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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Dec 31. 2023

유난히 바쁘고 힘들었던 12월을 보내고..

아듀 2023년

유난히 바쁘고 힘들었던 12월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다들 무탈하게 잘 지내셨나요?^^


12월 2일 강연을 마치고 열흘 후 개인 발표와 졸업 프로젝트 발표가 수목 이틀에 걸쳐 있었습니다. 마지막 학기라 열심히 준비하던 중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겼습니다. 며칠 후 아버지가 무릎이 아파 관절 수술을 하셨고 회복 후 12월 11일에 퇴원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날은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엄마에게 퇴원 후 맛있는 점심을 사주신다고 하셨나 봅니다.


그런데 12월 10일 자정쯤 갑자기 저혈압이 와 다른 큰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둘째 언니가 사설구급차를 불러 새벽 2시에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상황이 좋지 않은 듯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뜬 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30여 년을 교직생활을 하다가 몸이 많이 약해져 지난해 명퇴를 한 둘째 언니. 5남매 중 유일하게 부모님 가까이에 살고 있다 보니 부모님을 가장 많이 챙기는 자식입니다. 명퇴 후 잘 쉬지도 못하고 작년과 올해 엄마의 수술과 항암치료 과정 챙기느라 많이 약해졌는데 응급실에서 밤새 잠도 못 잔 언니를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남편과 딸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식사 준비와 청소를 한 후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날따라 비는 어찌나 많이 오던지. 운전하는 3시간 40분 동안 여름비처럼 주룩주룩 비가 내렸습니다. 언니와 저녁을 먹고 아버지가 계신 응급실로 갔습니다.


아버지, 막내 왔어요


힘없이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애써 표정을 감췄습니다. 아버지를 살며시 안고 잠시 아버지 가슴에 얼굴을 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최고의 아버지였고
엄마에겐 최고의 남편이었어요.
아버지 정말 고맙고 사랑해요.
가족들 생각해서 얼른 회복하세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시던 아버지는 당신도 아파 힘드실 텐데 불편한 간이의자에 앉아 밤을 새우는 딸이 걱정되었나 봅니다.


나가서 좀 쉬다 와라,
좀 자거라,
아침 먹고 오너라


누워 계신 와중에도 자식 걱정을 하시는 아버지의 사랑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아버지는 밤새 상태를 체크해 주고 거동이 어려워 기저귀를 바꿔 주는 어린 간호사가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고생하는데 귤이라도 좀
사서 오너라.


저는 얼른 편의점으로 가 이것저것 조금씩 담아 왔습니다. 나이트 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을 해야 하니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인 듯했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전해 주자 그녀는 인사를 했고 퇴근하면서도 활짝 웃으며 다시 한번 큰 소리로 인사를 했습니다.

보호자님,
잘 먹겠습니다!


아직 어린 딸과 대학원 발표를 앞두고 있었기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버지를 두고 가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아버지, 얼른 회복하셔야 해요.
또 올게요.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 동안 ppt 발표를 하는 동안에도 아버지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그런데 목요일 발표를 마쳤는데 딸에게 온 부재중 전화 세 통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교수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에 나가 전화를 했더니 딸은 팔다리가 아프다고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곧 아빠가 올 거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지만 제 맘이 편할 리 없을 터. 남편에게 얼른 전화해 상황을 전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전화를 하니 다행히 좀 괜찮아졌는데 열이 38.3도라 밥 먹고 해열제를 먹었다고 했습니다. 독감에 걸린 것이었습니다. 감기에 걸렸다가 나은지 이틀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남편은 딸에게 옮아 이틀 전부터 심한 감기를 앓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아이의 체온은 40도를 찍었습니다. 3일 동안 고열로 고생하는 딸을 밤새 간호하는 엄마의 마음은 애가 탔고, 같은 시간 아버지는 생과 사를 오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파서 잘 먹지 않는 아이를 살포시 안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린아,  많이 아프지?
할아버지도 지금 많이 아프시대.
우리 린이가 잘 먹고 기운 내서
얼른 회복해야
할아버지도 회복하시지!


어린 마음에도 그렇게 아픈데도 할아버지가 많이 걱정되었나 봅니다.


엄마,
얼른 누룽지랑 과일 주세요!

아이는 빠른 속도로 누룽지 한 그릇을 먹고 과일까지 다 먹었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럽던지. 아이를 꼭 안고 폭풍 칭찬을 했습니다.

일요일 밤부터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온 딸은 화요일부터 등교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화요일 등교하고 잠시 후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틀 전만 해도 회복이 가능할까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소식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다음날인 수요일은 제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의 송년 모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버지와 딸의 건강 문제로 취소를 할까 생각하다 다들 안면이 있으니 만약의 경우 제가 빠지더라고 식사하고 차 마시는데 문제가 없을 듯해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인연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주는 기말고사 기간이라 두 과목의 Take home 과제가 있었습니다. 목요일 밤 과제를 모두 마치고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를 느껴보는 금요일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여유는 단 하루만 허락되었습니다. 토요일 점심때 갑자기 딸이 복통을 호소해 응급실로 간 딸은 소변과 혈액검사,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까지 마친 후 저녁 6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는 그렇게 또 아이를 살펴야 했습니다. 화, 수, 목, 금 계속 중요한 일정이 있었고 어제는  아버지를 보러 가려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새벽부터 잠이 자꾸 깨고 6시에 일어났더니 목이 심하게 부었고 체온은 38.3도였습니다.


온몸이 아팠지만 아픈 것보다 아버지를 보러 가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속상했습니다. 아침 일찍 준비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돌아와 다시 침대에 누웠습니다. 아버지에게 전화해 상황을 말하며 얼른 나아 다음 주에 갈 테니 아버지도 얼른 회복하시라 했습니다.


잠시 후 남편이 와서 딸은 점심 먹고 형님네 집으로 데려다준다고 했습니다. 두 형님네 가족들이 어머님을 모시고 강화로 놀러 갔다가 1일에 온다고 딸을 보낸다고. 내년부터 남편 보직이 바뀌다 보니 연휴 동안 일을 해야 하고 저도 아프니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아이를 보낸 후 저는 어제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자다가 깼다가 그동안 바빠서 챙기지 못한 지인들에게 안부 인사도 하면서. 그렇게 하루 푹 쉬니 오늘은 체온도 정상이고 어제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2023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에 닿는 글 필사도 하고,


2023년에 있었던 중요한 일들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들이 많아 브런치 발걸음이 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2023년도 정말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네요. 여러분의 2023년은 어떠셨나요?^^


2024년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Here and now

지금,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더 많이 웃고 사랑하고

행복하시길 소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바이 준의 'Sincerely'

https://www.youtube.com/watch?v=bunjz26uSbg


김동률 님의 '출발'

https://www.youtube.com/watch?v=PBWuX-b38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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