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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우리 가족의 '현실판 도깨비' 여행기

밴쿠버-오타와-몬트리올-퀘벡

by Mr 언터처블

캐나다 땡스기빙 데이, 우리 가족은 오랜 숙원 사업을 하나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드라마 도깨비의 자취를 따라 캐나다 동부의 끝, 퀘벡시티로 향하는 것이었죠.


가족 모두가 드라마의 광팬이라 수십 번도 더 본 장면들이지만, 밴쿠버에서 퀘벡은 참 멀기만 했습니다.


직항도 없는 데다 비행기 값은 어찌나 비싸던지... 결국 우리는 가성비와 낭만을 모두 잡기 위해 조금은 복잡하지만 흥미진진한 비행기-기차-자동차 콤보 이동 작전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 역: 수도 오타와의 정갈한 품격


비행기를 타고 먼저 도착한 곳은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Ottawa)였습니다. 사실 퀘벡으로 가는 길목이라 큰 기대 없이 들렀는데, 반나절 머문 오타와의 풍경은 이번 여행의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웅장한 국회의사당(Parliament Hill)과 정갈한 정부 기관들, 그리고 그 뒤를 유유히 흐르는 오타와강(Ottawa River)은 정말이지 평화로웠습니다.

겨울이면 거대한 야외 스케이트장으로 변한다는 리도 운하(Rideau Canal)를 따라 걸으며 가족들과 여유를 만끽했죠.

수도답게 경찰들이 곳곳에서 순찰을 돌고 있어, 낯선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로서 최고의 안전함을 느꼈습니다.


두 번째 역: VIA Rail을 타고 몬트리올로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캐나다의 고속철도 VIA Rail에 몸을 실었습니다. 2시간 동안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몬트리올로 향하는 길은 무척이나 편안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에 이어 기차까지, 계속 앉아만 있다 보니 슬슬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세 번째 역: 몬트리올-퀘벡 로드트립


몬트리올에서 퀘벡까지의 3시간은 렌트카를 선택했습니다. 렌트카 사무실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여행 사이트에서 구입한 보험을 인정해주지 않아 1시간이나 실랑이를 벌여야 했답니다! 몬트리올 렌트는 꼭 현지 보험 확인이 필수예요!)을 만났지만, 우여곡절 끝에 운전대를 잡는 순간 말로 표현 못 할 해방감이 밀려왔습니다.


비행기와 기차에서 수동적으로 실려 가던 기분과는 달랐습니다. 내 손으로 핸들을 잡고 직접 페달을 밟으니, 비로소 우리가 진짜 여행을 하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나더군요.


퀘벡으로 향하는 길목, 창밖으로 펼쳐진 끝없는 푸른 농장과 소박한 시골집들의 단조로운 풍경조차 그날은 그렇게 평온하고 아름다울 수 없었습니다.


"날이 적당해서 모든 것이 좋았다" 올드 퀘벡의 시간


드디어 도착한 올드 퀘벡(Old Quebec). 숙소는 비용 절감을 위해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잡았지만, 밤늦게까지 즐긴 퀘벡의 야경은 숙소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습니다.

세 번째 날은 하루 종일 드라마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퀘벡의 상징인 페어몬트 르 샤토 프롱트낙 호텔(Fairmont Le Château Frontenac) 앞에 서니 공유와 김고은이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았죠. 호텔 옆으로 흐르는 장엄한 세인트로렌스강(St. Lawrence River)의 물결을 따라 걸으며 우리 가족은 주인공들의 흔적을 찾기에 바빴습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만찬은 가격은 둘째치고 웨이팅이 너무 길어,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운 우리는 간편식사와 길거리 간식들을 나눠 먹으며 구석구석을 걷는 쪽을 택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씨가 개고 햇살이 비치던 그 퀘벡의 골목길은, 우리 가족의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한 드라마 추억으로 저장되었습니다.

마지막 역: 봉쥬르, 몬트리올!


마지막 날, 다시 차를 달려 몬트리올로 돌아왔습니다. 웅장한 노트르담 대성당(Notre-Dame Basilica of Montreal)을 방문하며 몬트리올 시내를 구경했지만, 이미 오타와의 정갈함과 퀘벡의 낭만에 마음을 뺏긴 뒤라 그런지 샹랑샹랑 불어만 가득한 멋진 동네지만 저에게는 생각보다 큰 감흥은 없었답니다. (역시 첫사랑 같은 오타와의 인상이 강렬했나 봅니다.)


그렇게 렌트카를 반납하고 공항 곳곳에서 들려오는 "봉쥬르!" 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밴쿠버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대로 기!절!


캐나다 동부는 정말 멀긴 머네요!, 그래도 한 나라 안이지만 마치 다른 새로운 나라를 여행한 느낌이랄까?


비행기, 기차, 그리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던 자동차까지. 다양한 수단을 갈아타며 달려온 3박 4일은 짧았지만 강렬했습니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가족과 함께 드라마 속 한 페이지를 직접 써 내려간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


혹시 퀘벡 여행을 계획하시나요? 그렇다면 한 구간 정도는 꼭 운전대를 잡아보세요.


그때부터 진짜 여러분만의 드라마가 시작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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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머물며 여행과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년 복직을 앞두고, 교사로서 다시 마주하게 될 영어와 교육의 이야기를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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