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김밥입니다. 식성이 좋아 무슨 음식이든 잘 먹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김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그런 제게 반가운 일이 생겼습니다. 마음에 쏙 드는 김밥 가게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 오픈 축하합니다 >
사실 새로운 김밥 가게가 오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반가운 마음과 함께 살포시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집 근처 상가에 김밥 가게가 많은데 잘 될까...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김밥 전문이라 다른 음식은 팔지도 않는데..
오픈한 지 며칠 후 주말, 김밥 가게로 향했습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라 테이블은 없었습니다. 30대로 보이는 젊은 부부가 부지런히 김밥을 말고 있었고, 기본 김밥인 두툼한 집김밥 4줄을 주문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아담한 가게를 둘러보는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젊은 부부가 김밥 가게를 오픈하게 된 사연이 적힌 포스터.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픈 스토리가 담긴 그것을 한참 동안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그들이 걸어온 삶이 순간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공부 꽤나 해서 좋은 대학과 직장을 다녔지만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던 삶. 그 삶을 과감히 박차고 나와 자신들이 원하고 바라는 삶에 다다르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시작.
포스터를 향하던 제 눈은 마스크로 가리지 못한 맑고 선한 눈빛을 지닌 그들에게로 향했습니다. 조금은 서투르고 느리지만 새로운 삶의 시작을 위해 진심을 다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새로 시작한 삶에서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
수많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기우는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삶에 다다를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적인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오픈할 때부터 이어지는 이벤트들, 주변 가게 김밥 최저 가격인 3500원보다 2백 원 더 싼 기본 김밥과 시그니처 메뉴. 그저 열심히가 아닌 나름의 차별화와 전략이 느껴졌습니다.
< 대박 성공 기원합니다 >
일단 가격 경쟁력에서는 승. 중요한 건 맛인데 김밥을 보는 순간 먹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가격에 이렇게 속이 알찬 김밥이라니. 식자재 회사를 다니며 익힌 안목으로 좋은 재료를 골라 건강하고 맛있는 김밥을 만들고자 하는 진심이 느껴졌습니다.(속재료를 조금씩 줄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 가격은 기본 김밥, 속은 제대로 알찬 김밥 >
사장님~! 앞으로 김밥은 여기서만 사 먹을게요~^^ 두 사람의 새로운 삶의 시작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얼마 전 혼자 산책을 하고 집 앞 카페에 잠시 머물렀다가 온 적이 있습니다. 8시쯤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하고 있는데, 낯설지 않은 모습의 남자가 제 앞을 지나갔습니다. 김밥 가게 사장님이었습니다. 7시까지 영업인데 마감을 하고 왔나 봅니다.
매일 마스크를 쓴 모습만 보다가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니 낯설었던 것입니다. 주문했던 커피를 가지고 제자리로 돌아오니 저쪽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선한 눈빛을 지닌 부부였습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습니다. 하루종일 김밥 재료를 손질하고 김밥을 마느라 고단했을 서로의 몸을 애정이 담긴 손길로 그렇게. 서로를 향한 환한 얼굴에 보는 제 마음이 환해지고 따뜻해졌습니다.
순간 제 반쪽이 생각났습니다. 함께 산 지 어느덧 11년,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잘 보내고 평온하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2/3 정도의 커피를 남기고 자리에서 서둘러 일어났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얼른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밤 9시를 향하는 시간에도 열대야로 얼굴 위엔 땀이 흘렀지만 발걸음의 속도는 빨라지기만 했습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 저를 반겨줄 이들이 있는 곳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