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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 키노 Jul 08. 2023

망망대해

왠지 막막해서

비가 그치고 시원해진 7월 8일 초새벽.


와이프가 일찍 잠들고 거실에서 고독한 유튜브 시청하다가 급현타가 와서 천장을 보고 누웠다. 신혼집으로 이사 온 지 한 달째, 결혼식 끝난 지 2주째가 되니까 홀가분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직장취업문제가 있지만 와이프와 함께하는 인생에서 무엇을 목표로 살아가야 할지 근본적인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파워 P인 우리 두 사람에겐 계획, 목표를 세우는 일엔 무덤덤하지만 방향 없이 살진 않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함께 가정을 이루고 나니 새로 산 냉장고처럼 텅 비어있는 것 같았다. 매월 나가는 공과금, 세금 정리나 인터넷가입요금 정리는 지금 생각하는 그 어떤 계획이나 목표에는 부합하지 않았다. 결혼 후 부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장 핵심적인 문제마저도 닥쳐서야 고민하는 나의 삶의 자세가 문제라는 생각마저 든다. 혼자 사는 입장이었으면 오래도록 고민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엄청 늦게 알아차리거나.

어쨌거나 지금이라도 알아차려서 다행이다. 주말 동안 와이프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하고 나니 쉴 법도 한데 늦은 밤에 뭐라도 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과부하 걸려서 내일 아무것도 손대지 않을까 봐 드러누웠다. 그래도 쓰고 싶은 욕구는 넘쳐나길래 폰으로 작성하는 중이다. 생각보다 잘 써진다. '육아를 한다면 이렇게 못하겠지?'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이는 좋지만 왠지 마음이 어수선해지는 것 같다. 또 쓸데없는 걱정한 탓이다.


잠들고 싶지 않은 것 보니 불금을 인지하고 있나 보다. 어딘가 불안한 요소는 없나 하고 생각해 본다. 센티한 초새벽이다 보니 잡생각도 많아지고 붕 뜬 느낌도 든다. 나를 인지하는 것은 어쩌면 자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한 번씩 이렇게 글로 남길 만큼 세게 온다. 브런치에 남겨진 글들이 나를 인지해왔던 반증이겠지. 평생을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겨우 벗어난 것 같은데 확신이 생기진 않는다. 되새기는 날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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