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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Aug 30. 2023

생일날 출장뷔페(?)가 왔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어머님이 차려 주신 생일상

막둥아, 내일 저녁에 뭐해요?
생일인데 내가 저녁 한 끼 사주고 싶어서...


생일 전날 오후, 어머님에게서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생일을 챙겨 주고 싶은 어머님의 마음을 잘 알기에 조심히 오시라고 말씀드린 후 통화를 마쳤습니다. 어머님이 좋아하실 만한 식당을 검색하고 있는 사이 남편이 퇴근했습니다.


여봉주르~
엄마가 내일 오신다고 연락이 왔네요.
알고 있나요?


어머님과 통화했다고 말했더니 엄마가 비밀로 하라 했다면서 핸드폰을 슬며시 내밀었습니다. 어머님이 저녁거리를 준비해 올 테니 집에서 먹자고 남편에게 케이크를 사가지고 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 어머님은 고생스럽게 참...>


사실 아버님과 제 생일이 며칠 차이가 나지 않아 제 생일 바로 며칠 전에 우리집에 초대해서 주무시고 가셨습니다. 그런데 또 오신다고 하셔서 그냥 알겠다고만 했는데.. 직접 생일상을 차려 주려고 그런 것이었습니다.


아버님 생신 때는 어머님과 아버님만 일찍 오셔서 미역국과 불고기, 생선 구이로 집에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은 시댁 가족들이 와서 함께 외식을 하고 카페에 갔습니다. 다음날 메뉴는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매콤한 주꾸미삼겹살과 달걀찜이었습니다.


더운 날 가족들을 초대하는 것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살면서 몇 번이나 이렇게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 내외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으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 아버님,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




아버님 생신 모임이 있었던 나흘 후 어머님은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들고 나타나셨습니다. 핸드카트에 꽉꽉 채워 그 더운 날씨에 1시간 30여분 거리를 .. 뭘 그리 많이 싸들고 오셨는지...  


집에서 이미 반조리를 거친 음식들은 하나둘씩 완성이 되었습니다. 소고기 수육을 만든 육수와 불린 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이고, 불린 당면과 준비해 온 고명으로 잡채를 만들고, 오징어순대와 대하를 찌고.. 물론 완성된 음식의 첫 입은 제 몫이었습니다. 어머님의 손맛은 언제나 예술입니다.^^


어머님, 이건 출장뷔페 수준이네요~!
손 많이 가는 걸 언제 다 준비하셨어요?


< 이건 음식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


손이 크신 어머님은 이번에도 역시나. 잡채 하나만 15인분은 족히 되었습니다. 어머님이 가까이 사는 첫째 언니네도 챙겨 주고 오는 길에 부추 한 단만 사 오라 해서 배달 후 마트에 들러 부추를 사 왔습니다.(메인 요리에 넣을 부추를 깜빡하고 안 챙겨 오셨다고.^^)

< 언니~ 동생 생일에 저녁 잘 먹었지?^^ >


마트에 들렀다가 집으로 오는 길, 어둑해져 가는 하늘을 보는데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생일이라고 뜨는 순간부터 눈 감는 순간까지 내 존재를 기억하고 축하 인사를 보내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동과 행복의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가족들에게 받은 용돈을 휴가 때 미리 엄마 생일 선물이라며 하루 호텔비로 썼는데, 그걸로도 모자라 가진 돈을 탈탈 털어 엄마를 위해 꽃다발을 사주고 싶어 하는 딸의 마음..


< 딸, 고마워~♡ >


살면서 이런 걸 몇 번이나 해주겠냐고 건강할 때 해주고 싶었노라며 일일이 정성스레 준비하신 음식들. 금방 만든 음식이 맛있다고 당신은 분명 그날 바로 모든 음식을 손수 준비했을 것입니다. 아직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불 앞에서 씨름하셨을 어머님의 마음..

<  어머님, 고맙습니다~♡ >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참으로 행복했던, 잊지 못할 생일날의 풍경이었습니다. 태어나길 참 잘했습니다. 

엄마~ 낳아 줘서 고마워요~♡
Happy birthday to me~♡







사실 어머님의 사랑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말, 어머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뭘 좀 갖다 주러 왔다고. 동네 마실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 먼 거리에서 어머님이 가져오신 것인 쪄서 냉동시킨 40여 개의 옥수수였습니다.


어머님이 오시기 며칠 전 주말에 시댁에 갔는데, 마침 경로당에서 가져온 갓 쪄낸 옥수수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어머님이 또 수소문해서 구해 오셨나 봅니다. 그 더위에..


엄마가 되어 보니 어머님의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자식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자식이 좋아하는 것은 뭐라도 해주고 싶은, 주고 또 주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 어머님의 사랑 잊지 않을게요 >


지난 출간 기념 강연회에 어머님이 오셨습니다. 막둥이 며느리가 하는 일이라면 항상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시는 어머님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강연 중간에 어머님과의 에피소드를 예로 들며 마음을 표현했더니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어머님, 사랑합니다~♡

< 막둥이의 영원한 응원 단장 >


얼마 전 올해 1월에 선물 받은 동양란에 꽃이 폈습니다. 꽃이 필 때마다 공교롭게 좋은 소식이 있어 이번에는 어떤 좋은 일이 있을까? 내심 기대했습니다. 그 좋은 일은 '평생 잊지 못할 어머님이 차려주신 생일상'이었나 봅니다.^^

< 꽃과 향이 참으로 아름답고 향기롭구나~♡>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김동률 님의 '여름의 끝자락'
https://www.youtube.com/watch?v=YVB8vL7rBjY


이소라 님의 '생일 축하해요'

https://youtu.be/XPXh6fy4tLU?si=ADDkgOQ9cVSmTACc




작가의 에세이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혼자 살아갈 딸에게

< 내일 엄마가 죽는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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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문고 화제의 도서ㆍ에세이 Pick 선정,

  대만ㆍ베트남 판권 수출


평범한 우리가 경험한 글쓰기의 위대한 힘

< 지금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         

지금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 예스24 (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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