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by 노란빛방울
출처: https://pin.it/2VsVMEQBh

나는 어제도 심연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다.


남편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몇 년 만에 자살 시도를 했다.

창틀에 몸을 기댄 것이다.
그리고 또 웃다가, 울다가, 화내다가 나는 반쯤 미쳐 있었다.
그리고 빌었다... 제발 나를 죽여 달라고, 이 칼로 내 배를 찔러 달라고. 그는 왠지 내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았다.
자해를 못 하게 제지하니 격분한 나는 몸부림치며 욕을 퍼부었다.
그렇게 다시 진정을 찾은 나는 멍하니 허공만 바라본 채 아침을 맞이했다...


당신이라면 이런 여자랑 살 수 있겠는가?

남편도 참 독한 놈 같지 않는가?

나라면 이런 여자 벌써 죽이고 남았을 거 같다...




하여간 어제 새벽 세 시에 창틀에 몸을 기대었을 때 그 편안함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차가운 새벽 공기가 역으로 온화하게 감싸주는 것 같았다.


​남편은 여기서 뛰어내려도 안 죽는다고 했다.
아하... 그럼 몇 층에서 뛰어내려야 죽는지를 오늘 알아내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냐?
뒤지겠다는 소리냐? 싶을 거다.
지금은 낮이다. 아침 약을 먹었고 감정이 가라앉았다.
아, 물론 학교를 빼먹었다... 마음이 돌덩어리처럼 무겁고 아파서.
남편마저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늦은 오후에 가게를 갔다...


나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졸업은 해야 하고,
남편은 누구 하나 죽어도 이혼은 못 하겠단다.
​그럼 어떡하겠는가?
이겨내? 견뎌내? 아니... 전환해야 한다.







어제 새벽의 그 지독한 폭풍을 지나, 낮의 햇살 아래서 '전환'을 결심한 나는 서늘하면서도 단호하게 나에게 이 네 가지를 상기시켜야 한다.


[심연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4가지]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그저 삶의 궤도를 아주 조금씩, 억지로라도 '전환'하는 일이다.


1. 거절과 가치를 분리할 것
​인격장애라는 필터는 타인의 미지근한 반응을 '나에 대한 전면 부인'으로 자동 번역한다. 하지만 남편의 회피나 무심함은 그저 그의 고갈된 상태일 뿐, 내 매력이나 존재 가치를 깎아먹는 증거가 아니다. 남편의 반응에 내 생사여부를 맡기지 않기로 했다. 아주 조금씩, '나'라는 존재를 그의 시선으로부터 독립시키는 연습을 시작한다.


​2.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 버리기
​인생 네컷 한 장, 사랑받는 아내 연기... 겉으로 보이는 행복으로 내 안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시도는 결국 더 큰 공허함만 불러올 뿐이다. 행복은 타인에게 증명하는 숙제가 아니다. '행복한 부부'라는 정답지에 나를 끼워 맞추려 애쓰기보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지독한 외로움과 갈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3. 나를 위한 밀도 있는 안전장치 만들기
​혼자의 의지로 이 심연을 거슬러 올라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어제 같은 극단적인 충동이 다시 나를 덮칠 때, 나를 붙잡아줄 수 있는 전문가와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부부 상담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내 감정의 기복을 제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치료와 약물, 즉 나만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데 집중하려 한다. 아직은 이렇다 할 안전장치는 없다. 그나마 우리 네발 달린 친구들?


4. 창밖 대신 감각에 집중하기
​심연에 빠지면 뇌는 자꾸만 창밖의 낭떠러지를 유일한 출구로 가리킨다. 그럴 땐 '어떻게 살지?' 같은 거창한 질문은 집어치우기로 했다. 대신 지금 내 발바닥에 닿는 바닥의 단단함, 목을 타고 넘어가는 물의 온도 같은 지극히 물리적인 감각에만 집중하라고 한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거나 짧게 걷는 것, 그렇게 뇌의 회로를 강제로 끊어내며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거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나는 감정이 살짝 흐려지면'고라리'를 떠올리는 편인데... 이제 이걸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어제 같은 새벽에서도 떠올릴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 연결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어제의 나는 죽고 싶었지만, 오늘의 나는 '졸업은 해야겠다'라고 말한다. 이 돌덩어리 같은 마음을 안고서라도, 나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든 전환해내야 한다...


살고 싶어서가 아니다...

사랑받고 싶어서다... 나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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