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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 만큼 , 더

소아 물리치료의 시기

많은 아기들이 건강하게 축복 속에 태어나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일찍이 알지 못한다.  요즘처럼 아동학대로 뉴스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대로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걱정스럽고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 정도로 어쩌면 우리는 부모가 될 준비가 없이 부모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기초 상식 정도의 수준만이라도 예비부모의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가장 첫 번째 관문은 두말할 것 없이 임신기간 10개월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두 남녀의 임신 전 건강 상태를 간과할 수가 없다. 최소 임신을 준비한다면 3~6개월간은 금주와 금연을 하기를 권하며 식생활을 개선하여 몸안에 독소가 없는 건강한 상태로 정자와 난자를 만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 또한 결혼과 임신이라는 두 가지를 획득하기 위해 한 개인이 맘껏 자유로울 수 있는 많은 부분을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는 자못 어려운 선택일 테지만 반드시 그래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태어나는 아기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일차적으로 예방 가능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 외의 수많은 변수는 어찌할 수 없는 요인들이기 때문에 그래도 부모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아이를 위해서 이것만큼은 노력을 하길 바란다. 어느 시점 아이에게 다른 점을 발견했을 때 나의 죄책감을 덜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은 아기가 점처럼 작은 상태로 자궁에 안전하게 착상을 하기까지도 순조롭지만은 않은 변수들이 많을 텐데 이때부터는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것을 첫 번째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에게는 작은 충격일지라도 뱃속의 태아에게는 매우 큰 충격으로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좋은 생각만 하라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10달을 무사히 뱃속에서 잘 지내고 출산이라는 큰 관문을 지나면서 다양한 히스토리가 생긴다. 10달을 채우지 못할 수도, 출산 중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어려운 난관에 부딪힐 수도, 태어난 후 황달이나 무호흡, 뇌출혈, 유전병과 같은 이유로 수술이나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는 경우 등의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물론 정상 출산이었고 위에 열거된 수많은 히스토리가 없더라도 태어나서 성장하는 동안에 발달 지연을 확인하게 될 수도 있다.  


부모라는 이름을 달게 되는 순간 이 다양한 변수들을 껴안게 될 것이라는 것을 준비하는 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이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소중하고 귀한 이 아기들의 차이는 언제쯤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언제쯤 진단하고 평가하고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일까?


부모가 될 때 수많은 변수를 예측하고 부모가 되지 않은 것처럼 내 아이에게 다름을 발견하고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 조차도 아무런 변수를 예측하지 못한다. 이 병원과 저 병원을 다니면서 찾고 진단받고 치료를 대기하는 동안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가 좋은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권하고 싶은 순서는 이렇다. 생후 2~3개월 수준에서 관찰해주면 좋은 내용이다


1. 아이가 눈 맞춤이 잘 되는가?

2. 모유나 젖병을 잘 빨 수 있으며, 잘 먹는가?

3. 밤에 잠은 잘 자는가?

4.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발끝의 뻗침이 자주 발견되는가?(짜증이 나거나 다른 이유가 있어 울 때 잠깐씩 나타나는 경우는 당연하지만, 그 경우가 매우 잦다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5. 엎드린 자세를 시도하였을 때 머리를 과하게 젖히거나 다리가 공중에 들리는 경우가 있는가?


여기에서 큰 특이 사항이 없다면 일단은 안심해도 좋다.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발달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척추를 잡아주는 기립근과 엉덩이 근육, 복부 근육과 머리를 가누는 앞쪽과 뒤쪽 목 근육의 작은 속근육 들을 느리지만 촘촘히 채워나가는 시기이다.   시기를 느리게 그리고 정확하게 채워나가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꽤 오랜 시간 엎드리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바로 누워 발을 가지고 노는 이 순간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다.


잠시 곁길로 빠져보자면 성인이 되어 허리나 목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를 예로 들면 척추 주변의 작은 근육들이 약할 경우 몸의 바깥쪽 큰 근육들이 많은 일을 하게 될 경우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근피로도가 매우 높아져서 온몸의 통증이 가시지 않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칭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세한 움직임을 할 때에는 작은 근육이 일을 하도록 만들어 주어 큰 근육을 쉬게 해 주어야 한다. 요가 또는 스트레칭이 매우 느리지만 작은 근육을 촘촘히 채워주는 운동이 된다.




아기의 성장에 중요 단계인 2~3개월이 작은 근육을 키워 가는 단계라고 했다. 이른둥이의 경우 1~3개월을 엄마 뱃속에서 빨리 나왔을 경우 대근육 움직임에 이상신호가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막달에 가까워질수록 좁은 엄마 뱃속은 아기에게 답답하다. 그러나 이 시기야 말로 작은 속근육이 촘촘히 채워지는 절호의 찬스인 것이다. 출생을 위해 엄마의 뱃속에서 꼼지락 거리는 동안 이루어지는 놀라운 생명의 신비이다. 그 과정이 없이 탄생한 이른둥이들에게는 운동발달의 연습과정이 필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기들의 성장과정은 크게  목 가누기, 엎드리기, 뒤집기, 배밀이, 네발기기, 앉기, 서기, 걷기, 계단 오르기, 점프하기, 한 발로 서기 등으로 분류해볼 수 있겠다. 이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 단계를 찾아보자면 초기의 5단계이다.


목 가누기, 엎드리기, 배밀이, 뒤집기, 네발기기에서 특별한 문제를 보인다면 바로 평가와 치료를 대기해야 할 것이다. 이 시기는 정상발달로 쫓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의 평가와 병행하면서 복지관의 발달평가와 사설 아동발달 치료실의 발달 평가도 함께 추천한다. 경험적 치료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 소아 물리치료는 개인에 따라서 차이를 발견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기 때문에 엄마가 볼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되도록 많은 평가와 치료를 일찍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기다리고 희망을 가지되 조금은 민첩하게 치료를 시작해 주면 좋을 것이다.

기다린 만큼, 더

움직임의 질이 좋아질 것이다.

느리게 가는 것은 잘 못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발달을 위한 준비 단계라는 것을 인식하자. 대신 꼼꼼히 촘촘히 반복해서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단계를 세분화하여 운동을 진행해 나가는 단계를 설명하는 것은 다음으로 패스하고 중요성에 대해서만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은 차이를 발견하고 수정해 나가면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 작은 일을 나는 하고 있다. 소아 물리치료로써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아기마다 차이는 미세하며 그 차이를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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