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원의 빛 Jul 14. 2023

49kg 엄마가 26kg 딸을 업고 병원으로 갔던 날

엄마의 사랑이 위대한 이유

엄마~!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예요?


지난 연말의 어느 날, 초2 딸이 저녁 식사를 하다 말고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갑자기 뭐가 그리도 궁금했는지 질문을 하는 아이의 눈은 제법 진지했습니다.


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
할머니 수술 무사히 마치고 눈 뜨셨을 때...


순간 저도 모르게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아이는 쪼르르 달려가서 티슈 한 장을 가져와 엄마의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아이의 손을 꼭 잡은 후 조용히 볼에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그럼 우리 딸은 언제가 가장 기억나?


엄마가 나 업고 병원에 갔을 때요!





지난해 1월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거실 매트 위에서 팔짝 뛰던 딸이 "아!" 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곧 하이톤의 울음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울음소리가 심상치 않은 걸 보니 발목에 이상이 생긴 것이 분명했습니다. 아이를 일으켜 세웠더니 역시나 아이는 아프다고 곧바로 다시 주저앉았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덜 아프다고 아이는 누워만 있었습니다.


남편은 일이 많아 야근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그 시간에 갈 병원이 있는지 아이 친구 엄마들 단톡방에 물었더니 얼마 전 아이가 팔이 빠져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고생한 경험을 말해 주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라 응급실에 가는 것이 불편할 수 있으니 근처에 다른 병원을 가는 것이 낫다고. 수소문해서 병원을 찾았는데 문제는 아이를 데려갈 방법이었습니다. 아이가 17kg 이상이 되었을 무렵부터는 잠깐은 괜찮았지만 차에서 잠든 아이를 집까지 업고 데려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아이의 체중은 26kg.


119 도움을 받으라는 아이 친구 엄마들 말에 처음으로 119에 전화를 했지만 결국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시간엔 연계된 대학병원으로만 가능해서 일반 병원은 불가능하다고.


대학병원에 가서 몇 시간 동안 대기할 수 있는 상황. 남편이 집에 오려면 1시간 이상 걸리고, 지금 당장 갈 수 있는 병원의 진료 시간이 30여분 남아 있었습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전 전화를 끊고 바로 아이에게 외투를 입혔습니다.


17kg 이후엔 한번도 오랜 시간 업은 적이 없었던 아이를 업고 지하주차장으로 갔습니다. 23층에 사는 제게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혹시라도 다친 아이가 떨어질까 봐 정말 온 힘을 다해 한걸음한걸음 내디뎠습니다.


< 이것이 바로 사랑의 힘~♡ >


그렇게 도착한 병원 소파에 아이를 내려놓는 순간 온몸에 힘이 풀렸습니다. 1월 27일, 한겨울 추위가 매섭던 날이었지만 저는 땀범벅이었습니다. 잠시 앉아 있다가 진료실로 들어갈 때 다시 업으려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결국 업지 못하고 도움을 받아 함께 부축해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발목의 인대가 늘어났다고 당분간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딸, 아팠지? 엄마 마음은 더 아팠어~! >


보호대를 한 아이는 다행히 부축을 받고 지하주차장까지 조심히 걸을 수 있었고, 그사이 집에 도착한 남편이 주차장으로 내려와 아이를 업고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다음 날 전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전 몸살이 나서 하루종일 누워있어야만 했습니다.^^


< 남편, 아내 고생 많이 했지요? >


엄마가 되고 나서 엄마의 사랑이 위대하다는 말을 가장 절실하게 온몸으로 경험했던 날이었습니다. 이러니 아이의 기억 속에도 일 년 중 가장 기억에 남을 수밖에요. ^^


린아~!
요즘 슬슬 사춘기 조짐이 보이는데
엄마도 갱년기 문이 저 앞에 보이니
그날의 기억 가끔씩 떠올리며
살살 좀 지나가자~!
사랑해, 딸~♡





얼마 전 시 행사에 초대받아 귀빈 대접을 받고 온 적이 있습니다. 5000시간 이상의 봉사자들과 기부자들을 위해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쓸모와 쓰임이 있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이 욕심으로 채워지지 않기를.. 그 마음이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ps. 지난해 기부할 때 처음 인사를 주고받았던 시청 희망복지팀장님. 행사를 마치고 주고받은 메시지에 감동이 더해졌던 날이었습니다.

<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 감동에 감동이 더해지다 >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이루마 님의 'Reminiscent(회상)'

https://youtu.be/7Cq175HNWu0



유채훈 님의 'Il Mondo'

https://youtu.be/vuGXFe_aeOI



매거진의 이전글 10살 딸이 엄마에게 건넨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