 했다. 5층, 객실 복도는 조용했다. 501호 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드디어 둘만의 공간이 펼쳐졌다. 어둑한 룸은 밝기 조절이 가능한 스위치가 있었다. 성주가 어둠 속에 별빛이 쏟아질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자 현경은 자연스레 킹사이즈 침대에 걸터앉았다. 상체를 뒤로 눕히자 천장에는 야광별이 붙어져 있어 마치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 같았다.  현경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성주의 눈은 막 사랑을 시작한 모닥불처럼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탄탄한 가슴과 어깨, 단단한 허벅지,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성주의 몸에 가느다란 현경의 몸이 착 휘감겼다. 두 다리와 팔이 뜨거운 화염을 끌어안은 것처럼 욕망의 불꽃이 튀었다.

“아악.”

현경이 짧은 탄식을 질렀다. 성주가 현경의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그의 머리가 그녀의 아래로 내려갔다. 

“서, 선배.”

성주는 현경의 검은 숲을 혀로 감쌌다. 현경의 탄식소리와 함께 혀 끝으로 갈라진 그녀의 숲을 쉴 틈 없이 핥았다. 현경이 흘린 물기와 성주의 침이 섞여 숲이 흥건해졌다.

“아흣, 흐응.”

현경의 두 손은 어느새 성주의 머리를 감싸고 있었고,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신음했다. 중간중간 혀기둥을 밀어 넣는 바람에 현경의 눈앞에 수많은 별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현경은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렸다.

“성주, 성주 선배.”

성주는 상체를 올려 그의 이름을 부르는 현경의 입술에 혀를 넣었다. 현경은 안으로 들어온 성주의 혀를 정신없이 빨았다. 그녀의 물과 성주의 타액이 입가로 흘러넘쳤다. 그 순간이었다.

“아악.”

성주의 불기둥이 현경의 중심을 그대로 꿰뚫었다. 구름 위를 걷는 듯 몽롱했던 현경의 눈이 번쩍 뜨였다. 부들부들 떨리던 쾌감과는 전혀 다른 자극의 극치였다. 

“하악, 아아.”

견딜 수 없는 자극에 현경은 성주의 등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온 성주만큼 그녀 또한 그를 움켜쥐고 뼈가 으스러지도록 완벽히 하나가 되었다. 꽉 찬 아래쪽엔 현경의 물기가 없었다면 그대로 살갗이 타버렸을 것이다. 이윽고 절정에 이른 몸부림에 천국의 맛을 본 현경의 눈빛은 맑고 투명했다. 오직 본능에만 집중할 때 나오는 광채였다.

“하악. 아파.”

“아프게 해서 미안.”

성주는 자신의 불기둥을 빼려고 했다. 그러자 현경이 그의 등을 다시 움켜쥐며 말했다.

“조금만 더. 이대로.”

성주는 빼려던 걸 다시 미끄러지듯이 넣었다. 현경의 몸은 다시 떨렸다. 현경은 성주의 어깨와 등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어느샌가 땀이 범벅이 되어 그녀의 손이 미끄러졌다. 성주는 그녀의 목덜미를 입술과 혀로 핥아 내렸다. 그녀의 체향이 콧속으로 밀려들었다. 기분 좋은 향이었다. 성주가 그녀의 가슴에 자잘한 키스를 퍼붓자 현경은 다시 쾌감의 열풍에 빠졌다.

“흐윽.”

현경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다시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허벅지 사이에 힘을 줘서 성주의 불기둥을 그대로 가둬버렸다. 그리고 엉덩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악, 하악. 그대로 가만히 있어요. 제가 해볼게요.”

기둥을 박고 있는 성주도 현경의 리듬을 같이 타기 시작했다. 거친 신음이 흘렀다. 현경은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성주도 거친 숨소리 대신 신음을 질렀다.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눈앞에 별들이 폭발했다. 둘은 신음소리를 지르며 서로를 꼭 껴안았다. 현경이 ‘큭큭’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성주가 궁금해서 물었다.

“왜 웃어?”

현경은 성주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선배 신음소리가 미칠 것 같이 좋아서요. 이런 게 속궁합이 맞다고 하는 걸까요?”

성주는 현경의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에 놀라면서도 묘한 매력을 느꼈다.

“네가 좋다니까 나도 좋다.”

“아, 이래서 선섹후사가 중요한가 봐요.”

“그러네 정말.”

“그럼 오늘부터 1일?”

“아니 널 처음 본 날부터 난 1일이었어.”

“나도.”

현경은 성주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으로 당겨 안았다. 오른손으로 성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성주는 현경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마음껏 그녀의 체취를 흡수했다.     

며칠 후, 성주의 카톡 메시지가 울렸다. 어머니였다.

「아들, 카톡 프로필 배경사진 누구니?」

「여자 친구. 예쁘지?」

「예쁘네. 뭐 하는 친구야?」

「같은 과 후배」

「후배? 이름은?」

「엄마, 아들 연애에 웬 관심」

「질투 나서 그런다.」

「….」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것 같기도 하고. 집이 어디야?」

「엄마. 나중에 잘 되면 그때 알려줄게. 지금은 때가 아님. 신경 끄셔.」

「제대한 지 얼마 됐다고 엄마를 배신? 나쁜 놈.」

「ㅋㅋ 아들 연애를 질투? 엄만 아빠 있잖아. 나 바쁨.」

「앞으로 밥은 여자 친구한테 해달라고 해라. 빨래도.」

「엄마, 유치짬뽕. 그래도 내가 젤 사랑하는 여자는 엄마임.」

「그 말 안 했음 현관 비밀번호 바꿀 뻔.」

「알았어요. 백수정 여사 사랑해.」

수정은 아들 핸드폰 카톡 프로필 사진을 확대해서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리저리 뜯어보던 수정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뭐야, 아악. 어떻게 이런 일이.”

수정은 아들의 여자친구가 현경임을 알았다. 날카로운 복수의 칼이 머리통을 수박 자르듯이 싹둑 잘라버린 느낌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는 게 이런 건가? 저주받은 인연의 끈이 아들에게 이어지고 있었다. ‘안돼. 막아야 돼. 여동생이야.’ 수정은 아들이 고통스러워할 모습을 생각하며 치를 떨었다. 남편에 대한 복수계획에 아들이 끼어들면서 모든 게 뒤틀려졌다.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현경의 김포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서있다. 승용차 뒷 좌석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한 중년 여성이 옆에 탄 남자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있다.

“무조건 여기로 데리고 와요. 안 되면 강제로라도.”

“네.”

건장한 체격의 남자 두 명이 차에서 내렸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을 눌렀다. 현경이 있는 층이었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김현경 씨 앞으로 등기가 와서요.”

“등기요?”

“네. 본인이 직접 수령하시고 서명하셔야 합니다.”

현경이 문을 열었다. 순간 옆에 있던 남자가 현경을 안으로 밀면서 세 사람이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아악. 뭐예요?”

“잠시면 됩니다. 소리 지르지 마시고요.”

현경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누, 누구세요?”

“잠시면 됩니다. 나쁜 사람 아니니까 걱정 마시고요.”

“누구세요?”

벨을 눌렀던 남자가 무서워말라며 차분하게 말했다.

“김성주 씨 아시죠?”

“네.”

“김성주 씨 어머님이 현경 씨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저를요? 왜요?”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잠시면 됩니다.”

현경은 두려웠다. 성주 선배 어머니가 왜 찾아왔을까? 그것도 자연스럽지 못한 방법으로.

“알았어요. 옷 갈아입고 나갈 테니까 나가서 기다리세요.”

“현관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돌아보지 않을 테니까 갈아입으시죠.”

현경은 어이가 없었다. 상황을 파악해서인지 이제 두려움은 없었다.

“옷 갈아입고 나갈거니까 나가 계세요.”

두 남자는 조금 망설이다가 밖으로 나갔다. 벨을 눌렀던 남자가 말했다. 

“이래서 여직원을 데리고 왔어야 했어.”

“나오겠죠?”

“김성주 어머니라고 했으니까 나올 거야.”

잠시 후 현관문이 열렸다. 하늘거리는 원피스에 구두를 신은 현경이 나왔다. 청초한 이미지였다. 

“주차장에 계신가요?”

“네. 가시죠.”

두 남자는 현경을 보호하는 보디가드처럼 옆과 앞에서 걸었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간 세 사람은 수정의 차로 걸어갔다. 앞서가던 남자가 수정이 탄 뒷좌석 창문에 노크를 했다. 창문이 내려가고 수정의 모습이 보였다.

“사모님. 데려왔습니다.”

“옆자리로 타라고 해요.”

“네.”

남자는 현경을 보며 뒷좌석 옆자리 문을 열어줬다. 현경은 머뭇거리다가 차량에 탔다. 뒷좌석에는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착용한 중년 여성이 타고 있었다. 

“무례하게 해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성주 선배 어머님이세요?”

“그래요. 내가 성주 엄마예요.”

“안녕하세요. 김현경입니다.”

“내가 현경 씨 인사받으러 온건 아니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할게요.”

현경은 분위기상 어떤 말을 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성주랑 헤어져요. 둘은 만나면 안 되는 사이니까.”

“네? 무슨 말씀이신지.”

“둘은 만나면 안 되는 사이라고. 더 자세한 건 알려고 하지 말고.”

수정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수정은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냈다. 

“이거면 아가씨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충분할 거야.”

“거래를 하자는 건가요?”

“호오, 말길을 알아듣네.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러죠 뭐. 안 만날게요.”

현경은 수정이 건넨 봉투를 덥석 받아 들었다. 수정은 조금 의아한 눈으로 현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헤어지지 않는다면 아가씬 세상에 없게 될 거야.”

“그런 협박은 못 들은 거로 할게요.”

“그럼 잘 가요.”

“네. 반가웠고요. 돈 주셔서 감사해요.”

현경은 돈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수정의 차가 떠나기도 전에 발걸음을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수정은 뭔가 꺼림칙하면서도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보통은 울며불며 사랑하게 해달라고 하는 게 정상 아니야? 왜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지? 역시 없는 집에서 어렵게 자라서 그래. 거지 근성을 못 버리는 거지. 그런데 괜히 기분 나쁘네. 우리 성주를 그렇게 쉽게 포기하다니.’ 수정은 남편과의 싸움에 성주가 희생양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현경은 오피스텔로 돌아와서 냉장고 문을 열고 물병을 통째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헉, 이거 먹고 떨어지라고? 어림없지. 당신 아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걸. 누가 더 불행해지나 볼까?’ 현경은 다시 물을 들이켰다. 나쁜 여자들의 싸움이 시작된 오피스텔 건물 너머로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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